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협은 또 하나의 수련선수 신화를 써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단양 프리시즌]

단양/김희수 / 기사승인 : 2023-09-18 20: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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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업존에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는 수련선수에서 팀의 소중한 원 포인트 서버가 되기까지 이준협은 수많은 노력을 했다. 그리고 이제는 출전시간을 늘리기 위해 또 한 번의 담금질에 나선다.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정규 지명 라운드가 모두 끝난 뒤 지명이 이뤄지는 수련선수는 V-리그의 인턴 또는 수습사원 같은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팀과 함께 동행하고 훈련하지만, 정식선수로는 인정받지 못한다. 등록선수로 전환돼 선수 명단에 오르기 전까지는 경기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뛸 수도 없다.

1라운드에 지명된 선수도 한 시즌이 지나면 방출을 걱정해야 하는 요즘, 수련선수가 경쟁에서 살아남아 정식선수로 전환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래서 V-리그 팬들은 수련선수 출신으로 정식선수가 된 뒤 유의미한 커리어를 쌓은 선수들에게 ‘수련선수 신화’라는 영광스러운 수식어를 붙이곤 한다. 김홍정(KB손해보험), 김다솔(흥국생명), 박민지(IBK기업은행) 등이 수련선수 신화를 써내려간 주인공들이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수련선수 신화를 꿈꾸는 선수가 있다. 바로 현대캐피탈의 세터 이준협이다. 2022-2023 V-리그 남자부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수련선수로 현대캐피탈에 입단한 이준협은 2022년 12월 1일자로 현대캐피탈의 정식 등록선수가 됐고 이후 팀의 원 포인트 서버로 활약하며 봄배구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게는 잊을 수 없는 프로에서의 첫 시즌이었다.

18일 단양 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의 2023 프리시즌 남자프로배구대회 2일차 경기를 마친 이준협을 숙소 로비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준협은 “비시즌을 처음 치러보다 보니 어떻게 보내야 할지 잘 몰랐는데, 휴가 이후 체계적으로 몸을 만들면서 시간을 잘 보냈다. 시즌이 다가온 최근에는 기술 훈련도 하고 있다”고 비시즌 근황을 먼저 소개했다. 그는 “태국 전지훈련에서 태국 대표팀과 연습 경기를 해본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좋은 경험이었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비시즌 에피소드도 함께 소개했다.

수련선수로 입단해 등록선수가 되고 봄배구 무대까지 진출했던 지난 시즌은 이준협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는 “사실 드래프트가 끝났을 때는 많이 실망했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계속 열심히 했던 게 (등록선수 전환에) 크게 작용했다”며 지난 시즌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데뷔전이었던 도드람 2022-2023 V-리그 5라운드 삼성화재전도 기억이 나는지 묻자 이준협은 “기억난다. 큰 기대는 없었는데 경기에 나서게 됐다. 긴장이 많이 될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서브를 때릴 수 있었다”며 담대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데뷔전은 물론이고,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나섰던 경기들도 모두 기억에 남는다. 첫 시즌임에도 봄배구 무대에 나서볼 수 있었다는 게 나에게는 소중한 경험이었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대학교 때까지의 배구와 프로에서의 배구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도 물었다. 이준협은 “프로에서는 선수들마다 중점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 정해져 있는 것이 다르다. 대학 때까지는 모든 것들을 다 잘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연습을 했다면, 프로에서는 내가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확실한 무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대답을 들려줬다.

이준협은 자신의 주무기인 날카로운 서브를 앞세워 주로 원 포인트 서버로 출장하고 있지만, 본 포지션은 세터인 선수다. 세터로서의 출전에 대한 욕심은 없는지 묻자 이준협은 “지금 당장은 내 강점인 서브를 더 열심히 준비할 것이다. 그러면서 포지션 훈련도 함께 열심히 하다보면 기회가 올 것이다”라며 의젓한 대답을 내놨다.

“지난 시즌에 아쉽게 준우승을 했으니 이번 시즌에는 꼭 우승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더 많은 경기에 나서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이준협은 인터뷰를 마치며 “이번 시즌에는 꼭 우승할 수 있도록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팬 여러분들도 지난 시즌에 그러셨던 것처럼 열심히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며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어떠한 미래도 보장돼 있지 않은 수련선수에서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원 포인트 서버가 되기까지 이준협은 계속 버티고 노력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고 성취를 낳는다는 진리를 깨달은 이준협이 이룩할 다음 성취는 무엇일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사진_단양/박진이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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