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역전승, 그 중심에는 두 명의 ‘바르토즈’가 있었다 [VNL]

김희수 / 기사승인 : 2023-07-05 23: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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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랭킹 1위의 저력이 드러난 경기였다. 그 중심에는 3세트부터 선발로 나선 두 명의 ‘바르토즈’가 있었다.

폴란드가 한국 시간 5일 필리핀 파사이 시티에서 열린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남자부 3주차 경기에서 슬로베니아를 세트스코어 3-2(29-31, 21-25, 25-20, 25-20, 15-13)로 꺾고 대회 7승째를 수확했다. 1-2세트를 내리 슬로베니아에 내주며 셧아웃 패배 위기까지 몰렸던 폴란드는 3세트부터 달라진 경기력으로 슬로베니아를 몰아붙였다. 그렇게 5세트까지 경기를 끌고 가는 데 성공한 폴란드는 10점 이후 상대 주포 록 모지치의 공격을 연달아 무력화시키며 극적인 승리까지 챙겼다.

이날 폴란드의 역전승에는 두 명의 ‘바르토즈(Bartosz)’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포짓 바르토즈 쿠렉과 아웃사이드 히터 바르토즈 베드노르시가 그들이다. 두 선수는 이날 모두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아포짓으로는 루카시 카즈마렉이, 아웃사이드 히터로는 알렉산더 슬리브카-카밀 세메니욱 듀오가 먼저 나섰다. 그러나 폴란드가 1-2세트를 모두 패하자 니콜라 그르비치 감독은 3세트부터 쿠렉과 베드노르시를 선발로 투입했고, 이때부터 경기의 흐름은 변했다.

쿠렉은 들어오자마자 팀 공격을 주도하며 에이스 기질을 뽐내기 시작했다. 12-9에서는 강력한 서브로 득점까지 터뜨리며 가라앉아 있던 폴란드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1988년생으로 이제는 적은 나이가 아니지만, 여전히 폴란드에는 쿠렉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세트였다. 이후에도 쿠렉은 공격과 서브에서 준수한 활약을 이어가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4세트 초반, ‘발리볼월드 TV’의 해설위원 치 미셸은 공교롭게도 쿠렉이 득점을 터뜨린 직후 “슬로베니아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폴란드는 폴란드라는 걸(Poland is Poland), 그리고 그들은 절대 나가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걸(and they’re not gonna roll over)”이라는 멘트를 남겼다. 쿠렉이 폴란드의 잠자던 저력을 깨우는 역할을 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적절한 타이밍에 나온 멘트였다.

또 한 명의 바르토즈, 베드노르시의 활약도 좋았다. 이날 경기력이 썩 좋지 않았던 세메니욱에 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날카로운 공격 득점을 여러 차례 성공시켰다. 특히 4세트 막바지 코트 왼쪽에서 폭발적인 직선 공격으로 24-20 세트포인트를 만드는 장면이 백미였다. 베드노르시는 5세트 14-13 매치포인트에서 호쾌한 파이프로 경기를 끝내는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이날 쿠렉과 베드노르시가 보여준 맹활약은 한 선수가 부진해도 그 자리를 메울 자원들이 즐비해 있고, 거기에 그 대체 자원들 하나하나도 최상급 자원들이라서 언제든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폴란드의 무서운 강점을 제대로 보여줬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는 승점 3점을 챙길 수도 있었던 경기에서 두 선수를 뒤늦게 투입해서 간신히 승점 2점을 챙긴 모습이기도 하다. 과연 그르비치 감독은 다음 경기인 브라질전에서 어떤 용병술을 들고 나올까.

사진_Volleyball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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