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7시즌 남녀부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미리보기
‘반면교사’ 여자부 트라이아웃
여자부가 2015~2016시즌 먼저 변경된 외국인선수 제도 아래 출발했다. 긍정적인 부분은 분명히 있다.
기존 외국인선수 선발제 아래 국내선수들은 특정 포지션의 경우 외국인선수 때문에 피해를 봤다. 주 공격을 담당하는 라이트 자리가 대표적이다.
트라이아웃으로 V-리그와 인연을 맺은 외국인선수들은 지난 시즌까지 뛰었던 외국인선수들과 견줘 국제적인 인지도나 이름값이 모자랐다. V-리그 여자부는 외국인선수 제도가 시작된 2006~2007시즌(남자부는 2005~2006시즌부터 외국인선수가 뛰었다)부터 외국인선수 수준이 지속적으로 올라갔다.
베띠, 밀라(이상 도미니카공화국)를 시작으로 아우리 크루즈, 카리나(이상 푸에르토리코), 폴리(아제르바이잔), 바실레바(불가리아), 데스티니, 니콜(이상 미국), 몬타뇨(콜롬비아), 알레시아(우크라이나) 등과 A급 선수들이 코트를 밟았다.
그런데 지난 시즌부터 거물급 외국인선수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트라이아웃으로 선수 몸값과 국적, 나이 등에 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선수들의 입지는 예전보다 넓어졌다. 표승주(GS칼텍스)가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최은지(IBK기업은행)와 하혜진(한국도로공사) 등도 바뀐 외국인선수 선발제도 아래 수혜를 받은 대표적인 국내선수로 꼽힌다.
그러나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기 마련이다. 트라이아웃 시행 후 한 시즌을 치른 결과, 우려했던 부분이 그대로 나타났다.
흥국생명·GS칼텍스 ‘울고 싶어라’
여자부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이 실시되기 앞서 각 팀들이 제기했던 가장 큰 문제는 부상 선수 발생시 대체 선수 영입이다. 바로 교체 외국인선수에 대한 부분이다.
현행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상 부상 선수 또는 대체 선수 영입에 있어서는 트라이아웃 참가자로 제한을 뒀다. 한정된 범위 안에서 대체 선수를 선발해야 한다. 이 때문에 피해를 본 구단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흥국생명과 GS칼텍스다. 두 팀은 지난 시즌 마지막까지 ‘봄 배구’ 진출을 두고 공교롭게도 경쟁을 벌였다.
흥국생명은 4라운드까지는 순항했다. 5라운드 들어 문제가 생겼다. 이재영과 함께 팀 공격을 이끌었던 테일러가 덜컥 다쳤다. 족저근막염 진단을 받아 전력에서 빠졌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교체 여부를 두고 장고를 거듭했다. 결국 외국인선수 교체 마감시한 두 시간을 남겨두고 교체를 결정했다.
마땅한 대체 선수감도 눈에 띄지 않았다. 테일러를 대신해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알렉시스는 가족, 친구들과 휴가를 보내던 도중 부랴 부랴 흥국생명의 부름을 받고 다시 배구공을 손에 잡았다. 흥국생명은 정규시즌에서 3위를 기록해 ‘봄 배구’ 막차를 탔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서 현대건설에 내리 2연패를 당했다. 5시즌 만에 다시 밟은 ‘봄 배구’ 무대는 너무나 짧았다.
결과론이지만 테일러가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현대건설과 플레이오프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흥국생명은 이재영 혼자 팀 공격을 이끌기엔 아직 벅찼다. 승패 결과에 핑계를 따로 들 순 없겠지만 흥국생명은 외국인선수라는 암초를 제대로 만났다.
GS칼텍스도 마찬가지다. 팀은 정규시즌에서 15승 15패로 5할 승률을 달성했다. 마지막 뒷심에서 밀려 ‘봄 배구’에 나서지 못했다. GS칼텍스는 바뀐 외국인선수 규정에 대비해 2014~2015시즌 선행학습을 한 바 있다. 쎄라(캐나다)를 대신해 에커맨(미국)으로 교체했다. 에커맨은 미국대학배구코치연합회(AVCA) 선정 ‘톱50’ 안에 이름을 올린 선수였다.
GS칼텍스를 비롯해 KOVO측은 당시 에커맨이 다가오는 트라이아웃에 참가할 외국인선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평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첫 번째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들의 수준은 에커맨에 견줄 바가 못됐다.
1순위로 KGC 인삼공사에 지명된 헤일리 정도가 즉시 전력감으로 꼽혔다. 정규시즌이 시작되고 명암이 엇갈렸다. 헤일리를 뽑은 KGC인삼공사를 논외로 하더라도 GS칼텍스는 시즌 내내 외국인선수 때문에 고민했다. 트라이아웃에서 이선구 감독 눈에 들었던 캣벨이 무릎 부상으로 고생했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의 경우처럼 가정을 한다면 GS칼텍스도 충분히 ‘봄 배구’에 나설 수 있었다. 캣벨이 ‘건강한 몸 상태로 한 시즌을 뛰었다면’이라는 전제 조건이 붙어야 한다. 이 감독과 구단 사무국은 캣벨 교체를 두고 고민했다. 캣벨과 시즌 마지막까지 함께 가기로 결정을 내렸지만 아쉬움은 컸다.
되돌이표에 대한 걱정 앞서
흥국생명과 GS칼텍스 뿐 아니다. 정규리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손에 넣은 IBK기업은행도 맥마혼이 정규시즌 후반 왼손가락 골절 부상을 당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현대건설을 상대로 치른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맥마혼의 빈자리를 여실히 느꼈다. 한국도로공사도 시크라 부상 때문에 정작 힘을 써야 할 정규리그 후반부,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해 결국 ‘봄 배구’ 진출이 좌절됐다.
교체선수 풀이 한정된 것도 문제였지만 교체 시기도 문제가 있었다. 5라운드 종료 후 교체를 금지한 규정 때문에 여러 팀이 울상만 지을 수 밖에 없었다. KOVO와 여자부 각 팀들은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회의를 여러 번 열었다.
그러나 2016~2017시즌에도 외국인선수 교체 시한은 변함이 없다. 2015~2016시즌과 같은 문제가 다음 시즌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한 구단 관계자는 “큰 틀에서는 외국인선수 교체 마감 시한을 없애자는 뜻에 합의했지만 각 팀들의 이해관계가 부딪혔다”며 “이 때문에 바뀐 부분은 거의 없는 셈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현행 제도 아래서는 외국인선수 부상 발생시 해당 팀들은 운에 맡겨야 한다. ‘복불복’으로 한 시즌 농사가 결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남자부는 여자부의 이런 사례를 참고해 외국인선수 교체 시한을 없앴다. 부상 선수 발생시 언제고 교체가 가능하다.
(2편에 계속)
글 / 류한준 조이뉴스24 기자
사진 / 문복주, 유용우 기자, KOVO 제공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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