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GS칼텍스의 1번 세터가 된 2001년생 김지원의 책임감이 막중하다.
GS칼텍스는 올해 안혜진의 공백을 지워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안혜진이 어깨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재활까지 8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에 당초 아시아쿼터 선수로 뽑은 아웃사이드 히터 메디 요쿠(인도네시아) 대신 태국 국가대표 세터 소라야 폼라로 한 차례 교체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 개인 사정으로 2023-24시즌 배구를 못하게 됐고, 필리핀 국가대표 세터 아이리스 톨레나다를 새롭게 영입했다. 올해 흥국생명에서 자유신분 선수가 된 세터 김지우를 데려오기도 했다.
먼저 중심을 잡아줘야 할 세터는 김지원이다. 유영초-경해여중-제천여고를 나온 김지원은 2020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GS칼텍스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에 올랐다. 어느덧 4번째 V-리그를 앞두고 있다. 직전 시즌 출전 기회도 늘었다. 정규리그 36경기 중 31경기 94세트를 소화했고, 19득점을 올렸다.
아울러 올해는 첫 성인 대표팀에 발탁돼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도 출전했다.
소속팀에 합류한 김지원은 현재 구미에서 열리고 있는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주전 세터로 활약하며 팀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디펜딩 챔피언’ GS칼텍스는 4년 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2006년부터 시작된 컵대회에서는 총 9번째 결승행이다. 여자부 최다 우승팀이기도 한 GS칼텍스는 통산 6회 우승에 도전한다.
김지원은 이 대회 조별리그에서 세트당 11.44개의 세트를 기록하며 세트 2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현대건설과의 4강전에서도 세트당 13.25개를 기록했다. 다양한 공격 자원을 고루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차상현 감독도 김지원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김지원은 “한 번씩 흔들릴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감독님이 스스로 리듬을 찾으라고 말해주셨고, 주로 자신감을 잃지 않게 말해주셔서 정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차 감독을 향한 고마움을 표했다.
안혜진 없이 홀로 팀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다. 김지원은 “언제까지 부담스러울 수만은 없다. 대표팀에 있을 때 혜진 언니 수술 얘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시즌이 길다 보니 그 때 당시에는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전으로 뛰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부담스럽긴 했다. 근데 괜찮은 것 같다. 하다보면 될 것 같다. 자신 있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김지원을 옆에서 지켜본 강소휘는 “걱정이 없어 보인다. MBTI가 ISTP다”고 설명했다. 김지원도 “성격이 급한 편이긴 한데 지나간 일을 잊자는 스타일이다. 앞으로 다가올 일을 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컵대회가 끝나자마자 다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는다. 국제 대회 경험을 쌓고 있는 김지원은 “처음 대표팀에 뽑혔을 때도 많이 배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갔다. 상대팀도 강하다보니 경험이 쌓인 것 같다”면서 “대표팀에 가면 속공을 맞추는 것이 어렵다. 해보지 않았던 다양한 속공 패턴을 쓰다 보니 어려웠던 것 같다”고 답했다.
대표팀은 오는 8월 30일부터 9월 6일까지 태국 나콘라차시마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에 출격한다. 훈련에 참가하는 16인 명단 중 세터 포지션은 김다인(현대건설)과 김지원이다. 이후 대표팀은 올림픽 예선, 항저우아시안게임까지 예정돼있다.
차 감독은 “대표팀에 다녀오면 10월 초 쯤에 들어온다. 이제 외국인 선수도 들어와서 플레이를 좀 더 만들어보고, 공격수와의 공 높이와 타이밍 등을 맞춰가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평소에도 ‘될 대로 돼라’라고 생각하는 김지원이다. 스페인어로는 ‘케세라세라’다. 이뤄질 일들은 언제든 이뤄진다는 긍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 김지원의 ‘케세라세라’의 결말이 궁금하다.
사진_구미/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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