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은 배구에도 통용되는 것 같다. 1464일 만에, 의정부에서 역사가 반복됐다.
KB손해보험이 6일 의정부 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진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OK금융그룹을 세트스코어 3-0(25-20, 25-23, 25-17)으로 완파했다. 이 경기 전까지 12연패에 빠져 있던 KB손해보험은 이날 승리로 2019-2020시즌에 기록했던 팀 역대 최다 연패 기록(12연패)을 경신하는 불명예를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이날 KB손해보험의 승리에는 흥미로운 역사의 반복이 담겨 있었다. 바로 상술한 2019-2020시즌의 12연패를 끊는 승리와 이날의 승리가 무척 닮아 있다는 점이다. 당시에도 12연패에 빠져 있던 KB손해보험은 2019년 12월 3일, 2019-2020 V-리그 3라운드 경기를 치르기 위해 의정부 실내체육관으로 OK저축은행(현 OK금융그룹)을 초대했다. 12월 초에 의정부에서 OK금융그룹을 상대로 치러진 3라운드 경기였다는 점에서 6일의 경기와 닮은 점이 많았다.
심지어 흐린 날씨까지도 그때와 이번 경기가 일치한 가운데, 경기 결과 역시 같았다. KB손해보험이 셧아웃으로 OK금융그룹을 제압하며 지긋지긋한 연패를 끊었다. 두 경기에 모두 참여한 선수들도 있다. 한국민‧김홍정‧정민수‧홍상혁은 그때도 이번에도 코트에 나서며 팀의 연패를 끊는 데 일조했다.
물론 변한 것들도 있다. 한국민의 경우 4년 전에는 변경 전 포지션인 아포짓으로 나섰고, 14점을 터뜨렸다. 또 김홍정은 당시에는 하나의 블로킹도 잡지 못했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5개의 블로킹을 잡아냈다. 당시 경기의 최다 득점자였던 김학민(22점)은 이번 경기에서는 코치로 팀원들과 기쁨을 나눴다.
OK금융그룹 쪽에도 그때의 경기와 이번 경기에 모두 나선 선수들이 있다. 박원빈‧전진선‧이민규‧조국기‧곽명우가 그들이다. 이 선수들은 안타깝게도 그때도, 이번에도 KB손해보험의 연패 탈출 희생양이 됐다. 당시 OK저축은행의 외국인 선수도, 이번 경기 OK금융그룹의 외국인 선수도 등록명이 레오라는 점도 흥미롭다(OK저축은행 – 레오 안드리치, OK금융그룹 –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
이뿐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심판진에도 역사의 반복에 일조한 구성원들이 있다. 4년 전의 경기에서 선심을 맡았던 이보규 심판은 이번 경기에서도 선심을 맡았고, 4년 전 경기에서 함께 선심을 맡았던 심재일 심판은 이번 경기에서 대기심을 맡았다. 당시에 대기심을 맡았던 이주필 심판은 4년이 지나 심판위원으로 보직을 바꿔 이번 경기에 참여했다. 우연치고는 꽤나 소름 돋을 정도로 역사가 반복된 경기였다.
두 경기에 모두 출전해 기쁨을 맛본 김홍정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공교롭게도 또 OK금융그룹을 상대로 12연패를 끊었다”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이제 이 역사의 반복이 다음 경기들에서도 반복될지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4년 전의 KB손해보험은 OK저축은행을 상대로 연패를 끊은 뒤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을 연파하며 3연승을 달린 바 있다. 과연 2023년의 KB손해보험도 이 승리를 발판삼아 연승가도를 달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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