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정고은 기자] 전 세계 단 20명에게만 허락된 자리, 그 영광의 무대에 강주희 심판이 선다.
지난 2012 런던 올림픽. 전세계가 코앞으로 다가온 올림픽에 들떠있을 무렵 홀로 깊은 상실감에 빠졌다. 내심 심판 배정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세상일은 내 맘 같지 않았다. 최종 명단 그 어디에도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4년이 흘렀다. 올림픽도 돌아왔다. 런던에서 리우데자네이루로 무대가 옮겨진 사이 심판대 위로 올라갈 기회도 찾아왔다.
지난 1월 28일 국제배구연맹(FIVB)은 리우 올림픽 배구 경기 주·부심을 담당할 20명에게 선정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강주희 심판은 오직 20명에게만 허락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주위 사람들의 축하에 감사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당연한 결과였다. 2006년부터 꾸준히 국제대회에서 심판을 봐왔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었다. “모르는 사람들은 하늘에서 별이 떨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동안 나를 봐왔던 사람들은 당연한 결과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이야기들을 떠나 감사하다. 올림픽에 나가게 돼 영광이다. 그런데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도 따라야 한다.”
강주희 심판의 입에서 나온 ‘운’이라는 말.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다. “대륙마다 할당되는 숫자가 있고 더군다나 한 나라에 1명이 배정된다. 그리고 본래 아시아에는 5-6자리가 돌아왔다. 그런데 이번에 자리가 4개로 줄었다. 기존에 있던 것마저 없어졌다. 심지어 일본이 빠졌다. 국제연맹에서 파워가 있다는 일본이 빠졌다는 건 우리나라도 언제든지 빠질 수 있다.”
그럼에도 강주희 심판은 올림픽에 초대받았다. 하지만 그 초대가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기쁘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크다. 누구나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곳, 세계인들의 시선이 한 곳이 쏠리는 코트 안에서의 부담감은 어쩌면 당연했다.
“생각만큼 감동에 빠져있지는 않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한 그는 “누군가는 ‘좋은 경기에 가지 않느냐’하는데 그 자리는 세계 각 국에서 온 사람들이 평가한다. 만약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면 다음 번 배정을 장담할 수 없다. 한 번 배정에 빠지면 다시 돌아오기 힘들다. 그래서 그 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늘 마음을 졸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주희 심판에게 들은 FIVB 심판의 세계는 생각 이상으로 치열하고 타이트했다. 올림픽 심판으로 선정되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 어쩌면 선정된 이후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심판들은 대회 3일전에 도착해야 한다. 도착 후 첫 일정부터가 시험. 룰 테스트를 진행한다. 논술형, OX선택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 시간여 시험을 치른다. 그리고 한 명씩 구술테스트를 한다. 만약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재시험. 패스할 때까지 배정은 없다. 만약에 재시험에 통과해 배정을 받는다고 해도 그 다음 배정은 확신할 수 없다. 시험을 다 치르고 난 뒤에는 메디컬 테스트가 기다리고 있다. 시력, 청력, 혈압, 심박수 여기에 허리둘레와 BMI지수 등도 포함된다. 만약 몸무게가 오버된다면 경고를 받는단다. 경고를 줬음에도 BMI지수가 나오면 아웃, 다음 번 배정에서 떨어진다는 것.
이야기를 돌려 여자대표팀 이야기를 꺼냈다. 40년 만에 메달을 노리는 대표팀. 국민들 기대 역시 한껏 높아져 있다.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 4강까지 갔던 점이 더 기대를 부풀려놓았다.
강주희 심판은 조심스러웠다. 일각에서는 4강을 간다라고 얘기하지만 그는 장담할 수가 없다고 했다. 우선 올림픽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강주희 심판은 실력 하나로 덤벼야 하지만 그 것만으로 되는 곳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럼에도 강주희 심판은 다른 나라에서 보는 한국 팀은 좋은 팀이라고 전했다. 이어 다른 팀들도 준비를 철저히 할 것이라 말했다. “올림픽 메달은 우리한테만 중요한 게 아니라 전 세계가 다 중요하다.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만큼 선수들도 바뀌고 코칭스태프도 바뀐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가 한번이라고 본다면 누구나 다 가지고 싶다. 메달이 허락되는 건 단 3팀뿐이다.”
그랑프리에서 느낀 분위기 역시 상당히 예민했단다. 베스트 멤버로 대회를 치르지는 않았지만 선수들 나아가 심판, 국제배구연맹 역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고 말했다.
코앞으로 다가온 올림픽. 강주희 심판에게는 이번 올림픽 심판 배정이 의미 있는 이유가 있다. 올림픽 심판까지 보게 된다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되는 것. 세계선수권, 월드그랜드챔피언스컵, 월드컵, 올림픽 등 4개 대회를 일컬어 그랜드슬램이라고 한다. 이 4개 대회가 4년을 주기로 돌아간다. 즉 예를 들면 이번 해에 올림픽이 열린다면 다음 해에는 세계선수권 이런 식으로 사이클이 돌아간다. 강주희 심판은 “이번에 올림픽을 갔다 오면 4번을 채운다. 남들은 이 사이클을 2-3바퀴 돌고 싶다고 하는데 나는 한 바퀴 도는 것도 힘듣다(웃음)”고 말했다.
누군가에게는 꿈의 무대인 올림픽. 그 무대에 서게 된 강주희 심판은 마지막으로 “올림픽도 그렇지만 나에게는 매 달, 매 회 있는 경기들도 다 감동이다. 그래서 잘해야 된다는 생각밖에 없다. 하루하루가 스트레스고 긴장이지만 가지기 위해 노력했고 가져서 기쁘다”라고 전했다.
사진_더스파이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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