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남자배구대표팀이 2023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대회 첫 우승이다. 그 수장은 박기원 감독이다.
태국은 지난 1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AVC 챌린지컵 결승전에서 바레인을 3-0(25-20, 25-20, 25-16)으로 누르고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태국은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한국과 나란히 예선 B조에 편성됐다. 한국과의 첫 경기에서 0-3으로 패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를 3-0으로 격파하면서 조 2위 기록, 12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12강전에서는 홍콩을 3-1로 제압했고, 8강에서는 인도네시아를 만나 극적인 3-2 승리를 거뒀다. 기세가 오른 태국은 4강에서 베트남을 3-1로 꺾었고, 바레인을 넘어 정상에 등극했다.
한국은 B조 1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대진운도 따랐다. 12강전에서 몽골을 3-0으로 누른 뒤 4강으로 직행했다. 바레인에 발목이 잡혔다. 0-3으로 패했다. 3위 결정전에서 베트남을 3-1로 제압하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태국은 이 대회 2018년 이라크, 2022년 키르키즈스탄에 이어 세 번째 우승팀이 됐다.
박기원 감독은 올해 2월부터 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됐다. 5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셈이다. 그야말로 태국의 깜짝 우승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5월에 열린 동남아시안(SEA)게임에서 태국은 4위에 그쳤다. 당시 우승팀은 인도네시아였다. 캄보디아와 베트남이 2,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15일 태국 매체 ‘타이라스’에 따르면 박기원 감독은 “처음부터 우승이 목표는 아니었다. 우리가 훈련한 것과 경험을 바탕으로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했다. 준결승 진출 이후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고, 결승전에서는 즐기라고 했다. 선수들 덕분이다”며 우승 소감을 밝혔다.
태국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오는 7월 27일부터 30일까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국제배구연맹(FIVB) 챌린저컵 출전권을 얻었다. 챌린저컵에는 개최국 카타르와 아시아 대표 태국을 포함해 튀니지, 칠레, 도미니카공화국, 튀르키예, 우크라이나, 중국이 출격한다. 이 대회 우승팀은 내년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로 승격한다. 태국의 첫 상대는 카타르다.
아울러 태국은 AVC 챌린지컵 한국전 패배 이후 결승전까지 5연승을 질주했다. FIVB 랭킹 포인트까지 차곡차곡 쌓았다. 세계랭킹 58위가 됐다. 아시아 내에서는 일본(6위), 이란(10위), 카타르(21위), 중국(25위), 한국(32위), 호주(37위), 대만(44위), 파키스탄(52위), 베트남(56위)에 이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태국 대표팀의 우승으로 배구 팬들의 기대감도 크다. ‘태국 남자배구 발전을 위해 온 박기원 감독님 감사하다’, ‘태국 선수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가 있다면 태국 남자배구가 더 높은 곳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1951년생 박기원 감독은 해외 지도자 경험이 풍부한 사령탑 중 한 명이다. 박 감독은 미들블로커 출신으로 1979년 당시 국내 최초로 이탈리그 진출에 성공했고, 1982년부터는 이탈리아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여자배구팀까지도 맡은 바 있다. 이탈리아에서만 2003년까지 지휘봉을 잡았다. 2002년부터 3년 동안 이란 남자배구대표팀 사령탑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2007년 한국 V-리그 KB손해보험의 전신인 LIG손해보험 감독으로 3시즌을 보냈고, 2011년부터 3년간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을 지휘하기도 했다. 2016년부터는 대한항공 감독으로 4시즌을 소화했다. 3년 만에 태국 사령탑이 된 박 감독의 도전은 계속된다.
한편 태국의 1999년생 아웃사이드 히터 아누락 판람은 AVC 챌린지컵 MVP와 베스트 아웃사이드 히터로 선정됐다. 베스트 미들블로커에는 태국의 캡틴인 키사다 닐사와이, 한국의 김민재가 뽑혔다. 황택의도 베스트 세터상을 수상했다. 준우승을 차지한 바레인에서도 베스트7 3명이 나왔다. 아포짓 알리 카미스, 아웃사이드 히터 모하메드 야쿠브, 리베로 아이만 하룬이 그 대상이다.
사진_A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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