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현대건설, 함께하는 배구로 ‘우승’ 집 짓는다 "All We Go!"

권민현 / 기사승인 : 2016-01-06 12: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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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권민현 기자] 2011년 4월 9일. 흥국생명과 챔피언결정전 6차전 4세트 24-18로 앞선 상황. 4번에 달하는 랠리 끝에 양효진이 시간차 공격을 성공시켰다. 동시에 현대건설 선수들은 코트 안으로 들어가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V-리그 첫 통합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루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현대건설은 ‘ALL WE GO’, 즉, ‘모두가 함께 하는 배구’를 모토로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이 글은 더스파이크 12월호에 개재된 기사임을 알려드립니다)



1단계 기초공사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위기? 기회!
2010~2011시즌 이후, 최소한 플레이오프 티켓을 꾸준히 따냈던 현대건설. 하지만, 시즌이 거듭될수록 이상징후를 보였다. 외국인선수 비중이 높아진 반면, 국내선수 역할이 줄어든 것이다.

기록으로 봐도 알 수 있다.

V1을 달성한 2010~2011시즌에는 캐니가 공격점유율 24.3%, 황연주가 23%를 점유하면서 전체적으로 고른 공격분포도를 보였다. 비록 3세트에 외국인선수 없이 국내선수만으로 경기를 치렀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다른 시즌에 비해 국내선수들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한 것이 컸다.

이에 견줘, 2012~2013시즌에는 야나(아제르바이잔)가 35.6%를, 2013~2014시즌 바샤(터키)가 43.6%를, 2014~2015시즌 폴리(아제르바이잔)가 49%에 달하는 공격점유율을 기록, 외국인선수 의존도가 시즌이 거듭될수록 높아졌다.
반대로 국내선수 비중이 줄어들면서 팀 위상도 더 높은 곳을 바라보지 못했다.

올시즌을 앞두고 외국인선수 제도가 자유계약제에서 드래프트로 바뀌었다. 양철호 감독은 “올시즌 외국인선수 실력이 60%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사실, 폴리가 있어도 3위를 했는데, 그 정도 수준이면 꼴찌를 면할 수 없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공격에서 수비로,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이 가능한 선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황연주, 양효진 공격력도 같이 살려줘야 했다. 그렇지만, 국내선수 중에선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외국인선수에게 이 역할을 맡기려 했다.

드래프트에서 수비가 좋은 에밀리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양 감독은 “원래 190cm 정도에 힘이 있는 수비형 선수를 선발하려 했다. 그때 에밀리를 봤는데, 리시브를 적극적으로 했다. 발도 빨랐다. 더구나 공을 향해 그냥 바라보지 않고 일단 몸이 먼저 갔다. 3일동안 지켜보면서 이 선수가 우리팀에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라 봤다”며 선발에 만족해했다.

물론, 처음에 들어왔을 땐 말 그대로 ‘미완성’이였다. 서브도 약했고, 블로킹 뜰 때 엉덩이를 빼서 뜨는 등, 자세가 좋지 않았다. 스파이크 때릴 때도 각도가 제각각 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블로킹 자세가 많이 안정됐다. 강한 서브보단 목적타 서브를 많이 시도하며 실패율을 낮췄다. 리시브도 처음엔 10개중 3개만 세터에게 넘겨줬던 데 비해 현재는 10개중 7개를 넘겨주고 있다. 양 감독은 “더 좋아질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즌에 돌입하자, ‘에밀리 효과’가 빛을 발했다. 경기당 평균 20.4점, 36.9%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황연주, 양효진과 함께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원래 양 감독이 기대했던 부분은 리시브였다. 세트당 2.7개로 팀 내 최다를 기록, 리시브 라인을 도맡고 있다. 성공률도 41.6%로 나쁘지 않다. 외국인선수가 리시브를 담당하자, 황연주, 양효진에 정미선. 한유미까지, 누구나 공격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세터 염혜선, 이다영도 공격수에게 지난 시즌보다 편하게 세트한다. 여기에 국내선수들이 책임감과 여유를 가져가며 신나게 배구하고 있다.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 범실도 줄였다. 이게 바로 ‘에밀리 효과’다. 그녀 덕에 ‘토털배구’는 기초공사를 훌륭하게 마쳤다.



2단계 골조공사 황연주가 살아야 팀이 산다
에밀리를 통해 기반을 튼튼하게 다졌다면, 이제는 틀을 세울 차례다. 토털배구에서 이 역할을 해줄 이는 황연주다. 양 감독도 “우리 팀이 센터라인만 높을 뿐이지, 공격력 자체로 봐선 다른 팀보다 좋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황연주가 있음으로 해서 공격력이 상대와 비슷해진다. 공격을 제대로 해줬을 때 상대 블로킹라인에 혼란을 불러일으키며 다른 공격수들도 같이 살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그녀 역할을 강조했다.

실제로, 황연주에 대한 공격비중이 높았을 때, 팀도 같이 흥했다. 공격점유율 20% 이상을 기록했던 시즌 성적만 보더라도 그녀가 가진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건설이 2010~2011, 2011~2012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을 때 기록한 점유율이 22%, 23%였다.

반면, 20% 미만 공격점유율을 기록했을 때는 팀이 위로 오르지 못했다. 13.9% 점유율을 보였던 2013~2014시즌에는 플레이오프에 탈락하는 비운을 맛봤다. 이때는 리시브 라인에 가담하는 등, 수비에도 신경을 썼지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순 없었다. 오히려 공격력이 약해지는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왔다.

이에 양 감독은 ‘황연주가 살아야 팀이 산다’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리시브에 장점을 가지고 있는 에밀리를 선발한 것도 그녀를 살리기 위함이다. 7월에 열린 KOVO컵에서 확인을 마쳤다. 시즌이 시작되자 수비부담을 덜고 공격에 집중, 점유율 20%를 넘어섰다. 팀도 단독선두를 질주할 정도로 상승궤도에 돌입했다. 올시즌 들어 황연주가 15점 이상을 기록했을 때, 팀도 5승 1패를 기록 ‘황연주 15점=승리’ 공식을 만들었다. 스스로도 강타 일변도에서 연타와 페인트를 적절하게 섞어가며 공격을 시도한다. 이에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내가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물론, 부담감도 많이 느낀다. 하지만, 세터들이 나를 믿고 공을 잘 세트해주는 만큼,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녀를 통해 토털배구 틀을 잡은 현대건설. 이제 마무리 작업에 들어갈 때다.



3단계 마무리공사 믿음이 완성을 이루다
11월 5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 2016시즌 현대건설과 흥국생명 경기. 현대건설이 5세트 5-10으로 뒤진 상황에서 작전타임을 불렀다. 양 감독은 “서로 믿자. 사실 나도 불안하긴 하지만, 너희들 믿을게”라며 선수들을 진정시키는 모습이었다.

여기서 ‘믿음’이라는 단어가 부각됐다. 사실, 토털배구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훈련이나 경기중에도 ‘믿음’을 가지고 신뢰감을 형성한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간 교감도 잘 이뤄지고 있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고,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버틸 수 있는 힘도 생겼다. 양 감독은 “연습할 때 했던 것이 맞으니까, 서로 말하지 않아도 믿음이 쌓여 있다. 모든 선수들이 기회를 갖고 해결해 줄 수 있는 팀으로 바뀌었다. 선수들 스스로도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원래 이런 배구를 원했다”며 토털배구를 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는 경기 중에도 잘 나타난다. 뒤에서 서브를 받아서 올려주면 세터는 공격수들이 해결해 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세트를 한다. 상대 공격때도 블로커들이 뒤에 있는 수비수들을 믿고 뜬다.

그만큼, 오랫동안 함께 했기 때문에 눈빛만 봐도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다.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2010~2011시즌에 비해 조직력이 좋아졌고, 팀 균형이 잘 맞는 것도 여기에 있다. 황연주, 양효진, 염혜선 등이 성장한 것도 한몫했다. 서로간에 믿음이 형성됐기에, 토털배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마무리 공사에서 믿음을 쌓고, 신뢰를 칠했다. ‘토털배구’라는 이름을 가진 집이 완성된 순간이다. 양 감독은 “내가 생각하는 선에서 80%까지 따라왔다고 본다. 이제부터는 세밀함이다. 리시브나 블로킹 성공률을 높이고, 공격타이밍 조정과 높이에 대한 향상이 이루어진다면 더 좋아질 수 있다. 사실 100%는 없다. 90%만 간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완성형 토털배구를 알렸다. ‘부상’이라는 암초만 조심한다면? 두 번째 우승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양철호 감독, 언론 통해 무엇을 노리나?


11월 11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과 KGC인삼공사 경기. 현대건설이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를 거뒀음에도, 양철호 감독 표정은 밝지 못했다. 현대건설 스타일과 다른 배구를 했다는 것. “우리가 해왔던 것을 못했다. 경기는 심판이 마지막까지 원위치로 가라고 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그때는 스스로 방심하고 있었다. 그러면 절대 이길 수 없다. 만약, 이런 모습이 반복된다면, ‘이기고 있을 때 이런 모습을 보여주겠구나’라고 생각했다”며 격양된 모습이었다.

그런데, 선수단에게 직접 이야기한 것이 아닌, 언론을 통한 것. 양 감독은 “선수들에게 반복적으로 주입 시킨다고 해서 효과를 바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 얼굴보고 안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선수들도 기분이 좋지 않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서 말하면 선수들도 한 번 더 느끼고, 스스로 크게 와 닿는다. 내가 원하는 것을 선수들에게 각인시켜줄 수 있다”며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언급했다. “1년차때는 몰랐는데, 감독생활 2년차부터 그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웃으면서 말이다.



# 사진 :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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