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플레이어 참가는 요원해
2016~2017시즌 여자부 트라이아웃에서 가장 큰 변화는 참가 선수 국적을 종전 미국에서 더 늘린 부분에 있다. 미국을 포함해 캐나다,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도미나카공화국, 쿠바 등 5개국을 더 추가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KOVO가 기대하는 것과 다르다. 온도차가 분명히 있다. 복수의 구단 관계자는 “에커맨 급만 트라이아웃에 참가해도 감지덕지”라고 할 정도다.
지난 시즌 문제점으로 꼽힌 트라이아웃 참가 선수 수급 문제는 이번에도 여전하다. 조금은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각 구단이 바라고 기대하는 눈높이에는 모자른다는 평가가 많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는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나 AVCA 선정 1부리그 최우수선수(MVP) 정도 선수가 트라이아웃에 나서길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트라이아웃 관련)제도 개선 문제를 소홀히 한다면 V-리그가 앞으로는 미국배구협회 산하 선수 수급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했다. 물론 지나친 걱정일 수 있다. 하지만 A급 선수들이 현행 규정대로라면 V-리그를 노크할 이유는 적다.
2015~2016시즌 AVCA 선정 1부리그 ‘올해의 선수’에는 남가주대(USC) 소속 레프트인 사만다 브리시오가 선정됐다. 브리시오가 이번 달 말 열리는 V-리그 트라이아웃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미국 여자대학 2부리그와 3부리그 MVP로 뽑힌 프리시 시버(록허스트대)와 앨리슨 자스트로(워싱턴대) 역시 트라이아웃 참가는 3월 20일 현재까지 미지수다.
자유선발제도에서 V-리그에는 AVCA 선정 ‘올해의 선수’가 다녀간 적이 있다. 국내 팬에게도 얼굴이 익숙한 니콜과 쎄라가 그 주인공이다.
트라이아웃 참가 선수 국적을 확대했더라도 결국은 미국 국적 선수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쿠바는 자유선발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다른 리그에서 우수 선수 자원이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상대적으로 미국과 견줘 수준은 분명히 떨어진다. 푸에르토리코와 도미니카공화국도 예전과 달리 우수 선수 수급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캐나다 국가대표 주 공격수인 타비 러브를 포함해 지난시즌 V-리그에 참가했던 4명의 선수들이 다시 국내 무대에 출사표를 던졌다. 캣벨(GS칼텍스), 시크라(한국도로공사), 에밀리(현대건설), 알렉시스(흥국생명)다.
선수 수급 여전한 문제
KOVO는 이번 트라이아웃에 에이전트 등록제를 시행했다. 무분별한 에이전트 난립을 막고,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외국인선수 선발을 위해서다, 또한 V-리그 팀들의 재정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취지는 좋다. 그러나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분명히 있다. 외국인선수 선발 과정에 등록하지 않은 한 에이전트사는 “여자부의 경우 어차피 선수 수급은 불을 보듯 뻔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트라이아웃 도입 첫 해인 지난 시즌, 선수 명단과 관련 영상이 잘 전달되지 않았고 미국배구협회와 손발도 맞지 않았다. KOVO는 이번에는 시행착오를 줄인다고 했지만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취재 결과 미국 유명 에이전트사인 ‘유나이티드 스포츠’와 ‘브링 잇 USA’에서 트라이아웃 참가 선수를 전적으로 모집, 수급하는 모양새다. 다양한 선수를 각 구단들이 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마련되기 힘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남자부는 여자부와 견줘 상황이 다르다. 트라이아웃 참가 자격에서 차이가 난다. 남자부는 국적을 따로 한정하지 않았다. 좀 더 다양한 국적 선수들이 트라이아웃에 나설 수 있다. 연봉도 여자부와 견줘 두 배 정도 많은 30만 달러다.
남자 구단 관계자와 에이전트사는 “다른 해외리그와 견줘 세금을 덜 내는 V-리그의 경우 30만 달러라는 상한선이 선수들에게는 충분히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V-리그의 연봉 수준과 대우는 이미 해외리그에서도 ‘톱3’ 안에 들 정도다. 선수와 해외 에이전트들은 이 점을 분명히 알고 있다.
올 시즌 V-리그 코트에서 뛰었던 그로저(독일), 오레올, 시몬(이상 쿠바), 모로즈(러시아)와 같은 특 A급은 아니더라도 B급 이상으로 평가 받는 선수들은 충분히 참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구관이 명관?
남자부의 경우 여자부와 달리 트라이아웃 신청자가 꽤 된다. 이유로는 앞서 얘기한 연봉 등 금전적인 부분이다. 경기 외적 요소인 주거, 이동, 가족 초청 등에 따르는 부대비용이 다른 해외리그와 견줘 유리하다는 점도 V-리그의 장점 중 하나다. 한 에이전트는 “선수가 실제로 받는 금액만 놓고 보면 V-리그가 트라이아웃으로 (외국인선수)선발제도를 바꿨다고 하더라도 매력이 떨어진 건 아니다”고 했다.
취재 결과 3월 20일 기준으로 남자부는 50명 훌쩍 넘는 선수들이 트라이아웃 참가 의사를 밝혔다. 최종 마감은 최대 100명 정도까지도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여자부와 비교해 각 구단이 받아들일 선택 폭은 넓다.
이런 가운데 V-리그 유경험자들 이름도 참가 명단에 들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칼라(쿠바)와 밀로스 쿨라피치(몬테네그로)다. 칼라는 지난 2008~2009시즌 대한항공에서 뛰었다. 밀로스는 한국전력에서 2009~2010, 2013~2014시즌 등 두 차례나 뛰었다. 칼라의 경우 많은 나이가 걸림돌이지만 레프트 자원 영입을 원하는 팀에는 충분히 구미가 당길 수 있는 자원이다.
두 선수 외에 현대캐피탈에서 뛰었던 미차 가스파리니(슬로베니아), 삼성화재와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었던 레안드로(브라질)도 다시 한국행 노크를 한다. 시몬, 오레올, 마이클 산체스(전 대한항공)와 함께 쿠바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에이데르 산체스도 V-리그 문을 다시 한 번 두드린다.
에이데르 산체스의 경우는 지명 가능성은 떨어진다. 그는 2013~2014시즌을 앞두고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었지만 정작 V-리그에서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다. 적응 문제로 시즌 개막을 앞두고 교체됐다. 당시 그를 대신한 선수가 밀로스다.
최종 트라이아웃에는 가스파리니와 바로티가 참가하게 됐다.
시행착오 피할 수는 없어
여자부는 트라이아웃 제도 도입 전후 팀 성적에 큰 편차가 없었다. 2014~2015시즌 ‘봄 배구’에 나갔던 한국도로공사만 빠졌을 뿐, IBK기업은행과 현대건설은 2015~2016시즌에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남자부는 다음 시즌 팀 순위가 크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선수가 모두 새로운 얼굴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존에 뛰었던 외국인선수들의 참가 자체를 불허한 여자부와 달리 남자부는 그로저, 시몬, 오레올이 트라이아웃에 참가할 수 있다. 하지만 세 선수가 다시 한 번 V-리그에서 뛸 가능성은 희박하다. 일단 몸값이 맞지 않는다. 다가올 2016~2017시즌 남자부는 외국인선수가 변수가 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여기에 트라이아웃 이후 진행될 자유계약선수(FA) 시장도 팀 전력 변화를 이끌어낼 요소다. 어떤 외국인선수를 선발하느냐에 따라 팀 전력의 밑그림이 달라질 수 있다.
KOVO는 트라이아웃 제도들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남녀부 모두 시행착오와 문제점이 계속해서 드러난다. 이는 피할 수 없다. 남녀부 각 팀들 사이에 이해관계도 조정해야 하고 교체 규정, 외국인선수 2명 보유 1명 출전, 프로축구(K리그)에서 도입했던 아시아쿼터(같은 아시아 지역 선수를 선발할 경우 외국인선수 정원에 해당하지 않는 것을 의미) 등도 계속해서 논의를 해 구단간 이견 차를 좁혀야 한다.
한편, KOVO는 외국인선수 선발제도 변경의 가장 큰 이유로 지나친 몸값 폭등을 꼽았다. 이러한 지출을 줄여 V-리그 뿐 아니라 한국 배구의 바탕이 되는 유소년 배구 육성에 투자한다는 게 기본 취지다. 그러나 아직까지 현실과 이상은 거리가 멀다. V-리그 남녀팀 13개 구단 중 유소년 육성 관련 프로그램과 관련 매뉴얼을 두고 있는 팀은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상 남자부) 뿐이다. 절약된 비용이 유소년 육성에 투자될 지는 연맹과 구단의 의지에 달렸다.
글 / 류한준 조이뉴스24 기자
사진/ 문복주, 유용우기자, KOVO 제공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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