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시절은 내 인생 황금기"…은퇴 후 지도자수업 받는 강민웅 [인터뷰]

이광준 / 기사승인 : 2019-12-06 10: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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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한국전력 세터 강민웅(34)이 현역선수 생활을 접고 지도자의 길로 나선다.

강민웅은 지난 11월 25일 한국배구연맹(KOVO) 공시를 통해 자유선수 신분으로 풀렸다. 사실상 은퇴를 알렸다. 한국전력은 남은 계약기간 코치를 제의했다. 강민웅은 이에따라 신인선수들을 전담 지도하는 코치 역할을 맡았다. 한국전력은 이와 별도로 올 시즌 중으로 강민웅 은퇴식을 계획하고 있다.

2007년 V-리그 수련선수로 삼성화재에 입단한 강민웅은 이후 2014년 대한항공을 거쳐 2015년부터 한국전력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10년이 넘는 프로 생활 동안 프로팀 세 곳을 돌며 백업과 선발을 오가며 활약했다.

그러던 중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17~2018시즌을 앞두고 연습경기를 치르다 오른쪽 무릎 쪽에 부상을 입었다. 대퇴사두근 파열이었다. 이로 인해 그는 1년을 재활에만 매달려야 했다.


그렇게 극적으로 2018~2019시즌 복귀했지만, 복귀 후 얼마 안 돼 또 다시 다쳤다. 이번엔 왼쪽 무릎이었다. 오른쪽과 마찬가지로 왼쪽 대퇴사두근도 파열됐다. 그 이후에도 강민웅은 재활의 끈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은퇴를 선택했다.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 경기가 열린 지난 5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강민웅을 만났다. 그는 “많이 고민했다. 이번 시즌까지는 해보고 싶었지만 몸이 생각만큼 안 올라왔다. 통증도 심해 ‘참고 할까’했지만 결국 포기하게 됐다”라고 은퇴 이유에 대해 말했다.

강민웅은 복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는 “발악했다”라는 강한 표현으로 지난 2년을 설명했다. “어떻게든 해보려고 발악했다. 오른쪽만 다쳤을 때도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반대쪽도 점점 아파오면서 결국 양쪽이 다 끊어졌다. 그래도 해보고 싶었다. 오른쪽 부상도 결국 이겨내고 복귀했으니 될 줄 알았다. 그렇지만 점프도 안 되고 예전 움직임이 전혀 안 나왔다.”

양 쪽 무릎에 같은 부상. 강민웅은 그 때 아픔을 설명했다. “첫 번째 부상을 당했을 때는 ‘그래도 해보자’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같은 부상이 왼쪽에 왔을 때는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무릎 통증은 어렸을 때부터 따라왔던 고질병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아픈 부위였다. 그 때는 관리가 잘 안 됐다. 아프다고 병원에 가면 하루 물리치료 받고 쉬는 식이었다. 그리고는 다음날부터 곧바로 운동에 참여해야 했다. 그게 쌓이면서 지금 부상에 이르렀다.”

절망에 빠질 수도 있는 부상에도 강민웅은 쓰러지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재활에 매진했다. 지켜보던 코칭스태프, 프런트 직원들 모두 강민웅의 정신력에 박수를 보냈다.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은 비시즌 강민웅의 훈련 태도를 보고 “두 차례 부상에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어린 선수들에게 큰 본보기가 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왜 강민웅은 그렇게 복귀에 매달렸을까. 그가 대답했다. “마지막이 다가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정말 한 번만이라도 ‘세터’로 코트 위에 들어가 경기를 뛰고 나서 은퇴하고 싶었다. 프로는 ‘베테랑 위해 한 번 투입시켜주자’라고 할 만한 무대가 아니다. 나 역시도 지금 이런 상태로 들어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러지 못한 채 코트를 떠나게 돼 아쉬움은 조금 남지만, 그래도 내 결정에 미련은 없다.”




코치 수업중, "기회준 한국전력에 감사"

현재 강민웅은 팀에서 코치 수업을 받고 있다. 오는 2020년 6월까지 남은 계약기간 동안은 당분간 팀 신인들을 지도하는 코치 역할을 맡는다.

강민웅은 “은퇴하면 뭘 해야 할지 30대가 되고 나서부터 매일 생각했다. 그래도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배구다. 선수생활 마무리를 잘 해서 프로팀 지도자를 하자고 계속 생각했다. 팀에서 정말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거듭 한국전력에게 감사를 표했다. “첫 부상을 당했을 때도, 그리고 또 다쳤을 때도 팀에서는 내게 기회를 줬다. 장병철 감독님께서도 ‘하고 싶은 건 다 해봐라’라고 하셨다. 그리고 이후에도 내게 코치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셨다. 다시 한 번 정말로 감사드린다.”

선수생활 최고의 순간을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강민웅은 한국전력에서 뛴 2016~2017시즌을 꼽았다. “당시 우리가 3등을 해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그 때가 최고의 순간이었다. 사실 경기에 나서는 게 정말 힘이 들었다. 못해서 욕을 많이 먹을 때였다(웃음). 그럼에도 최고였다. 그 때 멤버들과 함께 배구를 한다는 게 즐거웠다. 지금은 다른 팀에 있는 (전)광인이, 군에 간 (서)재덕이, 이제 돌아오는 (오)재성이도 있고 (윤)봉우 형도 있었다. 매 경기가 정말 즐거웠다.”


이어 “한국전력 시절은 ‘내 인생의 황금기’였다. 내가 자리를 잡을 수 있던 시기였다. 선수들과 함께 뛰면서 가장 재밌게 코트에 올랐던 때다. 2016~2017시즌이 끝나고 나서 그 다음 시즌을 준비하며 정말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선수들끼리 ‘이번에는 결승에 가자’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부상이 찾아왔다. 그래서 아쉬움이 더 컸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강민웅은 2007년부터 시작했던 프로 생활을 돌아봤다. “정말 화려한 선수생활을 하고 싶었다. 잘 한다는 소리도 듣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었다. 수련선수로 팀에 입단했지만 최고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돌이켜보면 그 생각만큼 화려하진 못했지만, 열심히 했다는 자부심 하나는 있다. 훌륭하고 화려하고 잘 하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열심히 이 생활에 임한 내 자신에게는 당당하다.”

끝으로 강민웅은 “팀과 감독님, 코치님께 정말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많지는 않지만 배구선수 강민웅을 응원해주셨던 팬들에게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 지도자 생활에 도전하게 됐는데, 잘 해내서 선수 때보다 나은 지도자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작별 인사를 남겼다.


사진_더스파이크 DB(유용우, 홍기웅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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