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걸음이었다. 페퍼저축은행의 연패 탈출까지는 정말 딱 한 걸음이 모자랐다.
페퍼저축은행이 22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한국도로공사에 세트스코어 2-3(17-25, 25-20, 21-25, 25-20, 17-19)으로 석패했다. 지긋지긋한 연패를 끊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지만, 하혜진의 통한의 리시브 하나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경기였다.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는 35점을 퍼부었고, 외조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이한비 대신 선발로 나선 박은서도 18점을 보탰지만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조 트린지 감독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매치포인트에도 먼저 도달한 경기였음에도 또 한 번 분루를 삼켜야 했다. 그는 “늘 새로운 방식으로 매번 좌절하게 되는 것 같다”는 씁쓸한 소감을 먼저 남겼다.
이후 트린지 감독은 경기 내용에 대한 간략한 코멘트도 남겼다. 먼저 선발로 나선 박은서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리시브에서도 목적타를 매우 많이 받은 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며 합격점을 줬다. 연타나 어택 커버 상황에서 수비가 부실했던 장면들에 대해서는 “우선 조금 더 견고한 블록이 필요하다. 그러면 수비가 더 수월해질 것”이라며 블록의 보강이 우선임을 전했다.
한국도로공사는 간신히 승점 2점을 챙기며 연승을 달렸다. 어깨 부상으로 컨디션이 온전치 않은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가 32점을 올리며 투혼을 발휘했고, 타나차 쑥솟(등록명 타나차)이 17점을 보탰다. 문정원과 임명옥은 나란히 60% 이상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며 승리를 위한 토대를 탄탄히 마련했다.
승장 김종민 감독은 승리에도 불구하고 다소 오묘한 표정으로 웃음을 머금은 채 인터뷰실에 들어왔다. 그는 “(이윤정이) 배유나를 조금 더 고급지게 활용할 수 있는데(웃음), 너무 대놓고 쓰는 부분이 아쉽다. 부키리치의 어깨가 안 좋기 때문에 배유나의 점유율을 올리기 위한 여러 가지 준비들을 했었는데, 그게 잘 안 된 것 같다”며 경기를 냉철하게 돌아봤다.
김 감독의 냉철한 피드백은 계속됐다. 그는 “리시브가 안 된 경기도 아니었다. 속공을 많이 섞으면서 공격 패턴을 다양화했어야 했는데 그 부분은 불만족스럽다. 상대의 수를 조금 더 읽는 요령이 필요하다. 공만 쫓아가다가 타이밍을 뺏기는 경우가 너무 많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한국도로공사의 다음 일정은 GS칼텍스와의 연전이다. 1-2라운드에 혈투를 벌인 바 있는 상대다. 김 감독은 “재밌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이번 경기에서 선수들의 모습은 조금 루즈한 느낌이 있었다. 더 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 코트 안에서 활기찬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이틀 간격으로 치르는 경기지만, 컨디션 조절 잘 해서 좋은 경기를 해보겠다”며 전의를 다졌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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