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최강이라는 꽃을 달다' 진주선명여자고등학교

권민현 / 기사승인 : 2016-03-04 1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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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권민현 기자] 체육관 내 휴게실에 들어가자마자 그간 우승했던 흔적들이 벽 한 켠에 가득했다. 배구부 30년 역사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2014~2015년에는 출전하는 대회마다 우승을 차지하며 여고부 최강팀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비결을 파헤치고자 더스파이크가 두 번째로 찾아간 학교, 경남 진주에 위치한 선명여자고등학교(교장 노재기)다.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시작하기 전에 흥미로운 장면. 훈련 시작 30분 전인 오전 9시. 체육관에 모두 모인 선수들은 오와 열을 맞춰서 정렬한다. 음악이 흐르자 일치된 동작으로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어느새 빠른 박자가 귀에 익은 아이돌 음악이 나오자마자 곧바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즐겁게 하루 훈련을 시작하는 이 풍경은 2015년부터 시작됐다. 이는 2013년에 부임한 이영수 코치 아이디어다. 이 코치는 국군체육부대 홈페이지에서 우연히 보게 된 이 훈련을 김양수 감독과 상의하여 바로 적용시켰다. 춤을 통해 훈련분위기를 밝게 하고, 배구할 때 필요한 리듬감을 익히게 하려는 의도다. 체육관을 같이 쓰고 있는 경해여중 선수들도 같이 동참해 훈련을 준비한다. 선명여고가 여고부 최강으로 자리매김한 비결 중 하나는 사소한 것 하나라도 허투루 하지 않는 것이다.

1966년 3월에 개교한 선명여고는 1987년에 배구부를 창단했다. 7년 뒤인 1993년 부산에서 열린 제 48회 종별선수권대회에서 세터 정미나와 김원영, 성은숙을 앞세워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해에 열린 전국체육대회에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6년 6월에는 제 28회 회장기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다. 실력 있는 선수들이 지방에 있는 것 보다는 운동환경이 조금은 더 나은 서울, 경기도 소재 학교를 찾아 떠났다. 남아있는 선수들로는 팀 구성조차 어려웠다. 단순히 명맥만 유지할 정도였다. 이대로 안되겠다 싶었다. 1998년, 학교에서는 여자 실업팀 한일합섬 코치로 있었던 김양수씨를 새 감독으로 선임, 부활을 꾀했다.

김 감독은 처음 부임했을 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먼저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좋지 못했다. 선수들은 성취의욕 없이 ‘할게 없으니까 배구선수라도 해야지’라는 생각이 앞섰다. 바꿔야 했다. 타협 없이 강하게 훈련했다. 그 해 제 54회 전국 남녀종별배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2000년에는 춘계 전국남녀중고연맹전 우승과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탄탄대로를 걸었다. 2009년 CBS배 전국남녀중고대회, 종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학교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별관에 체육관을 건립했고, 체력 단련실도 따로 마련해주며 훈련환경을 개선해줬다. 강경종 이사장은 배구 심판자격증 2급을 소지하고 있을 정도로 배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2011년에는 일본 야마구치현 세에고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지난해 12월 한국에서 두 학교간 교류전을 가졌다. 2014~2015년에는 전국체전 포함, 참가한 대회마다 우승을 차지하며 ‘공공의 적’으로 자리매김했다. 지금은 프로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재영-다영 자매는 나란히 성인국가대표팀에 선발돼,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학교의 명예를 높이기도 했다.



믿음, 그리고 자율성
선명여고를 지탱하는 것은 믿음이다. 김 감독은 “지도자가 먼저 선수들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이 믿고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들도 코칭스태프를 믿는다. 이는 다른 학교에서도 부러워하는 부분이다.

훈련환경도 바뀌었다. ‘믿음’에서 시작됐다. 강압적인 훈련에서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훈련하게끔 환경을 조성했다. 주말에도 체육관, 체력단련실에 불이 켜져 있을 정도다. 휴게실에는 공부에 매진하는 선수들로 가득했다.

왜 그럴까? 선수들 미래를 위해서였다. 김 감독은 “고등학교 이후에 배구를 그만둘 수 있는 선수들 장래를 만들어 주는 게 급선무였다. 선수생활을 통해 성공하는 경우가 있고, 공부를 통해 대학을 가는 선수가 있다는 것을 수업 진행하면서 깨달았다. 선수들이 스스로 하게끔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2005년부터 야간훈련 대신 일주일에 두 번 영어수업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회화, 두 번째는 단어 수업을 실시했다. 선수들은 처음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이내 자발적으로 수업에 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세에고와 교류전을 치르면서 부터는 일본어 수업도 시작했다.

‘믿음’을 토대로 ‘배구‘와 ’공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선수들이 늘어났다. 2013년에는 하혜민(진주동명고 하종화 감독 큰딸)이 여자배구선수로는 처음으로 서울대 체육교육과 수시 일반전형에 합격하는 경사를 맞았다. 2014년에는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 하혜진(하혜민 동생)이 2014~2015 V-리그 여자부 드래프트에서 나란히 1, 2, 3순위로 지명되는 영광을 누렸다.



우리 선수들을 소개합니다
지민경(19)은 선명여고를 대표하는 레프트 공격수다. 그녀는 1990년대 여자배구 간판 공격수 지경희(전 현대건설) 조카다. 185cm 큰 키에서 강타를 내리 꽂으며 강력한 공격력을 뽐낸다. 2015~2016 드래프트에서 1순위 후보로 떠오른다. 지난해 2월, 발목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 매진하다 전국체전을 기점으로 몸을 끌어올렸다. 큰 활약이 기대된다.

주장을 맡고 있는 유서연(19)은 수비형 레프트로 리시브, 디그, 서브 등 기본기가 탄탄하다. 워낙 수비력이 좋아서 리베로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다. 이선정(19, 182cm)은 주전 센터로서 중앙공격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둘은 지난해 세계 U-18 청소년대표팀에 선발됐다.

이경민(19, 178cm)과 이원정(18, 176cm)은 손끝에서 나오는 빠른 세트워크가 주무기다. 둘은 올해 주전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보여줄 예정이다.

백채림(18)은 173cm 레프트 공격수로 공격할 때 점프력이 높고, 스윙 폼이 좋은 편이다. 수비력도 좋다. 그녀를 본 프로팀 관계자들이 ‘지금 몇학년이냐’ ‘키가 몇이냐’ 등 큰 관심을 보였다. 1학년 박은지는 188cm 장신으로 긴 팔에서 나오는 블로킹에 강점을 보인다. 지난해 3월 어깨수술을 받았지만, 현재 팀 훈련에 정상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 이선정, 최미주(18)과 함께 선명여고 중원을 지킨다.



"INTERVIEW" 김양수 감독
동계훈련은 어떻게?
지난해 12월 2일 일본 세에고와 교류전을 치른 이후, 공을 가지고 하는 훈련보다는 체력훈련, 웨이트 트레이닝, 지구력 운동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

주목할 선수?
3학년인 지민경, 유서연을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이경민, 이선정, 차소정도 지켜보고 있다.

목표?
우승도 중요하지만, 올해 3학년들이 원하는 대로 잘 풀렸으면 하는게 1차 목표다.



진주선명여자고등학교 ROSTER
배번 이름 키 포지션 출신학교 학년
18 유서연 175 레프트 경해여중 3
8 이경민 178 세터 경해여중 3
14 지민경 185 레프트 경해여중 3
15 이선정 182 센터 경해여중 3
6 차소정 170 리베로 경해여중 3
4 백채림 173 레프트 경해여중 2
12 최미주 179 센터 경해여중 2
3 이원정 176 세터 경해여중 2
11 박은진 188 센터 경해여중 1
10 박혜민 179 레프트 경해여중 1
7 이예솔 174 라이트 경해여중 1
9 한수아 169 리베로 경해여중 1
16 심민지 168 리베로 경해여중 1
5 이가연 164 리베로 경해여중 1
17 윤혜영 166 리베로 경해여중 1



# 사진 :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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