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기대와 우려 속에 일본으로 떠났던 여자대표팀이 당당히 올림픽 티켓을 손에 들고 돌아왔다. 많은 팬들의 축하 속에 입국한 여자대표팀은 이제 리우 올림픽을 향해 다시금 신발 끈을 조여 맸다. 남자 배구 역시 월드리그 일정에 돌입했다. 그리고 여기 스포트라이트는 없지만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들이 있다. 7월 9일부터 17일까지 대만에서 열리는 2016 제18회 아시아남자 U20 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U20 대표팀이 주인공. 묵묵히 훈련에 임하고 있는 이들을 찾아가봤다.
아시아 남자 U20 선수권대회를 말하다
세계선수권대회는 U21(21세 이하)로 치러진다. 아시아 선수권은 세계선수권대회에 일년 앞서 예선전을 겸해 개최되기 때문에 U20(20세 이하)으로 제한한다. 따라서 1997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만이 참가할 수 있다.
이에 U20 대표팀 이상렬 감독의 고민도 깊었다. 이 감독의 말에 따르면 대학교 선수 중 괜찮은 선수들이 있었지만 그 선수들 나이가 자격조건을 넘겨 함께할 수 없다는 것. 결국 이 감독은 제한된 인원 풀 안에서 선수 선발을 해야 했다.
2년마다 열리는 아시아 남자 U20 선수권대회는 지난 2014 바레인에서 열린 데 이어 올해는 2016년 7월 9일부터 17일까지 대만에서 개최된다. 지난 대회 우리나라는 이란, 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앞선 대회들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2004년 카타르에서 열린 U20 선수권대회에서 1위에 오른 이후 5, 6위를 전전하다 지난 대회에서 간신히 3위를 기록하며 구겨졌던 체면을 세웠다.
올해 U20 선수권대회는 4개 팀씩 4개 조로 나누어져 진행된다. A조에는 대만 태국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가, B조에는 이란 카타르 투르크메니스탄 홍콩이, C조에는 일본 중국 파키스탄 이라크, D조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바레인 시리아 오스트레일리아가 포진해 있다.
각 조 상위 2개씩 8개 팀은 결선라운드를 통해 8강 토너먼트로 최종 순위를 가린다. 이 대회 우승 준우승 2팀은 아시아를 대표하여 2017 U21세계선수권대회에 진출한다. .
출전국 중 우리나라보다 세계랭킹(2015년 9월 기준)에서 앞서는 나라는 중국(3위) 이란 (10위) 일본 (15위)이다. 한국은 1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7월 9일 바레인전을 시작으로 일전에 돌입한다.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6월 17일 대표팀을 만나기 위해 경희대를 찾았다. 이 날은 U20 대표팀과 경희대가 연습경기를 치르기로 예정되어 있던 날. 약속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학교 체육관. 게다가 처음 가보는 배구장. 낯선 마음을 안은 채 배구장 문을 열었다. 체육관 안에 들어서자 경희대 선수 몇몇이 이미 몸을 풀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흘렀을까. 멀리 계단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U20 대표팀 선수들도 한 명 한 명 체육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장에 도착한 선수들은 자연스레 바닥에 앉아 테이핑을 하며 훈련을 준비했다. 스트레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다.
U20 대표팀과 경희대 선수들이 네트를 사이에 두고 마주섰다. 그리고 이내 각자 다른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이어 손을 높이 뻗어 점프를 했다. 다름 아닌 블로킹 훈련 모습. 몇 차례 블로킹 연습이 끝나고 두 팀은 각각 네트를 사이에 두고 코트 한 켠씩을 차지한 가운데 2인 1조로 볼 운동에 들어갔다. 볼 운동에 함성이 빠질 수는 없었다. 대표팀과 경희대는 마치 대결이라도 하듯이 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마치 지면 안 되는 사람들처럼. 그로 인해 체육관은 선수들이 내지르는 파이팅 소리로 가득했다.
가볍게 볼 운동을 마친 이들은 공격 훈련에 들어갔다. 세터가 띄워주는 볼에 맞춰 강력한 스파이크를 내리 꽂았다.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가 1997년생, 20살인 U20 대표팀. 하지만 옆에서 본 이들의 파워는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였다.
공격 훈련에 이어 서브 훈련이 시작됐다. 양 쪽 엔드라인에 선 선수들은 상대 코트 빈 구석에 서브를 넣었다. 그리고 그 서브는 각 팀 리베로와 레프트들이 받아냈다. U20 대표팀에서는 오은렬(경기대 1년) 리베로와 김정호가 리시브에 나섰다. 두 선수는 쏟아지는 서브를 놓칠 때도 있었지만 차분히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볼을 리시브했다. 서브까지 훈련을 마친 후에야 두 팀은 연습게임에 들어갔다.
(사진설명 : 한국민)
하나하나 다듬어질 원석들
시계가 3시 18분을 가리켰다. 연습경기도 막 시작됐다. 이 감독은 경기에 나선 선수들 각자를 가리키며 선수들에 대해 평가했다.
우선 팀을 조율하는 세터 김명관(경기대 1년). 이 감독은 그를 일컬어 경기대 출신 이민규보다 신체조건이 좋다고 말했다. 운동선수에게 있어 좋은 신체조건은 축복. 하지만 의지가 약한 점을 꼬집었다. 경기를 치르면서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욕심을 가지길 바라는 감독의 희망이다.
라이트로 뛰는 한국민(인하대 1년)은 이상렬 감독이 눈여겨보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소속팀 인하대에서 김성민(3학년), 차지환(1학년)과 함께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실력자다. 한국민은 앞서 박기원 감독이 시니어 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당시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사진설명 : 임동혁)
당시 최연소 국가대표로 이름을 올렸던 임동혁도 이 감독의 눈길을 잡았다. 이 감독은 “키도 크고 몸매도 괜찮다”라고 전했다. 다만 공격자세가 큰 것이 아쉽다고. 자기가 가진 힘이나 능력에 비해 오버가 되는 점만 조절해주면 될 것이라는 조언을 건넸다.
주장 김정호 역시 시니어 대표팀에 선발됐던 선수. 소속 팀 경희대에서 주전 자리를 당당히 꿰찬 만큼 공격력이 좋다. 경희대 김찬호 감독 역시 “공격력이 상당히 좋다”라고 평가했다.
리베로에는 오은렬(경기대 1년)이 함께한다. 소속 대학에서 그를 지도하고 있는 만큼 이 감독의 믿음은 크다.
연습경기가 진행되면서 이 감독은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자상한 지도를 아끼지 않았다. 잠시 의자에 앉아 선수들을 지켜보다가도 이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선수들 한 명 한 명을 상대로 시범을 보였다. 이야기를 마친 후에도 코트를 벗어나지 못했다. 선수들에게 할 이야기가 많았는지 그만큼 타임도 잦았다. 대회가 불과 3주 앞으로 다가온 탓도 있었으리라.
주어진 시간 안에 최선을
지난 6월 7일 소집된 선수들. 연습경기 현장을 찾아갔을 때는 이제 막 손발을 맞춘 지 열흘 정도 지났을 때였다.
이 감독은 “팀 분위기나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다른 팀들 전력도 계속 좋아지고 있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훈련해서 실력이 급속도로 느는 건 사실 힘들다. 최대한 선수들 몸 상태라든가 분위기를 최고로 끌어올리려고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 감독 말처럼 손발을 완벽히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 그럼에도 대회는 열린다. 남은 시간 동안 이 감독은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둘 생각일까. 이상렬 감독은 소신 있게 생각을 전했다.
그는 한국남자배구의 발전적 미래를 이야기했다. 이 감독은 남자배구의 현실에 관한 이야기로 입을 뗐다. “여자배구는 올림픽에 진출했지만 남자는 올림픽에 못 나간 지가 꽤 오래됐다. 선수들도 팀에서는 최고이지만 세계무대 나가서는 자신들이 얼마나 부족한지 느낄 것이다”라고 말한 이 감독은 “이 선수들 중에는 국가대표로서 한국배구를 짊어질 선수도 있고 지도자가 될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자신이 지금보다 더 훌륭하다는 걸 잘 모른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기량보다 더 훌륭히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정신적인 자세나 자신감을 많이 심어주려고 하고 있다. 선수들 의욕이 많이 올라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 달 안에 크게 바꾸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그래서 선수들 인식을 업그레이드 시키려고 하고 있다. 사명감을 심어주고 있다. 그리고 합동해서, 협심해서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라며 “아무리 잘난 선수가 12명이어도 각자 놀면 아무것도 안 된다. 그런데 가끔 공격수들을 보면 공격 포인트를 못 내면 세터에 인상을 쓰는 경우가 있다. 막상 자기는 디그를 잘 못 받아 줄 때도 있는데 말이다. 부족해서 못해주면 미안하게 생각해야 하고 누군가 못해줬다고 화를 낼 필요는 없다. 우리가 볼 때는 열심히 안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각자는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거다. 아이들에게 이건 이렇지 하고 이해를 시켜야 아이들도 ‘내가 열심히 하는 건 줄 알았는데 부족했구나’하고 깨달을 수 있다. 한 달 동안 생활하면서 대화를 많이 하며 인식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 감독에게 목표를 물었다. 그러자 크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목표는 우승이다. 어려울 수 있지만 최선을 다해 우승을 하도록 노력하겠다.”
이어 “청소년 대표 감독직 선임 이후 나한테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느냐고 다들 물은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이 선수들이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수 있게, 국가대표가 되는 데 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당장 성적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훌륭한 선수로 성장해 우리나라를 빛낼 수 있는 데 조금의 도움이라도 될 수 있는, 그 밀알 같은 역할을 하려고 한다. 사실 사명감은 대단한데 막상 맡아보니 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안 되더라. 그래도 그 안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비록 많은 이들의 관심은 없을지 몰라도 대한민국 배구 미래들은 무더위 속에서 굵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아시아 남자 U20 선수권대회 한국 일정
7월 9일
한국 VS 바레인
7월 10일
한국 VS 오스트레일리아
7월 11일
시리아 VS 한국
아시아 남자 U20 선수권대회 최종엔트리(12명)
글 / 정고은 기자
사진 / 신승규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7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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