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효진의 과거, 현재, 미래
학창시절 교사가 꿈이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게 좋았다. 국사, 수학에 자신 있었다. 중학생 때까지 학업을 놓지 않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며 운동과 병행하는 게 힘들어졌다. 여전히 학구열은 대단하다. 은퇴 후 유학도 고려 중이다.
그러나 배구 지도자에 대한 생각은 아직 없다. 양효진은 “나이가 들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가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선수 미래가 바뀔 수 있다. 내게 그 정도의 자격, 능력이 있는지 확신이 없어 섣불리 지도자가 되고 싶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양효진은 배구밖에 모르는 ‘바보’다. 배구를 하면 할수록 매력에 푹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겠다고 한다. 다시 태어나도 배구를 할 것이란다. “예전에는 다시 태어나면 다른 걸 해보고 싶었다. 그때는 배구를 좋아하긴 하지만 직업이자 생계수단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요즘은 배구가 마냥 좋고 재미있다. 끊임없이 상대와 두뇌 싸움을 벌여 이겼을 때 희열이 크다”
2016년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리는 해다.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은 5월 14~24일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예선을 치른다. 4월 3일 국가대표 소집을 앞두고 있던 양효진의 마음은 무거웠다. 몸 상태가 여의치 않았다. 허리는 나았지만 양쪽 발목이 말썽이었다. “9년 동안 쉴 새 없이 뛰었다. 예전부터 쌓였던 문제가 지금 나오는 것 같다. 잘 쉬지 못해 부상을 안게 됐다. 하지만 국가대표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지금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하고 나중에 쉬려 한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가 앞에 기다린다. 아프다고 떼쓸 수 없다”라며 덤덤히 얘기했다.
올림픽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내가 똑바로 잘하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따라올 선수들이다. 올림픽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 무대인지, 선수로서 올림픽에 나가는 것이 얼마나 큰 영광인지 알았으면 한다”라고 답했다. 2012 런던올림픽 아쉬움은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다. 당시 여자 배구팀은 3~4위전에서 일본을 만나 세트스코어 0-3으로 패하며 4위를 기록,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그땐 절실하게 메달을 따고 싶었다. 일본은 엄청난 분석으로 우리 약점을 깊게 파고들었다. 우리는 준비가 부족했다. 무너지는 모습에 화가 났다. 이번엔 반드시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잘해야 한다”라며 입술을 앙다물었다.
양효진은 다가올 미래에도 항상 잘하는 선수이고 싶다. 배구를 그만두는 날까지 지금의 위치에 머물고 싶다. “나이가 들면 지금처럼 타점 높은 공격이 힘들 것이다. 하지만 블로킹 노하우 등으로 팀에 계속 보탬이 되고 싶다. 화려하진 않아도 꾸준히 노력하는 선수가 될 것이다. 언젠가는 정점에서 내려와야 한다. 아름답게 은퇴하고 싶다”라며 소망을 펼친다.
양효진은 배구선수로서 많은 것을 이뤘고, 행복을 가졌다. 하지만 그럴수록 무덤덤해지려 한다. 언젠가는 이 모든 것이 본인을 지나쳐가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를 즐기되, 안주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그녀. 그래서 양효진은 더욱 반짝일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그녀와 재미나는 수다에 어느 덧 약속된 2시간이 훌쩍 지나고 해거름이 되었다.
글 / 최원영 기자
사진 / 신승규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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