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 끊은 이후 선수단에 응집력 생겨
김정호, 정동근은 좀 더 나아져야
후반기 관건은 새 외인, 마테우스

[더스파이크=서영욱 기자] 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이 젊은 선수들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새 외국인 선수에 대해 언급했다.
KB손해보험의 2019~2020시즌 출발은 험난했다. 시즌 첫 번째 경기에서 한국전력에 세트 스코어 0-2를 뒤집고 3-2 역전승을 거뒀지만 시즌 두 번째 경기였던 지난해 10월 19일 삼성화재전 패배를 시작으로 기나긴 연패의 늪에 빠졌다. 구단 역대 최다인 12연패 끝에 지난해 12월 3일 OK저축은행을 꺾고 시즌 2승째를 거뒀다. 이후 여섯 경기에서 3승 3패를 기록한 KB손해보험은 승점 18점, 5승 15패로 6위로 휴식기에 접어들었다.
길었던 연패, 그 속에서 한 팀으로 뭉치다
KB손해보험은 첫 경기 승리 후 12연패에 빠지며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연패가 길었지만 그 경기들이 모두 압도적인 격차로 패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더 아쉬움을 남겼다. 시즌 개막 첫 경기부터 다섯 경기 연속 5세트 끝에 패했다. 5세트까지 가기 전에 끝낼 수 있는 경기도 많았고 지난해 10월 27일 우리카드전은 먼저 1, 2세트를 가져오고도 내리 세 세트를 내줘 패하기도 했다. 결정적인 순간 경기를 마무리해줄 해결사 부재와 클러치 상황마다 나오는 범실과 흔들리는 리시브가 발목을 잡았다.
권순찬 감독 역시 “5세트까지 가서 진 경기가 많아 아쉽다. 시즌 초반에는 잘 안 풀렸지만 후반에는 좀 더 올라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라고 전반기를 돌아보며 “결정적일 때 공격에서 해결이 되지 않았다. 범실도 그렇고 리시브도 그랬다”라고 설명했다.
긴 연패로 최하위로 처졌지만 어려운 시기를 겪고 이겨내면서 팀 전체적으로 단단해지기도 했다고 권 감독은 덧붙였다. “선수들 전체가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더 단단해졌다. 연패가 길어질 때는 안되나보다 생각도 많이 했지만 연패를 끊은 이후에는 할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똘똘 뭉치면서 힘이 더 생겼다. 그런 점에서는 선수들이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
연패 탈출을 비롯해 선수들에게 가장 많은 힘이 돼준 선수는 2019~2020시즌을 앞두고 합류한 베테랑 김학민이었다. KB손해보험이 연패를 끊은 지난해 12월 3일 OK저축은행전에서 김학민 활약은 단연 빛났다. 당시 김학민은 공격 성공률 62.5%와 함께 22점으로 활약했다. 연패 기간에 KB손해보험 약점으로 꼽히던 오픈 공격에서도 성공률 91.7%(11/12)를 기록해 해결사 역할을 제대로 해줬다. 2라운드 잠시 출전 시간이 줄었던 김학민은 3라운드 6경기(25세트)에서 105점, 공격 성공률 52.46%로 팀을 이끌었다.

권 감독은 “(김)학민이가 팀을 옮겨 적응할 시간도 필요해 시즌 초반에는 출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좋아졌다”라고 김학민 활약을 언급했다. 이어 권 감독은 “황택의가 비시즌 대표팀에 오랜 시간 빠져있었고 트레이드로 합류한 선수가 많아 손발을 맞추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경기를 치를수록 호흡도 더 좋아졌다”라고 긍정적이었던 면을 덧붙였다.
2% 아쉬웠던 젊은 측면 공격수진
올 시즌을 앞두고 KB손해보험은 김정호와 정동근에게 기대를 모았다. 2018~2019시즌 도중 합류한 두 선수는 지난 시즌 후반기 미래를 기대할만한 활약을 펼쳤다. 지난 시즌 KB손해보험이 상승세를 달린 5~6라운드에서 김정호는 11경기 총 123점, 공격 성공률 54.55%를 기록했다. 정동근은 12경기에 출전해 리시브 효율 43.14%로 리시브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줬다.
프로 3년차에 첫 풀타임 주전 시즌을 보내는 김정호는 아직 꾸준함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여섯 경기 공격 기록이 좋고 나쁜 경기가 번갈아 나오고 있고 리시브에서도 좋고 나쁘고가 반복되는 중이다. 정동근은 4라운드 대한항공전에서 18점을 기록하며 조금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시즌 전체적으로 놓고 봤을 때 공격에서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공격 성공률 41.85%). 지난 시즌 기대 이상으로 잘해준 리시브도 올 시즌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리시브 효율 32.1%). 기대를 모은 두 선수가 꾸준함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KB손해보험도 경기마다 날개 조합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권 감독은 “올여름 두 선수가 훈련을 정말 많이 했다. 아직 주전 경험이 많지 않아 위기 상황에서 자주 흔들렸다. 그것만 극복하면 두 선수 모두 한 단계 더 올라갈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권 감독은 전체적으로는 좀 더 발전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아직은 더 올라와야 한다. 리시브도 그렇고 공격, 블로킹까지 전반적으로 그렇다. 두 선수 모두 올 시즌처럼 많은 경기를 뛰는 건 처음이라 부담을 느끼는 것도 있다. 좀 더 올라온다면 더 많은 경기에서 승리를 쌓을 수 있다.”
권 감독은 올 시즌 신인 선수들에 대해서도 말을 이었다. KB손해보험이 201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한 선수 중 휴식기 전까지 기회를 받은 선수는 각각 1라운드 2순위, 2라운드 6순위로 지명된 홍상혁과 김동민이다. 홍상혁은 2라운드 주전 윙스파이커로서 몇 차례 기회를 받았지만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3라운드부터는 측면 공격수보다는 주로 원포인트 서버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김동민은 3라운드 들어 출전 기회가 늘었다. 수비와 리시브에서 강점을 보이면서 백업 윙스파이커로 3라운드부터 꾸준히 기회를 받고 있다. 권 감독은 “함께 훈련한 시간이 많지 않아 많이 투입하진 못했다. 특히 체력적으로, 웨이트 측면에서 적응기가 필요했다. 부상 염려도 있고 팀 상황 때문에 기회를 많이 주지 못한 게 조금 아쉽다”라고 돌아봤다.
새 외국인 선수, 마테우스 활약을 기대한다
KB손해보험은 휴식기 블로킹과 리시브 위주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권 감독은 “리시브는 당연히 더 올라와야 한다. 블로킹도 더 신경 써야 한다”라고 전하며 “외국인 선수가 바뀌었다. 그쪽에서 공격 점유율을 더 가져가면서 해결해준다면 분위기가 올라올 것 같다”라고 말했다.
KB손해보험은 브람을 대신해 마테우스 크라우척을 새 외국인 선수로 영입했다. 마테우스는 2019 KOVO(한국배구연맹) 트라이아웃 당시 26순위로 초청된 선수로 1997년생 젊은 선수다. 201cm 시장에 탄력과 힘을 갖춘 아포짓 스파이커라라는 평가다. 권 감독은 “부상이나 체력에 대해 체크하고 이후에는 아직 많은 이야기를 하진 않았다”라고 전했다.

권 감독은 이어 “결정적일 때 해결해줄 선수가 필요했다. 마테우스는 잘해주리라 생각한다”라며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새 얼굴 중에는 비예나, 레오, 다우디와 함께 눈에 띈 선수다. 그중에서도 마테우스는 눈에 보인 선수였다”라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KB손해보험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산체스가 부상으로 이탈하며 브람을 영입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부상까지 당해 결장했다. 외국인 선수로부터 득점 지원이 확실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KB손해보험은 더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에는 김학민이 해결사 역할을 해줬지만 외국인 선수 없이 한 시즌을 끝까지 치르는 건 쉽지 않다. 마테우스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권 감독 역시 “후반기 키플레이어는 마테우스다. 외국인 선수로서 자기 역할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라고 짚으며 “김정호와 김학민이 리시브에서 얼마나 버텨주느냐가 관건이다”라고 후반기를 전망했다.
사진=더스파이크_DB(홍기웅, 문복주, 유용우 기자)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