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이 한국 땅을 밟았다. 대표팀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충격적인 결과였다. 감독도, 선수들도 어두운 표정이었다.
대표팀은 16일 오후 대만을 떠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한국은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3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을 3위로 마치고 돌아왔다.
당초 한국의 목표는 우승이었다. 하지만 4강에서 바레인에 발목이 잡히면서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3위 결정전에서는 베트남을 제압하며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세터 황택의와 김민재는 각각 베스트 세터, 베스트 미들블로커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회 우승컵은 박기원 감독이 이끄는 태국에 돌아갔다. 바레인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 우승팀은 오는 7월 27일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국제배구연맹(FIVB) 챌린저컵에 출전한다. 이 대회 우승팀은 내년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로 승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도 AVC 챌린지컵 우승으로 작년에 출전했던 FIVB 챌린저컵 출전을 노렸지만 무산됐다.
대회 초반 흐름은 좋았다. 한국은 예선 B조에서 태국,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조 1위로 12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대진운도 따랐다. 8강 없이 바로 4강으로 올라간 것. 12강 몽골전까지 대회 3경기 연속 3-0 완승을 거두면서 FIVB 랭킹도 끌어 올렸다. 33위에서 29위로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바레인전 패배 타격이 컸다. 다시 32위로 하락한 상황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임도헌 감독은 "처음으로 국제대회에 나가는 선수들도 있었다. 선수들간의 호흡 등이 부족했지만 경기를 하면서 나아졌다"면서 바레인전 패배에 대해서는 "바레인의 집중력이 좋았다. 그리고 우리는 아웃사이드 히터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선수들이 늘 좋을 수는 없다. 보이지 않는 범실도 많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 이후 대회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바레인은 수비가 된 상황에서 빠른 공격 전환으로 한국을 괴롭혔다. 이에 임 감독은 "우리도 디그 후 공격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쓴다. 어느 팀이든 똑같다. 서브가 강해지면서 퍼펙트한 리시브 비율이 줄어들었다. 디그를 해서 반격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관건이다. 박빙의 팀들끼리 붙으면 여기서 승부가 결정된다. 우리도 더 효과적인 훈련을 찾겠다"고 설명했다.
차후 대표팀 선수 구성 변화에 대해서는 "조율이 필요하겠지만 1, 2명 정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여름에 같이 고생했던 이 선수들 위주로 가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대표팀 주장을 맡은 황택의도 아쉬움이 크다. 황택의는 “확실히 아시아권에 있는 팀들이 많이 올라왔다. 경기를 하면서도 선수들도 느낀다. 서브나 리시브, 기본기도 상대팀보다 낫다고 생각이 안 들정도로 아시아 팀들의 실력이 좋아졌다”면서 “선수들끼리 무조건 우승하고 오자고 얘기를 했었다. 하지만 이번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받는데 창피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황택의는 올해 대표팀 캡틴이자 주전 세터 역할을 맡았다. 이에 "사실 출국 전에 부담감이 컸다. 경기를 뛰면서 이기는 것만 생각하고 뛰다보니 부담감이 줄어들었다"면서 "나도 주장이 처음이라 어려운 점이 있었는데 형들이 많이 도와줘서 고마웠다"고 전했다.
끝으로 황택의는 "다음 대회까지 시간이 남아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들 개개인이 느꼈던 부분도 크다.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대화를 많이 하면서 잘 준비해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한국은 오는 8월 19일부터 26일까지 이란 테헤란에서 열리는 제22회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에 출격할 예정이다. 9월 19일부터 26일까지는 항저우아시안게임이 펼쳐진다. 대표팀은 18일 바로 소집돼 다시 훈련에 돌입할 계획이다.
사진_인천국제공항/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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