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새 경기구와 아시아쿼터는 V리그를 어떻게 바꿀까

김종건 / 기사승인 : 2023-07-17 08: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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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많고 탄성이 좋은 미카사 V200W 특성에 맞는 리시브와 전략적인 서브가 필요한 새 시즌

통산 20번째 시즌을 앞둔 V-리그는 중요한 2개의 결정을 내렸다.
첫 번째는 아시아쿼터다. 5년이나 뜸을 들이다 시행되는 새로운 제도는 2005-2006시즌부터 등장했던 외국인 선수 도입 이후 처음으로 코트 안의 6명 선수단 구성에 변화를 유도했다. 우리와 체격 조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아시아 국가의 남녀 14명이 리그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두 번째 결정은 경기구의 교체다. 19시즌을 함께 해온 공을 국산 브랜드 스타에서 일본산 브랜드 미카사로 바꿨다. 두 제품 모두 FIVB의 공인구라 큰 차이는 없겠지만 회사별로 제품마다 미묘한 감각적인 차이는 있다. 이것이 경기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궁금하다. 찻잔 속의 태풍일 수도, 팀 성적에 큰 영향을 주는 중대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아시아쿼터는 토종 선수 프리미엄으로 몸값이 기량 이상으로 오른 상황에서 문제해결과 각 팀의 전력 평준화를 위해 도입됐다. 필요한 선수의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을 이루는 상황에서 우수한 토종 선수의 공급에 문제가 생기자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이다. 몇몇 구단은 “이번 기회에 국적과 관계없이 아시아쿼터를 포함해 외국인 선수를 2~3명으로 늘리자”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아시아쿼터의 성공 여부는 토종 선수는 물론 배구 꿈나무들에게도 중요하다.

최근 벌어졌던 AVC아시아클럽선수권과 AVC챌린지컵회에서 뼈아프게 확인한 것이 있다. 우리의 배구 기량은 이제 아시아권 어느 팀과 붙어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일본 중국 이란 태국이 문제가 아니다. 4강도 안심하지 못한다. 다가올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갈수록 걱정스러운 이유다. 청소년 대표팀마저 아시아 정상과는 거리가 멀다. 간신히 3~4위를 유지하지만 다른 나라의 도전에 점점 고전하고 있다. 결국 이들이 성장해서 국가 대표팀의 주전이 된다. 지금의 성적도 그렇지만 미래마저 걱정스럽다. 만일 국제 대회가 아닌 V-리그에서도 최근의 현상이 확인된다면 프로구단은 어떤 선택을 할까. 20년 가까이 투자했지만 큰 성과는 없는 신인 드래프트와 유소년 육성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할지 모른다.

 


선수 구성 만큼이나 눈에 띄는 변화는 경기구의 교체다.
리그 출범 이후 19시즌을 함께했던 스타와 작별하고 일본의 미카사 제품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 결정이 나오기까지 물 밑에서 다양한 얘기가 오갔다. 단순한 경기구 교체가 아니라 그 속에 많은 것이 포함됐기에 최종 결정까지는 모두가 조심스러웠다. 사실 스타나 미카사 모두 국제배구연맹(FIVB)이 원하는 기준을 모두 충족한 제품이기에 교체의 이유는 공의 품질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그런데도 교체를 선택했던 KOVO는 조원태 총재의 3번째 임기 정책의 기본 방향을 ‘글로벌 스탠다드(국제적인 기준)’로 정했다.

우리만의 갈라파고스가 되지 않기 위해 지금 KOVO는 많은 것을 바꾸려고 한다. 그동안 로컬룰이라는 애매한 이름으로 통용되던 것들도 FIVB의 규정을 따르는 것으로 방향을 재설정하려고 기술위원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개방과 경쟁을 통해 우물 안 개구리로 지내던 배구계에 다양한 자극을 주고 국제 경쟁력을 높이려고 한다. 물론 이런 노력은 KOVO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대한배구협회와 어떤 식으로건 손을 잡아야 한다.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감수해가며 배구 생태계를 바꾸는 혁신을 해야 가능한 일이기에 말처럼 쉽지도 않다.

 

경기구의 교체를 반대하는 쪽은 그동안 힘들게 키워온 국내 스포츠 산업의 자생력 상실을 걱정했다. 그 나라의 프로 리그가 영세한 국산 브랜드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충분히 명분이 있었다. V-리그는 토종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그동안 외국인 선수 숫자를 1명으로 제한해왔다. 지금도 몇몇 팬은 토종 선수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 선수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정반대의 의견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배구 경쟁력을 높이려고 토종 브랜드를 버리는 것이 과연 논리적으로 맞는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어떤 선택을 하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가운데 결정은 나왔다. 다행스럽게도 대한배구협회가 3년간 스타와 계약을 맺은 상태였고 KOVO는 프로 팀을 제외하고 자신들이 주관하는 유소년대회에 스타의 제품을 사용하는 절충안을 마련하면서 매끄러운 변화를 유도했다. 미카사는 앞으로 3년 간 스타와 같은 조건으로 남녀 14개 구단의 공을 공급한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단 각 구단에 해마다 100개의 공을 무상으로 공급한다. 추가로 구단이 필요할 경우, 기존 판매가에서 할인된 금액으로 살 수 있게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스타를 사용했을 때보다는 공을 구매하는 비용 부담은 커진다. 두 제품의 가격 차이는 약 4만원 정도다. 통상적으로 구단은 1년에 150~200개의 공을 사용한다. 이번 경기구 교체로 구단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액수는 그리 많지 않다.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는다.

 

 

 

그동안 여론이 경기구의 교체를 요구했던 것은 대표팀의 국제 경쟁력 약화 때문이었다. 이들은 대표팀의 성적 부진의 이유 가운데 하나로 경기구의 차이를 들었다. 국제 대회에서 쓰는 미카사 제품을 리그에서 사용하지 않다 보니 준비 시간이 짧은 대표선수들이 국제 대회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공의 차이가 팀의 성적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치겠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공을 바꾼다고 지던 팀이 이기지는 않는다. 지금 남녀 대표팀의 경쟁력 약화는 대표 선수의 뒤떨어진 기량과 피지컬, 대표팀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 결여, 대한민국 배구 인적 자원의 고갈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제는 대표팀이 부진해도 공을 핑계로 댈 수 없게 됐다.

이미 각 구단은 새 경기구 미카사 V200W를 가지고 훈련을 시작했다.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감각에 대한 차이점 이다. 이 가운데 가장 자주 들리는 얘기가 탄성과 변화다.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과학적으로 파악된 것은 아니지만, 내 경험이나 느낌으로 말하자면 미카사는 스파이크 서브를 때렸을 때는 이점이 적다. 스파이크 서버에게는 독이 되고, 리시버는 이득이다. 반면 플로터 서브 때는 흔들림이 더 커져서 서버들에게 도움이 되고, 리시버들은 받기 힘들다. 미카사의 특성을 잘 살리는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KGC인삼공사 고희진 감독도 비슷한 분석을 했다. “탄성이 스타보다 낫다. 디그 하기에는 미카사가 낫다고 보고 있다. 리그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본다. 리시브 때 정말 정교하게 받아야 한다. 시즌 뒤 개인 순위표를 볼 때 선수들의 리시브 효율은 떨어질 수 있고 서브 성공률은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했다. 결국 모든 팀이 얼마나 더 전략적으로 새로운 공에 맞는 서브를 넣고 리시브를 효율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승패에 큰 영향이 생길 전망이다.

선수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미카사는 언더핸드로 공을 받을 때 튀는 반경이 조금 더 크다. 공격을 때릴 때도 스타보다 힘이 조금 덜 실리는 느낌이다.” “미끈거려서 서브를 받을 때 약간의 어려움이 있다. 미카사는 이전보다 더 빠르게, 한 발짝 일찍 움직여야 할 것 같다.” “탄성이 다르다. 대표팀에 다녀온 선수들은 적응할 것이 없지만, 대표팀에 간 적이 없는 선수들은 당장 적응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 보고 있다.” 등의 다양한 얘기를 했다.

 


선수의 기량이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고 지난 시즌과 리그의 선수 구성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가정 아래 새로운 경기구가 만들 리시브 효율의 변화는 지금 모든 팀이 받은 공통의 숙제다. 이와 더불어 서브의 형태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질 수 있다. 흥미롭게도 최근 FIVB는 청소년 대회에서 오버헤드 리시브를 금지하는 새로운 규정을 테스트하고 있다. 새로운 룰이 경기를 더욱 박진감 있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FIVB는 공식적으로 규정을 변경할 것이다. 결국 언더핸드로 공을 안전하게 받아서 올리는 배구의 가장 기본적인 리시브 기술을 가진 선수만이 삼아 남을 확률이 커진다. 미카사가 던진 새로운 숙제를 받은 남녀 14개 구단은 지금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다. 과연 어느 팀과 선수들이 최고의 해답을 찾을까.

 

사진 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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