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튼튼한 기본기’, 탄탄대로 달리다 성남 송림고등학교

권민현 / 기사승인 : 2016-04-01 11: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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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권민현 기자] 사상누각(沙上樓閣). 모래 위에 세워진 누각이라는 뜻으로,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눈앞에 닥친 성적보다 선수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기본에 충실한 곳,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송림고등학교(교장 안재섭)다.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3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1980년 3월, 성도고등학교라는 교명으로 개교, 최영환 감독, 김철용(전 호남정유 감독), 신치용(현 삼성화재 단장) 코치, 선수 8명으로 배구부 시작을 알렸다.

창단 첫해에는 출전하는 대회마다 예선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남자고등학교 팀 중 가장 적은 인원을 보유한 탓에 경기 후반부로 갈수록 체력적인 부침을 겪었다. 체육관 시설도 잘 갖춰지지 않아서 추운 겨울에는 훈련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밝은 미래를 꿈꾸며 그들 앞에 닥친 악재를 이겨냈다. 1981년, 홍해천(현 감독)이 입학하면서부터 승리를 맛보기 시작했다.

그 해 9월, 전국 봄철 전국남녀중고배구연맹전에서 경북체고를 3-0(15-10, 15-10, 15-8)으로 꺾고 창단 1년 6개월만에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1983년에 열린 가을철 전국중고배구연맹전에서도 우승했고, 1985년 대통령배 고교배구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뒀다. 배구부가 전성기를 누린 사이, 학교 내부적으로도 변화가 있었다.

1983년 8월, 성남 하대원동에서 야탑동으로 교사를 이전했고, 1985년에 송림고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재정난으로 인해 1986년 배구부가 돌연 해체됐다.

11년동안 배구 불모지로 있다가 1997년 11월, 2회 졸업생인 홍해천을 감독 겸 체육교사로 정식 발령, 화성 송산중, 안산 본오중 졸업생 6명으로 팀을 구성해 재창단을 알렸다. 당시 홍기선 교장은 “학교 위상 제고 차원에서 배구부를 다시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홍 감독은 “내가 다녔던 학교에서 후배들을 키워낼 수 있어서 흔쾌히 수락,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송림고 배구부가 새 출발을 알린 순간이었다.

처음에는 순탄치 않았다. 승리 없이 패만 거듭했다. 연계학교가 없었던 탓에 선수 모집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홍 감독은 학교에서 수업, 배구부 훈련을 마친 뒤, 곧바로 인근 중학교 배구부에 찾아가 선수들 모집하는 수고를 반복했다. 재창단을 선언한 후 1년동안 1주에 3~4일을 학교에서 숙식을 할 정도였다.

힘겨웠던 과정을 다 견뎌냈다. 때마침 1998년 연계학교인 송림중 배구부가 창단됐다. 경사도 있었다. 팀내 주전센터였던 하현용(현 KB손해보험)은 청소년대표팀에 선발돼 4월에 열린 제2회 아시아 남자청소년 배구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내부 기틀을 다졌고, 승리를 맛보기 시작했다. 1999년 3월, 봄철 전국중고배구대회에서 서귀포고를 3-0(25-17, 25-19, 25-20)으로 꺾고 재 창단 2년만에 첫 승리를 신고했다. 그해 9월 CBS배 전국중고배구대회에서 8강에 올랐다.
2002년 4월에는 르메이에르기 제8회 전국 남녀중고배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2004년 대통령배 전국중고배구대회에서 재 창단 후 첫 우승을 거뒀다. 2007년에는 김보균(신협상무), 류윤식(삼성화재)을 앞세워 전국체육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8년 송명근, 이민규(이상 OK저축은행), 고현우(삼성화재)가 입학, 이들이 1년 후 주축 멤버로 자리매김하며 제 2 전성기가 시작됐다. 2009년 CBS배 전국남녀배구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 태백산배, 대통령배에서 연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2011년에는 안우재(한국전력), 이민욱(삼성화재)을 중심으로 전국 남녀 종별배구선구권대회, 2012년 춘계연맹전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듬해에는 정지석(대한항공), 황경민(경기대)이 주축을 이뤄 CBS배에서 정상에 등극했다. 홍 감독은 2007년 유스대표팀, 2010년 청소년대표팀에 이어 지난해 U-23 아시아배구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다.



기본기를 갖추는 자만이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다
2월 2일, 송림고등학교를 찾았다. 코트 뒤에서 선수들이 가운데 있는 의자 뒤로 돌아 김구철 코치가 던져주는 공을 받아냈다. 이어 네트 지주를 짚고 왕복하며 공을 걷어내는 등, 수비훈련을 반복했다. 코칭스태프가 공을 쳐주는 강도도 실전과 다름없었다, 실제 경기에 임할 때 공에 대한 공포심을 없애기 위해서다, ‘훈련을 위한 훈련은 없다’는 홍 감독 지론이 깃들어있기도 했다.

홍 감독은 1997년 부임 후 줄곧 훈련시간 반을 리시브, 디그 등 수비훈련에 투자할 정도다. 지도경력 20여년이 돼도 바꾸지 않았다. 제대로 된 동작을 취할 때까지 반복훈련을 실시한다. 한순간이라도 폼이 흐트러질 때는 홍 감독, 김 코치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렇게까지 강조한 이유는 선수들 미래를 위해서였다. 홍 감독은 “공격과 수비를 다 잘 할 수 있게끔 선수들을 키워내기 위해서다. 하나만 잘해선 선수생활을 오래할 수 없다. 경기에서 승리할 때 공격하는 선수들만큼 뒤에서 수비를 잘하는 선수들이 받쳐주는 부분이 크다. 선수들 개인적으로 봐도 한가지만 잘하다가는 향후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 수비를 우선시하는 것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훈련중에는 ‘예’보다 ‘왜?’를 먼저 말하게 했다, 선수들이 스스로 의문을 가지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게 하기 위해서다. 1999년, 봄철 전국중고배구대회에서 서귀포고에 첫 승을 거뒀을 때, 홍 감독은 ‘소통’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했다. 그는 “처음에 시작할 때 내 생각만 하고 훈련을 진행했더니, 선수들과 자주 부딪혔고,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 이 때부터 선수들에게 훈련 내용 및 과정을 이해시키면서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훈련방식을 바꾸고 나니 선수들도 내가 의도한 대로 이해하고 따라오기 시작했다”며 “결과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훈련 과정을 어떻게 소화할 수 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렇게 하니까 자연스레 결과가 따라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V-리그에서도 송림고 출신 선수들이 오랜 기간동안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이유다. 하현용, 김정훈(OK저축은행), 강민웅(한국전력), 류윤식은 팀 내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송명근, 이민규는 2013년 이후, 매년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정지석은 2013~2014 드래프트에서 대한항공에 2라운드 6순위로 선발, 현재 주전 레프트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황경민은 2015년 대학배구리그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우리 선수들을 소개합니다.
올해 주장을 맡은 박창성(19, 센터)은 신장이 198cm로 블로킹이 높고, 속공구사력이 좋다. 하지만, 체력이 약한 탓에 경기 후반부로 갈수록 타점이 낮아지고 공격할 때 스윙 폼이 무너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면 실력이 더 늘 수 있다는 것이 홍 감독 말이다. 2학년 레프트 김지한(18,192cm)은 팀내 주공격수를 소화, 리시브 등 기본기 습득력이 좋고, 공격할 때 스텝 및 스윙 폼이 잘 잡혀있다. 지난해보다 키가 3~4cm 커져서 타점이 더 높아졌다.

문준혁(18, 라이트)은 1990년대 고려증권 주전 라이트였던 ‘저격수’ 문병택 아들로, 왼손잡이 공격수다. 키가 178cm에 불과하지만, 점프력이 높고, 스윙이 빨라서 빠른 공격에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리시브도 좋아서 팀 내 리시브 라인을 담당할 정도다.

1학년 중에선 이승준(17, 레프트)이 눈에 띈다. 키가 193cm으로, 신체조건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공격할 때 스윙, 스텝을 밟는 과정이 부드럽지 못한 단점이 있다. 현재 홍 감독과 김 코치가 이 부분에 대해서 새롭게 지도하고 있다.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 차남인 임준범(17, 레프트)은 리시브 등 기본기가 잘 잡혀있어 향후 리베로 박민제(18,183cm), 문준혁과 함께 리시브 라인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홍해천 감독 인터뷰

2015년을 돌아본다면?
8강만 3번을 했다. 그 위까지 올라가지 못했다. 리빌딩 과정이라 생각했고, 기본기 훈련에 집중했다.

동계훈련은 어떻게 준비했는지?
1월 중순에 속초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체력훈련과 공을 가지고 하는 훈련을 같이 했다. 이 과정을 마친 뒤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진행했다. 때때로 휴식을 부여하는 등, 선수들 컨디션에 따라 훈련계획을 수정했다.

주목할 선수?
팀 내 주공격수를 맡을 2학년 레프트 김지한을 주목하고 있다. 수비, 리시브, 공격 등 모든 부문에 있어 기본기가 가장 잘 잡혀 있다.

2016년 목표?
당연히 우승이다. 선수들에게도 우승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라고 이야기한다. 단, 기본적인 부분이 잘 안될 때에는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 것이다.


성남송림고등학교 ROSTER


배번 이름 키 포지션 출신학교 학년
12 박창성 198 센터 소사중 3(C)
7 고민준 185 세터 송림중 3
1 김지한 192 레프트 연현중 2
6 김택민 187 센터 소사중 2
5 박민제 183 리베로 본오중 2
3 김재완 182 세터 연현중 2
11 문준혁 178 라이트 송림중 2
16 고민혁 170 리베로 송림중 2
17 이승준 193 레프트 송림중 1
4 구교혁 188 레프트 소사중 1
14 임준범 185 레프트 송림중 1
8 이영찬 187 센터 파주중 1



# 사진 :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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