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이 조 트린지 감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발전을 원하는 팀의 방향성이었다.
페퍼저축은행이 지난 6월 30일 미국 출신 조 트린지 신임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같은 달 25일 아헨 킴 전 감독이 가족 관련 사정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팀을 떠나게 되면서 다가오는 컵대회와 차기 시즌 준비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었지만, 5일 만에 새로운 감독을 구하면서 상황을 수습했다.
조 트린지 감독은 전임자인 아헨 킴 이상으로 굵직한 커리어를 쌓아 온 인물이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의 테크니컬 코디네이터와 코치를 맡아 2014년 세계선수권 우승과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동메달에 기여했고, 2021년에는 감독직을 맡은 경험도 있다. 2022년에는 캐나다 남자배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출전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또한 트린지 감독은 데이터 분석에 있어서도 풍부한 경험을 갖췄다. 미국의 스포츠 분석학 회의인 MIT 슬론 스포츠 애널리틱스 컨퍼런스의 멤버이며, 배구 관련 통계 분석 뉴스레터 플랫폼 ‘Smarter Volley’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처럼 풍부한 경험과 높은 지명도를 갖춘 트린지 감독을 페퍼저축은행은 어떻게 발 빠르게 영입할 수 있었을까. <더스파이크>와의 전화 인터뷰에 응한 구단 관계자와의 대화를 통해 트린지 감독의 선임 이유와 배경을 들을 수 있었다.
“누군가로부터 소개를 받아서 접촉하지 않았다. 우리가 직접 찾아서 연락도 직접 했다”고 밝힌 구단 관계자는 “아헨 킴 전 감독을 선임했을 때부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우리의 기조는 우리 팀을 계속해서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었다. 트린지 감독은 거기에 적합한 인물이었다. 데이터 기반의 배구를 할 수 있는 인물이었고, 경력도 탄탄했다”고 밝히며 감독 선임의 핵심은 페퍼저축은행의 발전과 성장에 있었음을 전했다.
이어서 관계자는 “또 하나 중요했던 것은 합류 시점이었다. 바로 팀에 합류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지금 당장 팀에 합류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지 않나. 마침 트린지는 그게 가능한 인물이었다. 타이밍이 너무 좋았다”며 시기적인 운도 맞아떨어졌음을 밝혔다. 또한 그는 “트린지가 현재 미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카치 키랄리 감독과 함께 일했었다. 그래서 키랄리 감독과도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트린지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이처럼 순조롭게 페퍼저축은행에 합류한 트린지 감독이지만, 페퍼저축은행의 팬들은 물론 V-리그 팬들 모두가 염려하는 부분이 있다면 갑자기 팀을 떠난 아헨 킴 전 감독과 같은 뜻밖의 상황이 또 다시 벌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어떤 감독을 선임하든 사전 검증은 철저히 한다. 아헨 킴 때도 그랬고, 트린지를 영입할 때도 마찬가지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아헨 킴의 사임에 대해서도 밖에서는 깔끔하지 않아 보일 수 있겠지만, 구단과 아헨 킴은 서로 간에 충분한 대화를 나눴고 계약 해지 결정에 대한 합의도 원만히 이뤄졌다. 아무리 사전 검증을 철저히 해도 갑작스러운 개인 이슈까지 모두 검증하고 통제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라며 아헨 킴 전 감독의 사임 사태는 뜻밖의 변수가 발생했을 뿐, 트린지 감독에 대한 검증 절차가 무난히 이뤄졌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트린지 감독이 언제 한국으로 들어오는지를 물었다. 관계자는 “9일에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다. 아내와 4살 딸도 함께 오고, 모두 광주에서 거주할 예정이다. 입국 후에 서류 정리·시차 적응 등을 위한 시간이 좀 필요해서, 본격적인 훈련 지휘를 언제부터 할지는 입국 후에 다시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라는 답변을 들려줬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불행한 일이나 상황이 노력과 의지, 행운 등으로 인해 행복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아헨 킴 전 감독이 4개월 만에 팀을 떠난 것은 분명 페퍼저축은행으로서는 초대형 악재였다. 다행히 페퍼저축은행은 발 빠르게 움직여 조 트린지 감독을 영입했다. 과연 그들의 신속한 대처가 전화위복이 되어 팀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끌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진_구단 제공, 더스파이크DB(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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