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우에게 노마크 패스란, 모두 함께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도드람컵]

구미/김희수 / 기사승인 : 2023-08-09 06: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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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우의 인터뷰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베테랑의 여유와 듬직함이 느껴졌다. 대한항공이 2연승을 달리는 이유를 잘 알 것만 같은 인터뷰였다.

이번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에서 대한항공은 가용 인원이 10명에 불과하다. 아시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기 위해 대표팀에 소집된 인원도 있고,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차출된 인원도 있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의 입장에서는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의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다.

코트 밖에서 가장 현 상황의 어려움을 실감하는 사람이 틸리카이넨 감독이라면, 코트 안에서는 경기를 총지휘하는 세터들이 가장 고충이 크다. 특히 이번 대회 주전 세터로 나서는 유광우의 부담은 상당하다. 정통 아포짓이 한 명도 없기 때문에 정공법을 쓸 수 없는 상황, 오로지 자신의 운영 능력을 믿고 경기를 풀어가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광우의 저력은 대단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를 했다. 때로는 노련하게, 때로는 과감하게 다양한 공격 옵션을 활용했다. 그 결과 대한항공은 현재 순항중이다. 첫 경기를 승리한 데 이어 8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펼쳐진 OK금융그룹과의 맞대결에서도 세트스코어 3-2(25-21, 21-25, 24-26, 25-21, 15-9) 승리를 거두며 남자부 조별리그 A조 예선 2연승을 내달렸다. 준결승 진출 역시 확정지었다.

경기 종료 후 인터뷰실에서 유광우를 만날 수 있었다. 먼저 유광우는 “이번 대회는 특별한 경험이다. 정말 머리를 많이 쓰고 분석을 많이 해야 한다. 아포짓이 있으면 정석적인 플레이가 가능한데 우리는 아포짓이 없어서 정석대로 플레이하면 말린다. 어떻게든 상대의 빈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 상황의 어려움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유광우와 대한항공 선수들은 자신감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잃지 않고 있었다. 유광우는 “나와 선수들 모두 우승팀인데 선수 몇 명 없다고 허무하게 무너지는 모습은 보여줄 수 없다는 자존심이 있다. 그래서 서로 격려하면서 경기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경기에서도 이기고 싶은 욕심이 좀 과한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비시즌 기간 동안 준비했던 배구를 잘 보여줬고, 그 자체가 우리에게는 소득인 것 같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총사령관 유광우를 필두로 대한항공은 다채로운 공격 전술을 선보였다. 이준의 절묘한 시간차도 돋보였고, 이수황과 진지위가 동시에 전위에 올라갔을 때 두 선수가 A-B속공을 동시에 뜨면서 상대 블로커를 교란시키기도 했다. 심지어 본 포지션이 세터인 정진혁이 공격수로 나서 공격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들에 대해 유광우는 “선수들끼리 새로운 전략을 많이 만들어간다. 거기에 감독님이 ‘이런 건 어떠냐’는 식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추가해주신다. 서로 좋은 아이디어들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전략을 만들어갔다”고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앞으로 더 보여줄 새로운 것들이 있냐는 질문에는 “경기에서 보여주겠다. 무궁무진하게 만들 수 있다. 감독님에게는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있다”며 웃어보이기도 했다.

이날 유광우는 상대 블로커를 완벽하게 속이는 패스도 몇 차례 선보였다. 노 마크 패스를 성공시켰을 때의 기분을 묻자 유광우는 “그 순간은 세터로서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다. 다만 그 과정이 만들어지기까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한다. 코칭스태프, 리시버, 공격수 모두가 제 역할을 해야 나오는 순간이다. 그런 노 마크 패스는 나 혼자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닌, 모두가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는 베테랑다운 답변을 내놓았다.

“준결승 진출이 확정됐지만, 어차피 사람이 없어서 로테이션을 돌릴 수 없는 상태”라며 헛웃음을 터뜨린 유광우는 인터뷰를 마치며 “가용 인원이 적어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냥 가볼 수 있는 곳까지는 가보고 싶은 마음이다. 그게 준결승일지, 결승일지, 우승일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밀어붙여보겠다”며 다부진 포부를 전했다. 과연 총사령관 유광우와 대한항공이 이번 대회에서 맞이할 결말은 무엇일지 주목된다.

사진_구미/김희수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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