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인생을 뒤흔들 수도 있는 과감한 선택에 대해 한태준은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것들에만 집중하며 나아가고 있었다.
2004년생의 젊은 세터 한태준은 지난 2022-2023시즌 신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우리카드에 합류했다. 수성고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 대신 빠른 드래프트 참여를 선택한 한태준은 지난 시즌 18경기-45세트에 출전했다. 원 포인트 서버로 나선 세트들이 많다는 것을 감안해도 신인치고는 적지 않은 숫자였다.
그리고 이번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부터 한태준은 주전 세터로 나서고 있다. 기존 주전이었던 황승빈이 1:1 트레이드(⟷ 한성정)를 통해 KB손해보험으로 이적했기 때문. 주전으로 나선 첫 경기였던 지난 대한항공전은 다소 아쉬움이 남았지만, 8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펼쳐진 KB손해보험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는 달랐다. 한층 빠르고 여유로워진 경기 운영과 날카로운 서브로 팀의 셧아웃 승리(25-19, 25-19, 25-19)를 이끌었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한태준은 “100%까지는 아니었지만, 첫 경기보다는 형들도, 저도 여유를 좀 찾은 것 같았다”며 짧은 경기 소감을 전했다. 첫 경기와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었는지 묻는 질문에는 “첫 경기에는 저를 포함해 팀 전체적으로 서브가 약했다. 그러다보니 상대의 패턴 플레이가 자유로워지면서 경기가 어려워졌다. 그 부분을 보완하는데 주력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태준은 대학 입학을 포기하고 빠르게 프로 무대에 입성하는 길을 선택했다. 가끔은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운 마음이 들지는 않을까 궁금했다. 그러나 한태준은 당찼다. 그는 “드래프트에 참가하기 전에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나오라는 사람도, 나오지 말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결국 드래프트에 나간 것 자체에 대해서는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좋은 팀에 왔고, 만족하면서 배구하고 있다”고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태준에게도 작은(?) 고충은 있었다. 바로 형들과의 세대 차이였다. 한태준은 “세대 차이는 많이는 아니고 조금 난다(웃음). 노래 취향부터 좀 다르다. 내가 모르는 노래를 형들이 자꾸 틀어달라고 하는데, 솔직히 이걸 왜 듣나 싶다. 형들도 내가 듣는 노래 들으면 같은 반응이다. 제목은 잘 모르는데, 무슨 80년대 노래 같은 거더라. 저는 최신 음악 차트 위주로 듣는 편”이라며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한태준의 젊은 패기는 이날 우리카드의 주된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 과연 신 감독의 바람대로 그가 젊은 패기에 기술적 노련함까지 더하며 우리카드의 새로운 야전 사령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진_구미/김희수 기자, KOVO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