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OK의 후예 송송 브라더스가 써낸 우승 드라마 ②

정고은 / 기사승인 : 2016-04-22 16: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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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시즌도 지났지 말입니다
경기대 3학년이던 2013, 채 졸업도 하기 전 프로라는 무대에 뛰어들었던 송명근과 송희채. 어느새 이들의 프로 3번째 시즌도 막을 내렸다.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소감이 어떨까. “혼나기도 많이 혼났고 업다운도 많았지만 잘 극복한 것 같아요. 점수를 매긴다면 100?(웃음) 잘했던 것 같아요.” 송명근의 말이다. 송희채는 서브를 바꾸고 나서 리그 동안에는 재미도 보고 팀에 도움이 됐던 것 같은데 포스트시즌에는 서브 리듬이 안 맞더라고요. 경기 분위기를 많이 깎아먹었어요. 우승해서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데 서브에서 마이너스에요. 그래서 70점이요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챔피언결정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지만 분명 이들에게도 힘들었던 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이들이 기억하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송명근은 “6라운드 대한항공 전까지 팀이 침체기였어요. 대한항공전이 터닝 포인트였어요. 그 경기를 기점으로 (분위기가)살아났어요. 그 전까지는 많이 힘들었죠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사실 이날 OK저축은행은 0-3 완패를 당했다. 그러나 김 감독도 우승 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날을 터닝포인트로 꼽았다. “대한항공전이 기억에 남는다. 지고 있어도 흥이 나서 더 뛰더라. 그 때 분위기를 바꿔준 선수들이 너무 고맙다.” 주축선수 없이 뛴 경기. 그러나 그 경기에서 희망을 보았다. 경기는 지고 있지만 투지에서만큼은 지지 않았다. 득점 하나에도 열광하며 소리 지르고 뛰어다니는 선수들 모습은 김세진 감독을 비롯해 다른 선수들의 마음에 와 닿는 바가 컸다.

24일 한국전력과 경기 승리 이후 3연패, KB손해보험을 상대로 연패 탈출에 성공했지만 또 다시 연패에 빠졌던 OK저축은행이었다.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을 선수들. 축승회 때 김 감독은 이야기 하나를 전했다. 송명근, 곽명우가 새벽 6시까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는 것. 주전 세터 이민규가 시즌아웃 되면서 주전 세터자리를 떠맡게 된 곽명우.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해왔던 이민규가 곽명우와 같을 수 없었다. 자연히(?) 타이밍도 맞지 않았다. 송명근은 타이밍이 안 맞았어요. 이 문제 때문에 제가 먼저 감독님을 찾아갔어요. 답답해서. 그러면서 명우형이랑 같이 술을 마시게 됐죠라며 사실 이야기를 했다고 해도 바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잘 맞추기 위해 서로 노력 한 거죠라며 솔직하게 털어놨다.






송희채는 갑작스런 부상이 원망스러웠다. 송희채는 시즌 막판 발등부상으로 2경기 결장한 바 있다. “뒤에서 그저 보고만 있을 때가 가장 괴로웠어요. 차라리 내가 뛰면 뛰었지 중계로는 못 보겠더라고요. 사실 경기 뛸 때는 긴장감이 별로 없거든요. 그런데 TV로 보면 어후, 빨리빨리 보여줬으면 좋겠는데(웃음). 못 기다리겠더라고요.” 표정은 웃고 있지만 말 속에서 미안함과 괴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부상에서 완벽히 돌아온 걸까. 송희채는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잔부상이 많아요. 고질병은 없어요. 여기 아팠다가 저기 아팠다가 해서 그렇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어요. 제가 아프다고 하면 안 믿어요(웃음). 아픈데 금방 회복하니까요. 명근이가 걱정이죠. 옛날부터 무릎이 안 좋았는데 이번에 심해졌죠.”

문득 이들과 인터뷰 약속을 잡는 과정에서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던 송명근의 말이 생각났다. 매섭게 스파이크를 꽂아 넣던 그의 모습에서 아픈 무릎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월드리그 예비 후보 명단에 송명근 이름이 없던 이유도 자연스레 납득이 갔다. “무릎이 안 좋기는 해요. 훈련도 제대로 못했어요. 경기 때는 꼭 진통제를 맞았어요. 감각이 없어지거든요. 그래서 주사 효과를 믿고 참고 했었죠. 끝나고 나서도 약 기운이 돌아서 자기 전까지는 괜찮은데아프기는 하죠. 이제 정밀검사 받는데 결과가 나오면 감독님과 상담 후에 수술을 하든 재활을 하든 결단이 필요해요.” OK저축은행의 우승 뒤에는 송명근의 희생도 있었다.



#이런 선수가 되고 싶지 말입니다
2시즌 연속 챔프에 오르며 자신들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OK저축은행. 그러나 다음 시즌은 장담할 수 없다. 올시즌을 마지막으로 팀의 지주이자 에이스인 시몬이 팀을 떠난다. 외국인선수 선발제도가 트라이아웃으로 바뀌면서 더 이상 시몬과 함께 할 수 없는 것. 김 감독도 우려를 나타냈다. “답이 있습니까? 운에 맡겨야죠. 우리가 마지막 순번으로 뽑아야 하기에 답이 없어요. 그 안에서 잘 뽑아야죠.” 아직은 이르지만 김 감독은 원하는 외국인선수로 라이트를 마음에 두고 있다. 여기에 조건 하나를 덧붙였다. “서브가 좋아야 해요. 우리는 서브에 강점이 있는 만큼 같이 서브를 때릴 수 있다면 공격이 약하더라도 명근이와 희채가 있으니 괜찮습니다.”

김 감독 말에서 송명근과 송희채에 대한 믿음이 엿보였다. 앞으로 더 중요해질 이들의 역할. 송명근은 다른 것보다 자신을 컨트롤 하는 데 신경을 쓰겠다고. 송명근은 작년 우승 이후로 중간 중간 자만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잘 컨트롤해서 업다운을 맞추기는 했지만 자만심을 컨트롤해서 잘하는 것이 제가 앞으로 해야 할 일입니다라며 보완할 점을 언급했다.

아직 3년차인 선수들에게 어쩌면 성급할지도 모를 질문을 던졌다. “어떤 선수로 남고 싶은가.” 두 선수는 차분히 자신 생각을 전했다. 송명근은 뒤처지고 싶지 않아요. 그 어떤 선수가 나타나더라도 뒤처졌단 소리, 한 물 갔다는 소리는 듣기 싫어요. 꾸준히 잘하고 싶어요라며 욕심을 내비쳤다.

송희채 답변은 더 구체적이었다. “제가 없으면 팀이 불안해 할 정도로 신뢰 받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에요. 은퇴 전에도 은퇴해서도 확실히 저로 인해 마음이 편하구나 하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하려고 하는데 팀도 저도 기복이 있어 반성하고 있어요. 사실 시즌 끝나고 보면 기록적으로는 나쁘지 않아요. 보이는 기복이 크다 보니제가 걱정하는 건 들쑥날쑥한 경기력 때문에 감독님이나 선수들이 못 믿을까봐 걱정이에요. 항상 신뢰를 주고 싶어요.”

인터뷰를 하면 늘 하는 질문이 있다. 목표도 그 중 하나. 그럴 때마다 항상 돌아오는 답변은 똑같았다. ‘우승우승을 경험해 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니, 우승에 대한 욕심은 더 컸다. “지금 V2까지 했지만 다음 시즌 목표는 V3에요. 가슴에 별을 가득 채웠으면 좋겠어요.”

#사진_신승규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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