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배구화 신을까? 농구화 신을까?

권민현 / 기사승인 : 2016-03-24 1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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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정고은 기자] 배구선수라면 당연히 배구화만 신는 줄 알았다. 그런데 배구 코트 여기저기서 보이는 농구화들. 농구화 신는 배구선수들이라. 호기심이 생겼다. 알아보고 싶은 욕구가 불끈불끈.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배구화와 농구화, 그 차이는
운동화는 부상 방지가 우선이다. 52개 뼈, 214개 인대, 60개 관절로 구성된 발은 인체에서 아주 민감한 부위. 2시간을 넘게 뛸 경우 신발 내부 온도는 섭씨 43-44도까지 치솟고 습도도 95%까지 올라간다. 격렬한 움직임을 발이 버텨낼 수 없으면 다칠 위험도 커진다.

배구화와 농구화 차이는 ‘움직임’에 있다. 배구와 농구는 근본적으로 점프에서 차이가 있다. 농구는 점프 방향이 다양하다. 슈팅이 코트 전체에서 이루어지고 동작에 따른 점프도 여러 가지. 뿐만 아니라 리바운드를 하면서 수없이 점프를 반복한다. 농구는 정지된 플레이 없이 계속 뛰어다닌다. 서전트 점프는 배구보다 낮아도 발목 부상이 발생하는 유형은 훨씬 다양하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 특히 속공을 시도하는 가드와 공수를 넘나드는 포워드가 발목을 다치기 쉽다.

이에 견줘 배구는 점프자체는 단조로울지 몰라도 부담 강도는 농구에 비해 훨씬 크다. 서전트 점프도 농구보다 높은데다 공격수는 수차례 고공 점프를 반복한다. 센터 역시 마찬가지. 블로킹과 속공 때문에 수없이 뛰어오른다. 시간차 공격을 위해서는 트릭 점프도 마다하지 않는다. 배구 공격은 도움닫기를 통해 최정점까지 뛰어오른 뒤 이루어진다. 공격을 마친 뒤 내려설 때 몸이 앞으로 쏠리면서 센터 라인을 넘어가면 반칙이 되기 때문에 착지할 때마다 발목과 무릎에 무리가 온다.

마낙길 전 KOVO 경기위원은 예전 한 인터뷰에서 “배구는 점프력이 극대화된 스포츠다. 공과 블로커 손가락을 동시에 보면서 발목과 무릎만으로 제어하며 뛰어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베로는 스파이크에 0.03초 내 반응해야 한다. 거기에 오랜 시간 기마자세를 유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차이로 배구화와 농구화는 그 기능면에서 차이가 있다. 농구화는 피벗과 드리블, 방향전환 등 발을 쓰는 동작이 많아 기능상 미드컷(신발이 발목과 닿는 부분)이 높고 겉가죽도 배구화보다는 질기고 두꺼워 무게가 더 나간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배구화는 흔들림이 없이 충격을 흡수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직선운동과 순간 반응이 많아 미드컷이 농구화처럼 너무 높아선 안 된다. 앞으로 떨어지는 동작이 많기 때문에 앞꿈치 쿠션에도 농구화 뒤꿈치처럼 에어젤이 있다.



배구에는 배구화지!
대부분 배구 선수들은 경기를 할 때 배구화를 신는다. 배구경기에 특화된 기능성 신발이기 때문. 앞뒤 움직임과 점프동작이 중심을 이루는 배구화는 발등이 얇은 대신 착지 부담이 적도록 바닥을 두껍게 만든다. 배구화는 농구화보다 밑창이 얇다. 발을 코트 바닥에 더욱 밀착시킬 수 있으며 움직일 때도 편하다. 리시브를 하거나 스파이크를 때릴 때 스텝을 밟기도 유리하다. 선수들이 주로 신는 배구화는 아식스와 미즈노 제품.



농구화가 어때서!
배구선수가 배구화를 신는 건 당연한 것 같지만, 기자의 흥미를 자극했던 것은 결국 배구선수들도 농구화를 신기 때문이다.

과거 농구화는 안정성 위주로 설계되어 다소 무거웠다. 그래서 다른 종목에서 이용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가벼우면서도 안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들이 나오며 가벼워진 농구화가 등장했고 로우컷 농구화가 득세함에 따라 러닝화와 별반 차이가 없어졌다. 오히려 러닝보다 좌우로 격한 움직임을 많이 해야 하는 종목 특성상 러닝화보다 더 안전하게 설계되었고, 점프를 많이 하는 종목 특성상 쿠셔닝(충격흡수)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배구 특성과도 비슷하다. 기존 배구화는 참고무 재질로 아웃솔을 만들었기 때문에 실내 코트에서 밀착력이 높다는 점이 농구화와 달랐다. 하지만 농구화도 접지력이 좋아지면서 배구화와 큰 차이가 없어졌다. 쿠셔닝은 오히려 농구화가 더 좋다.



농구화 열풍은 내가 주도?
배구코트 안 농구화 바람을 불고 온 선수는 가빈(2009~2012년 삼성화재)과 에반(2010~2011년 대한항공)이 있다.
가빈은 삼성썬더스 농구선수 이승준(현 서울SK)에게 받은 농구화를 신은 후부터 농구화 매력에 푹 빠졌다. 고등학교 때까지 농구선수 생활을 병행했던 가빈으로서는 농구화가 발에 딱 맞았다. 경기력 측면에서도 도움이 됐다. 배구화에 비해 농구화는 밑창에 쿠션이 좋다. 점프 뒤 착지할 때 충격을 완화시켜준다. 발목을 감싸줘 안정감도 있다. 에반도 시즌 내내 농구화를 신고 코트에 나섰다. 그가 농구화를 신고 뛰게 된 건 350㎜나 되는 왕발 때문이다. 350㎜짜리 ‘빅사이즈’ 배구화는 거의 없다. 하지만 빅사이즈 농구화는 많다. 그리고 익숙함 때문이기도 했다. 에반은 중학교 때까지 농구를 하다가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배구 선수로 전향한 케이스. 그래서 농구화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 맞았다.

그에 앞서 농구화를 신었던 건 숀 루니(2005~2007년 현대캐피탈). 그 역시 왕발에 맞는 배구화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농구화를 신게 됐다. 루니는 “미국에 있을 땐 배구화를 신었죠. 그런데 발 사이즈가 305㎜가 넘자 제게 맞는 배구화를 구할 수가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고심 끝에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농구화다. 농구화는 사이즈가 배구화에 비해 크고 발목 보호 기능과 점프에 용이해 배구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농구화로는 배구화가 갖는 모든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루니는 배구를 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고. 오히려 농구화가 배구화에 비해 터지는 현상이 적어 사용하기 더 편하다는 게 루니의 설명이었다.



이래서 농구화 신는다
전에는 농구화를 신는 것이 눈에 간혹 띄는 신기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심심치 않게 농구화를 신는 선수들을 볼 수 있다. 표지촬영을 위해 만났던 김학민도 농구화를 신고 나왔다. 농구화는 발을 꽉 잡아준단다. 주변에서도 농구화를 많이 신는다고 귀띔한다. 농구화를 신게 된 이유가 뭘까?

이유는 여러가지였다. 발 볼에 잘 맞아서, 부상 이후 기능이 좋다고 들어서, 디자인이 다양해서 등등. 그렇다면 선수들이 느끼는 차이는 뭘까.

이민규는 “쿠션이 더 좋다”고 말했다. 정지석은 “발 전체가 신발 안에서 꽉 잡아주느냐, 안에서 발이 도느냐 차이에서 농구화가 조금 더 좋다”고 전했다. 선수들 이야기를 듣다보니 궁금증은 더해 갔다. 농구화는 배구화와 달리 포지션별로 신발이 구분된다.

그렇다면 농구화를 신는 배구선수들도 포지션에 따라 신는 신발이 다를까? 세터 이민규와 레프트 정지석은 입을 모아 “포지션별로 가리는 건 없다”고 답했다. 가벼운 것, 쿠션이 뛰어난 것 또는 디자인을 보고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고른다고 한다. 하지만 우연의 일치인건가 두 선수는 코비 시리즈를 선호했다! 이민규는 코비9 엘리트로우를 정지석은 코비 시리즈 5, 6 모델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TIP' 경기규칙서에 명시된 신발 규정
신발은 힐이 없고 고무 또는 합성 발바닥으로 가볍고 유연한 것이어야 한다. 한 팀의 선수들은 동일한 색상과 디자인, 길이의 양말을 신어야 하고 신발의 제한은 없다.



극히 사소한 궁금증
포지션 별로 배구화가 다른가요?
포지션 별로 신는 신발은 없다. 다 같다. 선호하는 신발은 가볍고 쿠션이 좋은 것.



신발 구입은 어떻게 하나?
기본적으로 구단에서 제공한다. 부족하거나 사고 00싶은 모델이 있으면 개인 돈으로 구매한다.
(정지석 : 단종 된지 오래라 구하는 게 힘들다. 아는 분을 통해 대리 구매한다.)



신발 교체 주기는 보통 언제쯤?
답변은 다양했다. 2~3개월에 한번쯤? 2~3개씩 개봉해서 돌려 신는다, 쿠션이 빠지면 교체한다, 교체주기를 딱히 신경 쓰지는 않고 ‘오늘은 이걸 신어볼까’하며 바꿔 신는다.



# 사진 :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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