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최대 고비를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했다. 그 중심에는 양효진이 있었다.
현대건설이 16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경기에서 페퍼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1(23-25, 25-15, 26-24, 25-19)로 꺾고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반드시 승점 3점을 따야 하는 부담스러운 경기였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결코 쉽지 않은 정규리그였다. 시즌 중반까지 탄탄한 뎁스와 안정적인 플랜 A를 앞세워 선두 자리를 지켰지만, 김연경의 공수 양면 맹활약과 레이나 토코쿠(등록명 레이나)의 반등, 교체 외인 윌로우 존슨(등록명 윌로우)의 활약까지 이어진 흥국생명의 거센 압박에 고전하기도 했다.
흥국생명이 잘한 것도 있었지만, 현대건설이 스스로 흔들린 것도 큰 문제였다. 특히 시즌 후반 아웃사이드 히터들의 부진이 뼈아팠다. 전력의 핵심이라고 평가받던 위파위 시통(등록명 위파위)이 어깨 부상 이후 급격히 기량이 저하된 모습을 보였고, 정지윤은 시즌이 끝나갈 시점까지 기복에 시달렸다. 김주향과 고예림은 주전으로 긴 시간을 뛸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지 못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강했다. 이 모든 악재들과 순위 싸움의 부담감을 이겨내고 최대 고비를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양효진과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가 있었다. 이번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양효진은 서브와 블로킹으로 결정적인 순간마다 흐름을 지배했고, 모마는 경기 내내 압도적인 결정력으로 팀의 선봉에 섰다. 두 선수의 존재는 페퍼저축은행과의 사이드 아웃 싸움에서 현대건설이 압도적인 우위에 설 수 있는 이유였고, 이는 결국 승점 3점과 정규리그 1위로 이어졌다.
특히 지금 양효진의 정신력은 일반인의 그것을 아득히 초월한 수준이다. 경기 후 인터뷰실에 들어온 양효진은 “지금 목에 통증이 꽤 있다. 운동을 할 때는 물론 일상생활을 할 때도 하루 종일 힘들다. 계속 누워 있어야 하고, 마사지를 받아야 한다. 왜 하필 지금 아플까 하는 마음도 컸다”고 자신의 몸 상태와 힘든 부분들을 먼저 설명했다.
그런 양효진은 지금 어떻게든 고개를 위로 들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고개를 위로 들어야 서브 토스도 볼 수 있고, 블로커들의 손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난 두 시즌의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내기 위함이고, 또 현대건설을 사랑해주는 팬들의 진심에 보답하기 위함이다.
“많은 팬 분들을 뵐 때마다 배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팬 여러분들의 응원 자체가 언제나 큰 힘이 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팬들에게 감사를 전한 양효진은 “이제는 그냥 해봐야 된다. 매 경기가 중요한 경기일 것이고, 끝까지 집중하는 팀이 이길 것이다.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겠다. 팀적으로도 어떻게든 내실을 다져 우리의 장점이었던 팀워크를 되찾아보겠다”며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향한 의지를 다졌다.
양효진을 필두로 현대건설의 모든 구성원들이 품은 간절함이 결실을 맺으며, 현대건설은 적진 한 가운데서 축포를 터뜨렸다. 훌륭한 성과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다. 최종적으로는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야만 한다. 그래야만, 본인들을 괴롭혔던 지난 두 시즌간의 길었던 이야기를 해피엔딩으로 끝낼 수 있는 현대건설이다. 그리고 양효진은 그 해피엔딩을 위해, 더 높은 곳을 향해 고개를 들어 올리려고 한다.
사진_광주/김희수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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