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폭주 기관차다. 3주차에도 일본의 거침없는 무패 행진이 이어졌다.
일본이 한국 시간 4일 필리핀 파사이 시티에서 펼쳐진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남자부 3주차 경기에서 중국을 세트스코어 3-2(24-26, 25-23, 21-25, 25-23, 15-12)로 꺾고 대회 9연승을 질주했다. 이날 일본은 중국의 높이에 고전하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블로킹 중국 17개-일본 5개). 그러나 날개 공격수들과 세터 세키타 마사히로가 다채로운 패턴 플레이 호흡을 끝까지 잘 맞췄고, 5세트에는 한 수 위의 집중력을 선보이며 간신히 무패 행진을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반면 중국은 장 징인이 경기 최다인 20점을 터뜨리며 분전했고 리 용젠도 중앙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서브(5-8)와 범실 관리(35-33)에서 일본에 밀린 것이 아쉬웠다. 승점 1점을 추가하는 데 그친 중국은 2승 7패(승점 6)로 12위에 올랐다. 무패 행진을 이어간 일본은 9승 무패(승점 24)로 선두 자리를 공고히 했다.
1세트 초반, 마치 홈경기인 듯한 팬들의 환호성을 등에 업은 일본이 중국을 압박했다. 오노데라 타이시의 서브 득점과 야마우치 아키히로, 니시다 유지의 연속 득점이 나오며 6-2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12-7에서는 타카하시 란이 연속 서브 득점을 터뜨리면서 점수 차를 두 배까지 벌리기도 했다. 중국의 주포 장 징인의 공격까지 이시카와 유키가 블로킹으로 차단한 일본은 넉넉한 점수 차로 앞서며 경기를 주도했다.
계속해서 뒤지던 중국은 리 용젠과 펭 쉬쿤이 중앙에서 분전했고, 뒤늦게 시동이 걸린 장 징인까지 합세해 활로를 뚫었다. 한 때 9점 차까지 벌어졌던 점수 차는 리 용젠의 블로킹 득점과 함께 18-22 4점 차까지 줄어들었다. 일본이 세트포인트에 도달한 이후에도 중국은 장 징인의 날카로운 서브를 중심으로 한 반격으로 계속 일본을 뒤쫓았고, 급기야 장 추안이 날카로운 반격으로 24-24 듀스를 만들었다. 장 징인의 서브 차례에만 연속 6득점을 올리며 25-24 역전에 성공한 중국은 리 용젠의 속공으로 26-24를 만들며 1세트 대역전승을 거뒀다.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한 일본은 타카하시 란의 연속 서브 득점을 앞세워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그러나 중국도 장 징인과 리 용젠의 연속 블로킹으로 반격하며 좋은 흐름을 뺏기려 하지 않았다. 좀처럼 점수 차가 2점 이상 벌어지지 않는 가운데 양 팀의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졌고, 위 위안타이의 서브 득점이 터진 중국이 간발의 차로 먼저 10점에 도착했다. 이후 중국이 조금씩 점수 차를 벌려나갔다. 니시다 유지의 서브 범실에 리 용젠과 왕 헤빈이 연속 블로킹 득점을 기록하며 13-10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그러나 동점 기회를 수차례 놓쳤음에도 추격을 이어가던 일본이 기회를 잡았다. 18-19에서 니시다가 서브 득점을 터뜨리며 마침내 중국의 덜미를 잡았고, 왕 헤빈의 네트터치와 오노데라의 블로킹이 연달아 터지며 21-19 역전까지 성공했다. 22-22에서 모든 선수들이 수비 집중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며 메가 랠리를 이어간 일본은 이시카와가 영리한 쳐내기 공격으로 랠리를 승리로 마무리했고, 이후 야마모토 토모히로의 디그가 그대로 중국 쪽 코트의 빈 공간을 향하는 행운까지 겹쳤다. 일본은 이시카와가 25점째를 책임지며 2세트 반격에 성공했다.
양 팀이 1-1로 맞선 채 맞이한 3세트, 균형의 추가 한 쪽으로 쉽사리 기울지 않았다. 양 팀 모두 잦은 서브 범실에 시달리며 치고 나갈 기회를 잡지 못했다. 10점에는 중국이 니시다의 범실로 먼저 도달했고, 이후 중국이 1점 도망가면 일본이 1점 따라붙는 흐름이 이어졌다. 중국은 점수 차를 확실히 벌릴 만한 경기력은 보이지 못했지만, 전위에서 맹활약을 펼친 리 용젠을 앞세워 근소한 리드를 꾸준히 이어갔다.
중국이 확실하게 승기를 잡은 것은 17-14에서였다. 장 징인의 호쾌한 공격과 리 용젠의 블로킹이 연달아 나오며 점수 차를 5점 차까지 벌렸다. 일본은 미야우라 켄토와 이시카와의 연속 득점을 앞세워 18-20 2점 차까지 다시 추격했지만, 장 징인과 위 위안타이가 고비마다 득점을 올리며 중국의 리드를 계속해서 지켰다. 끝까지 버틴 중국은 23-21에서 펭 쉬쿤의 속공과 위 위안타이의 서브 득점이 터지며 3세트를 따냈다.
14-13으로 중국이 앞선 상황,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서브 라인에 서 있던 리 용젠이 8초간 서브를 구사하지 않으면서 시간 초과로 일본에 점수를 헌납했다. 리 용젠은 휘슬 소리를 못 들었다고 항의했지만 강주희 주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국이 흔들리는 사이 일본은 미야우라와 야마우치의 활약으로 역전에 성공했고, 미야우라가 발 디그에 이은 마무리까지 성공시키며 20-18로 20점에도 선착했다. 24-23에서 자이 데준의 서브 범실이 나오면서 경기는 5세트를 향했다.
모든 것이 걸린 5세트, 중국의 세터 왕 헤빈은 에이스 장 징인의 점유율을 끌어올렸고 장 징인은 계속해서 기대에 부응하며 득점을 쌓아올렸다. 일본은 타카하시와 미야우라, 이시카와가 코트 곳곳에서 득점을 올리며 맞섰다. 단순한 배구를 하고 싶은 중국과 상대를 현혹시키고 싶은 일본의 극명한 대조가 돋보이는 초반이었다.
먼저 주도권을 잡은 쪽은 일본이었다. 6-5에서 미야우라의 서브 득점과 타카하시의 공격 득점으로 점수 차를 3점 차까지 벌렸다. 급해진 중국이 리 용젠의 서브 범실과 위 위안타이의 공격 범실로 자멸하면서 일본은 10점 고지에도 손쉽게 선착했다. 13-11에서 야마우치가 속공 득점을 터뜨리며 매치포인트에 도달한 일본은 미야우라가 14-12에서 경기의 마침표를 찍는 공격을 성공시켰다. 이렇게 일본의 9연승이 완성됐다.
사진_Volleyball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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