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016시즌 총평:
#빠른배구 #변화 #OneTeam
김동준 6개월간 대장정이 끝났다. 15~16시즌을 한마디로 정리해보자면?
이세호 한국 배구 패러다임에 큰 변화가 생긴 중요한 시즌이었다. 그동안 우리가 쓰던 배구공이 흑백이었다면 이번에 색이 선명하게 입혀졌다.
이기호 프로배구 12년 차다. 우리가 원했던, 실천하려고 했던 빠른 배구가 드디어 시작됐다.
이호근 남녀 플레이오프 진출 팀 리시브 성공률이 하위권 팀들보다 더 낮았다. 수비를 등한시하지 않는 선에서 얼마나 공격적인 색을 잘 입혔느냐가 이번 시즌 화두였다.
김동준 정확한 리시브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뜻인가?
이호근 리시브가 흔들려도 세트 플레이를 잘 만드는 게 관건이다. 리시브 개념이 세터에게 정확히 보내는 것이 아닌, 받아내기만 하면 공격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문용관 스피드 배구 열풍이 불며 새로운 배구 시스템 등장을 암시했다. 공격적인 배구를 할 것인가 혹은 수비에 중점을 둘 것인가를 고민하게 됐다. 여자부는 이번 시즌부터 트라이아웃을 도입해 외국인 선수 공격 비중을 줄이려는 노력이 있었다. 남자부도 다음 시즌 트라이아웃을 시행하면 어떤 변화가 생길지 기대된다.
김동준 네이버는 포털 사이트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또 다른 관점으로 짚어줄 것 같다.
주건범 우리는 검색을 기반으로 이뤄진 회사다. 이번 시즌 팬들은 대부분 ‘탄탄한 조직력이 갖춰진 배구’에 열광했다. 국내선수가 주목 받는, 다양한 전술을 보여줄 수 있는 배구가 나오며 관심이 높아졌다. 스타 선수 한 명보다 ‘하나의 팀’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지난 시즌 키워드가 ‘시몬’이었다면 이번 시즌 키워드는 ‘현대캐피탈’이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스피드 배구에서 비롯된 변화를 언급했다. 이것이 한국 배구가 지향해야 하는 방향이라는 데 동의했다."
(사진: 신승규 기자)
‘스피드 배구’에 대한 생각:
#트렌드 #모험 #기본기 #체력 #타이밍
김동준 현대캐피탈이 ‘업 템포 1.0’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스피드 배구를 선보였다. 과연 스피드 배구란 무엇인지, 향방은 어떻게 전망하는지?
문용관 오래 전부터 세계적 트렌드였다. 국내에서 이행하지 못 했던 것뿐이다. 최태웅 감독이 잘 활용했다. 스피드 배구는 상대 블로킹을 교란하기 위해 한 템포 빠르게 플레이 하는 것이다. 2~3명의 블로킹이 붙지 못하게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기가 필수다. 한편으론 모험이기도 하다. 화려한 공격이 나오지만 성공률은 떨어지고, 범실도 많아진다. 이것이 전체적인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세호 30년 전에도 빠른 배구 열풍이 불었다. 한국 배구가 느려졌으니 더 빠르게 해야 한다는 전문가 진단이다. 스피드 배구를 하려면 선수들이 각자 개인기를 지녀야 하고, 체력이 좋아야 한다. 어쨌든 해결사 역할을 해줄 거포는 필요하다.
이기호 다 같이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예전에는 오픈 토스가 많아 상대 블로킹 3명이 모두 따라붙는 형태의 배구였다. 작년까지 삼성화재는 조직력은 좋지만 외국인 선수 레오의 비중이 너무 컸다. 이번 시즌 스피드 배구에서는 라이트, 센터, 레프트 모든 공격수가 준비한다. 보통 세터는 한 경기당 200~300번의 점프를 한다. 스피드 배구에서는 전위에 있는 선수들이 모두 이렇게 뛰어야 한다. 체력이 받쳐줘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캐피탈 문성민은 반 템포 느린 스타일이라 박자 맞추는 게 어렵다 하기도 했다. 많은 팀들이 스피드 배구를 준비해왔다. 대한항공이나 OK저축은행도 세트가 빠른 편이었다. OK저축은행도 지난 시즌 시몬이 오며 빠른 플레이가 가능했고 결국 우승했다.
이세호 한국 남자배구 전성기는 1984년 LA 올림픽 5위로 역대 최고 성적을 달성했을 때부터다. 그 당시 선수들은 각각 개인기를 비롯해 정교한 플레이를 했다. 이후 빠른 배구가 사라진 이유는 성과 중심의 경쟁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이 스피드 배구를 완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져도 된다’는 마음이다. 무조건 승리에 연연하지 않고 여러 전술을 실험해봤기 때문에 성공했다. 조직력을 극대화하려면 센터 중심의 배구를 해야 한다. 지난 시즌부터 OK저축은행 시몬을 통해 센터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현대캐피탈도 전역한 신영석이 합류하며 더 강해졌다. ‘높이’보다 ‘타이밍’이 중요해졌다. 공격 성공률이 낮아도 블로킹에 맞춰 때리고 다음 플레이를 준비하는 것이다. 득점을 위해서는 상대 타이밍을 빼앗는 것이 관건이다.
문용관 속공 성공률이 높은 것도 속공, 시간차 공격 두 가지 전략이 있어 하나를 선택해 블로킹 타이밍 잡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번 반복되고 눈에 익으면 금세 간파 당할 수 있다.
(사진: 신승규 기자)
김동준 현대캐피탈이 경기 초반 잘하고도 3세트 즈음 흔들렸던 이유가 상대 블로킹이 서서히 타이밍을 잡았기 때문인 것과 비슷한 맥락 같다.
이호근 하지만 어느 팀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스피드 배구는 리베로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미리 대기해 공격 준비 시간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남자부에서 현대캐피탈이 성공했다면 여자부에서는 GS칼텍스가 가장 비슷한 팀이다. 선수들이 멀티 포지션으로 측면, 중앙을 가리지 않고 공격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문용관 예전에는 모든 선수가 어느 포지션이든 만능이었다(All-Round Player). 최근 센터, 라이트 공격수들은 수비에 대한 책임이 거의 없어졌다. 분업화된 배구를 하다 보니 스파이크에만 치중하고 과정은 다 무시됐다. 그래서는 스피드 배구를 할 수 없다. 수비가 받쳐줘야 한다.
김대진 전형적이지 않은, 틀을 깨는 창의적 플레이가 많이 가미됐다. 스피드 배구는 ‘영역 파괴’다. 이를 통해 흐름을 끊는 것이다.
문용관 현대캐피탈은 후반기 전승하며 여유가 생겼다. 최태웅 감독이 여러 시도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주가 될 수는 없다. 선수 개개인의 장점을 잘 파악해 활용한 것이 통했다.
주건범 사람들이 읽고 싶은 기사를 선택하는 척도로 ‘스피드’라는 단어가 중요하게 작용하기 시작했다. ‘현대캐피탈 스피드 배구가 신선하다’, ‘기존의 것과는 다르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들이 내린 ‘스피드 배구’ 정의는 모든 선수가 공격에 가담해 한 발 빠른 플레이로 상대 블로킹 타이밍을 빼앗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선수들의 기본기,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형화된 틀을 깨는 전술이 많이 나올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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