“김학민과 함께 하고 있는 저는 복 받은 감독입니다”

이광준 / 기사승인 : 2019-12-04 03: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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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권순찬 감독, 12연패 마감후 못다한 말


[더스파이크=의정부/이광준 기자] 주장은 감독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런 주장에게 감독은 감사 인사를 전했다.

KB손해보험은 지난 3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 2019~2020 도드람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3-0으로 이겼다. 개막전 승리 이후 12연패. 긴 어둠을 지나 얻은 감격의 승리였다.

이날 승리 중심에는 베테랑 김학민(36)이 있었다. 올 시즌 대한항공을 떠나 KB손해보험으로 이적한 김학민은 팀 주장으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선보였다. 22득점으로 양 팀 최다득점, 공격성공률은 62.5%로 뛰어났다.

이후 수훈선수 인터뷰에 나선 김학민은 도중 권순찬 감독을 떠올리며 눈물을 보였다. 권순찬 감독은 이전에 연패가 길어지면서 팀 수뇌부에 사퇴 의사를 전한 바 있다. 김학민은 이를 기사로 접하고, 당시 권 감독이 느꼈을 부담과 압박을 생각하며 미안함을 느꼈다. 그것이 눈물이 되어 흘렀다.

김학민은 “경기가 끝나고 감독께서 라커룸에 들어와 ‘사퇴를 한다고 했던 게 너무 이기적이었다. 선수들에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울컥하시는 모습을 보며 덩달아 울먹했다. 감독님께 죄송한 마음이 컸다”라고 돌아보며 눈물을 흘렸다.

대한항공 시절 팀이 창단 이후 첫 우승을 차지할 당시에도 울지 않았던 김학민이다. 그런 김학민의 눈물에 취재진들도 깜짝 놀랐다. 선수단 모두가 그간 얼마나 많은 마음고생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후 <더스파이크>는 권순찬 감독과 짧게 전화 통화를 했다. 감독을 따라 김학민도 눈물을 보였단 말에 권 감독은 “이게 뭐라고 사람을 울린다‘라며 멋쩍어 했다. 뒤이어 ”김학민은 우리 팀에 와 정말 마음고생 많았다. 주장으로서 뭔가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늘 갖고 있었다.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독으로서 참 의지가 되는 선수다“라고 주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권 감독은 김학민을 두고 “정말 잘 데려온 선수”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단순히 실력 때문이 아니었다. 김학민은 코트 내외에서 선수들을 이끄는 리더십. 그리고 뛰어난 프로의식까지. KB손해보험 어린 선수들에게 정말 모범이 되는 선수다.
권 감독은 “내가 대한항공 코치를 하던 시절부터 봐온 선수다. 그때도 정말 프로 의식 넘쳤다.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정말 잘 데려왔다. 이런 선수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복이다”라며 다시 한 번 김학민에게 감사를 보냈다.

팀 주장은 감독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고, 감독은 그런 주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연패라는 힘든 시간, 권순찬 감독과 김학민이 서로에게 얼마나 큰 힘이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날 경기가 KB손해보험 승리로 마무리된 순간, 커다란 함성과 함께 KB손해보험 선수단이 코트 위로 뛰어들었다. 모두가 기쁨을 크게 표현할 때, 코트 위에 있던 주장 김학민은 곧바로 감독을 향해 걸어갔다. 권순찬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의 짧은 포옹. 짧은 한 장면이었지만 그간 KB손해보험이 겪은 고된 시간과 그 끝을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사진_의정부/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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