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승점 2점을 챙긴 권영민 감독이 과정에 대한 아쉬움과 결과에 대한 기쁨을 동시에 드러냈다. 승장과 패장의 '멈칫 서브'에 대한 엇갈린 견해도 흥미로웠다.
한국전력이 26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1라운드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을 세트스코어 3-2(22-25, 25-23, 18-25, 27-25, 15-13)로 제압했다.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가 32점을 터뜨리며 팀 공격을 이끌었고, 신영석은 결정적인 순간 꼭 필요했던 블로킹 득점을 터뜨리며 베테랑의 가치를 증명했다. 경기 내내 고전했던 임성진도 5세트에는 좋은 활약을 펼치며 힘을 보탰다.
긴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실을 찾은 권영민 감독은 “승리했지만 기록적으로는 이번 경기도 우리의 게임은 아니었다는 아쉬움은 있다. 그래도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진 상태에서 이긴 것은 다행이다. 이제 불안감을 좀 덜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선수들이 힘든 걸 참고 잘해줬다”며 경기를 돌아봤다.
이날 임성진과 서재덕은 공격에서 동반 부진에 빠지며 타이스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권 감독은 “임성진이 이틀 정도 감기 때문에 운동을 못했다. 컨디션에 대해 걱정은 있었는데 그래도 잘 버텨줬다. 서재덕도 발목과 무릎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상태다”라며 두 선수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권 감독은 “두 선수 모두 리시브에서는 잘 버텨줬고, 잘해줄 거라는 믿음을 갖고 계속 기용했다”며 두 선수에 대한 신뢰를 함께 표했다.
이날 경기 도중에는 하승우와 김선호가 서브 도중 멈칫거리는 동작을 통해 상대의 포지션폴트를 유도하는 전략을 한번씩 성공시켰다. 권 감독은 ‘멈칫 서브’에 대해 “당하면 기분이 나쁘다. 하지만 하나의 전술이라고 생각한다. 규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면 전술의 일부라고 본다. 나쁘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현역일 때는 이중 동작 자체가 반칙이었다. 정확히는 기억 안 나는데 그렇게 알고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한편 현대캐피탈은 4연패에 빠졌다. 코앞까지 다가왔던 승리는 4세트 후반의 집중력 차이로 인해 허락되지 않았다. 아흐메드 이크바이리(등록명 아흐메드)는 경기 최다인 40점을 퍼부었지만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허수봉의 미들블로커 기용 역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패장 최태웅 감독은 “결정적인 패인이 있었다기보다는 전광인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공격 쪽에서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 좀 아쉬웠다. 전반적으로는 잘한 경기였다. 다음 경기에서는 또 다른 모험을 해보겠다”고 경기 전반을 돌아봤다. 선발로 나선 차이 페이창(등록명 페이창)에 대해서는 “콤비네이션을 계속 다지고 있다. 공격 면에서는 수준급이었다. 조금씩 적응을 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는 평가를 내놨다.
최 감독은 ‘멈칫 서브’에 대해서는 권 감독과 다른 견해를 내놨다. “재밌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운을 뗀 최 감독은 “아마추어 시기에 저런 형태의 서브를 없앤 것으로 알고 있는데, 프로에 와서 저런 서브가 다시 나오고 있다. 사실 우리는 사용할 생각이 없었는데, 즉흥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규정상에 적힌 문구가 없다는 이유로 이런 서브를 이용하는 것은 신사적인 스포츠인 배구의 본질이 변질되는 것이라고 본다. 지난 시즌에는 팁 성의 서브를 못하게 막은 바가 있는데, 형평성에 맞지 않는 조치다. 이건 이중 동작이라고 본다. 우리도 썼지만 부끄러운 일이다”라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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