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 리베로 김영준이 오재성의 공백을 지웠다. 2000년 10월 18일에 태어난 김영준이 뜻깊은 생일 선물을 받은 셈이다.
김영준은 18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1라운드 남자부 현대캐피탈전에서 선발로 나섰다. 팀은 3-0(25-17, 25-19, 26-24) 완승을 거뒀다.
지난 삼성화재의 개막전에는 주전 리베로 오재성이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이날 현대캐피탈 경기 직전에 오재성 결장이 불가피했다. 경기 전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은 “오늘 (오)재성이가 못 뛴다. 대상포진에 걸렸다. 다음 경기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2000년생 김영준은 2021-22시즌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4순위로 우리카드 지명을 받은 선수다. 3번째 V-리그를 맞이한 김영준은 오재성을 도와 묵묵히 준비를 해왔다.
이날 김영준은 결정적인 순간 멋진 디그로 랠리를 이어갔고, 공격수들이 랠리 마침표를 찍으며 팀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리시브 효율은 64.71%였고, 디그 14개 중 11개를 받았다.
3세트 1점 차 승부 속에서 김영준의 수비도 빛났다. 3세트 10-12에서 김영준의 디그로 랠리를 이어갔고, 우리카드가 연속 득점을 가져오면서 12-12 균형을 이뤘다. 3-0 승리의 발판이 된 셈이다.
‘승장’ 신 감독의 표정도 밝았다. 김영준에 대해 “아주 잘해줬다. 영준이의 결정적인 디그 3, 4개 덕분에 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열심히 훈련을 했다. 아주 잘했다”고 평을 내렸다.
수훈 선수 인터뷰가 처음인 김영준도 활짝 웃었다. 김영준은 “오늘 오랜만에 주전 리베로로 먼저 들어가서 긴장을 많이 했다. 경기를 하면서 잘 되다보니 긴장이 풀리면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며 “감독님이 늘 뒤에서도 준비를 하고 들어갔을 때 주전만큼 빈틈없이 해야 한다고 말해주셨다. 긴장했지만 최선을 다했다”며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어 “오늘 생일이다. 경기 전에 재성이 형이 못 뛴다고 정해졌을 때 형들이 ‘너가 MVP 할 것이다’고 말하면서 자신감을 심어줬다. 경기 끝나고도 ‘내 마음속의 MVP는 너다’라고 칭찬을 해줬다”고 덧붙였다.
김영준은 베테랑 리베로 오재성이 2022년 우리카드로 이적하면서 도움을 받고 있다. 김영준은 “재성이 형이 오고 나서 리시브, 수비 등 모든 부분에서 배우고 있다. 형의 자세나 감이 좋기 때문에 선의의 경쟁이지만 내가 따라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김영준은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세터 포지션으로 뛰었다. 이단 토스도 자신있다. 옆에 있던 주전 세터 한태준은 김영준에게 “나보다 더 잘한 것 같다”며 웃기도 했다. 김영준은 “그래도 올해는 재성이 형이 대표팀에 발탁되면서 비시즌 내가 A팀에서 훈련하는 경우가 많았다. 패스 호흡이나 디그 후 이단 토스를 맞춰보면서 볼 운동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감독님, 코치님도 토스가 장점이니깐 코트 위에서 뺏기지 말고 하라고 하셨다. 믿음을 주셔서 더 자신있게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시 오재성이 복귀하면 김영준은 웜업존에서 출발한 가능성이 높다. 이에 김영준도 “오늘 경기로 인해서 리시브 자신감을 갖고, 다음 경기에서도 리베로든 후위 3자리에 들어가든 자신감을 안고 뛸 수 있을 것 같다”며 힘줘 말했다.
한편 김영준의 DNA도 남다르다. 부모님이 모두 운동을 하셨다. 아버지는 고등학교 때까지 태권도를, 어머니는 중학교 때까지 육상 선수로 뛰었다. 생일을 맞이해 김영준은 “부모님에게 낳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지금까지 내 배구 인생에 있어서 부모님이 뒷받침을 해주셨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배구를 할 수 있었다. 더 잘하는 모습으로 효도하고 싶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진_장충/이보미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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