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우는 솔직했다. 변화에 흔들리고 있다는 걸 인정하기 싫었던 과거도, 아웃사이드 히터로 코트를 밟고 싶은 욕심도 스스럼없이 밝혔다.
이시우는 V-리그의 수많은 원 포인트 서버들 중에서도 돋보이는 인기와 실력을 갖춘 선수다. 원 포인트 서버로는 이례적으로 전용 응원가와 홈 경기장에서의 시각 효과까지 가지고 있을 정도다.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이시우가 서브 라인에 들어서면 현대캐피탈의 팬들은 퀸의 ‘We will rock you’ 리듬에 맞춰 '천안 현대 이시우! 이시우!'를 외친다.
이처럼 리그를 대표하는 원 포인트 서버인 이시우는 4일 의정부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KB손해보험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귀중한 기록을 달성했다. 바로 역대통산 서브득점 100개(47호)를 달성한 것. 그는 2세트 15-16에서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와 리우 훙민의 사이 공간에 절묘하게 공을 떨구며 100번째 서브 득점을 올렸다. 이날 경기에서도 현대캐피탈이 KB손해보험을 세트스코어 3-0(25-21, 26-24, 27-25)으로 꺾으며 이시우는 개인기록 달성과 팀 승리라는 겹경사를 맞았다.
경기 후 이시우는 인터뷰실을 찾았다. 그는 “일단 이겨서 기분이 너무 좋다. 개인적으로는 서브득점 100개라는 기록을 세워서 기분이 더 좋다. 팬분들도 함께 축하해주셔서 더 좋았다”며 기쁜 표정으로 소감을 전했다. 서브득점 100개 기록을 의식하고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는 “두 경기 전부터 팬 분들이 알려주셨다. 그래서 어깨에 힘이 좀 들어갔는데(웃음), 힘을 빼고 잘 때려서 잘 들어간 것 같다”며 유쾌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이시우에게 서브득점 100개를 달성한 소감을 조금 더 자세히 물었다. 그는 “처음 팀에 왔을 때부터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었다. 원 포인트 서버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동기부여가 좀 떨어질 때도 있었지만, 가족들과 동료들이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준 덕분에 지금까지 내 역할을 잘 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늘 격려해주시고, 작은 누나는 내가 힘들 때마다 네가 해내야한다고 모진 말도 해줬다(웃음)”며 힘든 시간들을 극복한 과거를 돌아봤다.
이시우의 힘든 시간은 이번 시즌 초반까지도 이어졌었다. 비시즌 동안 치러진 비공식‧공식 경기들과 시즌 초반부의 경기에서 그의 서브 위력은 예전 같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이시우의 서브 컨디션은 최고조에 올라 있다.
이시우는 “시즌 초반에는 사용구가 바뀌어도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게 내 컨디션 저하의 원인이라고 인정하지도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공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졌던 건 사실이었고, 그로 인해 조금 힘든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연습과 경기를 통해 꾸준히 노력하면서 감각을 잘 찾았다”며 컨디션 회복의 비결로 솔직한 인정과 노력을 꼽았다.
이시우에게 서브 루틴에 대한 소개도 부탁했다. 그는 “엔드라인에서 공 받고, 나가면서 한 세 번 튀기고, 공 굴리고 때리고. 신인 때부터 무의식중에 하던 건데 누가 나한테 루틴이라고 말해줬다. 그때부터 잘 지키고 있다. 또 팬 여러분들이 불러주시는 서브 타임 응원가가 경기 때도 너무 잘 들리는데, 그걸 다 듣고 나서 딱 서브를 때리면 타이밍이 잘 맞는 것 같아서 그렇게 한다”며 상세한 소개를 해줬다.
이시우는 리그 최고 수준의 원 포인트 서버지만, 그의 시선은 그 너머를 향해 있다. 그는 자신의 포지션인 아웃사이드 히터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진순기 감독대행 역시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시우는 원 포인트 서버가 아니라 서브를 아주 잘 때리는 아웃사이드 히터”라며 이시우의 가치를 원 포인트 서버로 한정하지 않는 이야기를 전했다.
진 감독대행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시우는 “가장 듣고 싶은 말 중 하나다. 원 포인트 서버도 좋지만, 아웃사이드 히터로서도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생각이 많다. 물론 내 포지션에는 허수봉이라는 큰 벽이 있다(웃음). 하지만 입단 동기 (허)수봉이가 잘하는 걸 보면 뿌듯하다. 힘든 경쟁 상대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해서 수봉이와 함께 코트에 나서고 싶다”며 아웃사이드 히터로도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서브득점 100개의 금자탑을 쌓아올린 이시우지만, 그는 만족을 모른다. 원 포인트 서버로서의 좋은 활약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경쟁자들이 즐비한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찾고자 한다. 솔직함을 무기 삼아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시우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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