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정고은 기자] 스포츠 관람을 좋아했지만 보는 것과 전달하는 것은 달랐다. 통역 일을 도와왔지만 스포츠 통역은 또 달랐다. 하고 싶었던 일이지만 멘붕이 왔다. 그럼에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그녀의 목소리는 밝았다. KGC인삼공사 최윤지 통역(25)의 이야기다.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2월호에 개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KGC인삼공사에는 언제부터?
2015년 8월부터 함께 하고 있다.
그 전에 통역 일을 한 적이 있나?
전문으로 했다기보다는 컨퍼런스에서 의전 담당을 하면서 통역 일을 한 적이 있다.
통역을 하기 전에는?
졸업을 지난 2월에 했다. 학교에 다니면서 컨퍼런스가 있을 때면 도와드리고 교수님들을 도와드렸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ISC(국제스포츠협력센터)라는 스포츠 단체가 있는데 거기서 컨퍼런스가 열리면 도와드렸다.
그럼 스포츠쪽 통역일은 처음이겠다.
스포츠 통역으로는 어떻게 보면 처음일 수도 있지만 포럼 쪽 주제가 스포츠나 미디어쪽이었다. 그리고 전공이 체육학이다. 그래서 스포츠쪽 통역이라고 크게 생소한 것은 없다.
어떻게 KGC인삼공사와 인연을 맺게 됐나.
어떻게 말해야 할까. 이런 저런 분야에 취업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과정 중에 여러 포럼 의전에도 참여하게 됐다. 체육학과다보니 아무래도 이쪽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체육인재 육성재단이나 관련 단체 모집공고에 응해 면접을 보다보니까 기회가 주어졌다.
어떤 업무를 하는지 말해달라.
이쪽 통역은 일반 통역이랑은 다르다. 어떻게 보면 개인 매니저라고 할 수도 있다. 구단 매니저가 선수단을 비롯해 감독, 코치진 등을 관리하고 도와준다면 외국인 선수와 관련된 일은 내가 전담해야한다. 번역부터 시작해서 인터뷰까지…. 헤일리를 인터뷰한다고 하면 모든 것이 나를 거쳐서 나가지 않나. 헤일리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같이 간다. 통역은 매니저이자 친구여야 한다.
스포츠쪽 통역으로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
아무래도 훈련할 때나 경기를 할 때 감독님이 하는 말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 그럴러면 우선 감독님이 하는 말을 내가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감독님이 한 말을 그 친구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바로바로 설명해줘야 한다. 사실 일상생활 부분에서는 크게 어려운 점은 없다. 다만 훈련이나 경기 관련해서는 감독님도 예민할 수 있다. 어쨌든 배구선수이니만큼 감독님 말을 잘 전달하는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통역일이 단순히 말을 전달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감독님이나 다른 선수들이 말하는 내용 100%를 전달할 수는 없다. 너무 직설적인 부분이 있으면 그 과정에서 내가 돌려서 말하기도 한다. 나는 외국인선수랑 거의 하루 종일 붙어있다 보니까 그 친구가 어떤 성향인지 안다. 그런 부분에 있어 중간에서 전달자 역할이기는 하지만 트러블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가장 큰 역할인 것 같다.
8월부터 합류했다고 했는데 힘든 점이 있다면.
처음 왔을 때 멘붕이었다(웃음). 스포츠 보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관람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선수들이 어떻게 훈련하는지 그리고 훈련용어나 암호에 대해서 잘 몰랐다. 예를 들면 선수가 요구하는 볼의 높이와 빠르기에 따라 전술이 달라진다. 처음에는 완전히 애를 먹었다.
사실 여자배구를 본 적이 많지 않다. 선수들 이름부터 번호까지 다 외워야 했다. 그런 부분들이 많이 힘들었다. 처음에는 감독님이 하는 말이나 용어들을 잘 몰라서 내가 번역해야 하는 부분들이 ‘도대체 무슨 말이지’ 싶은 것들이 많았었다. 4개월 가까이 되어가니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다. 예전에는 전력분석지 3장을 번역하는데 4시간 가까이 걸렸다. 이제는 많이 좋아져서 1시간 안에 한다(웃음). 감독님이 하는 말도 다 알아듣는다.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있다면.
내가 한 말이 잘 전달됐을 때. 특히 작전타임 때 전달이 잘돼서 헤일리가 감독님이 원하는 대로 소화해 좋은 결과로 이어졌을 때 보람을 느낀다. 솔직히 우리가 하는 일이 눈에 보이는 일은 아니지 않나. 내가 잘 전달해서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을 때 보람을 느낀다.
통역을 꿈꾸는 이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스포츠 통역을 하는 동안은 모든 시간을 다 투자한다고 생각할 만큼 열정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만큼 희생도 따르는 것 같다. 시즌 동안에는 선수들이 개인 시간을 갖지 못한다. 통역 역시 선수들을 따라가기 때문에 주말이라도 쉬는 시간이 별로 없다. 경기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 힘든 시간들을 겪고 나면 뿌듯함과 보람됨을 느낄 때가 분명 있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스포츠쪽 통역은 아무래도 다른 통역과는 달리 구단과 함께 하는 일원이기 때문에 분위기도 잘 맞춰야 한다. 단순히 통역 일만이 아니라 잡다한 심부름을 포함해 다양한 역할을 해야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
# 사진 : 문복주 기자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