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얘들아 배구하자, 천안 구성초등학교

정고은 / 기사승인 : 2016-08-28 11: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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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를 졸업한지 13년 만에 모교를 방문했다. 흙먼지가 폴폴 날리던 운동장에는 인조잔디가 깔렸고, 정글짐이 있던 운동장 한 켠엔 커다란 강당이 자리잡았다. 취재하는 내내 ‘내가 초등학생일 때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았을걸’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구도시 천안 구성초를 방문해 후배들과 수업을 함께했다.


1983년 개교한 천안 구성초등학교(교장 유재필)는 작년 3월부터 KOVO 유소년 배구 교실을 실시하고 있다. 지도는 정현걸 지도자가 맡았다. 시행 첫 해엔 아이들이 공과 친해지는데 목표를 뒀다. 딱딱한 배구공 대신 소프트볼, 탱탱볼, 풍선 등 다양한 공을 사용했다. 공에 대한 감각을 먼저 익히고, 마침내 진짜 배구공으로 넘어와 서브, 리시브 등 기본기를 가르쳤다. 정 지도자가 가진 지도 철학은 ‘천천히 즐겁고 재미있게!’다. 배구에 재미를 느낀 아이들 실력은 하루하루 늘었다.


구성초 배구 열풍은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대단하다. 수요일마다 정기적으로 모여 배구 동아리 활동을 한다. “아마 우리학교 선생님들이 천안 지역 선생님들 중 최고로 잘 할 것”이라는 유재필 교장 말처럼 공을 다루는 선생님들 실력은 수준급이었다. 선생님들이 배구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눈으로도 배구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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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배구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프로배구로도 옮겨갔다. 배구 교실 아이들은 부모님 손을 잡고 유관순 체육관에 방문해 연고 팀을 응원했다. 그 중에는 지난 시즌 서포터즈에 가입한 학생도 있다. 정 지도자는 “유소년 배구 교실은 프로배구 저변 확대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작년 12월 구성초 아이들은 프로 선수들과 특별한 만남도 가졌다. 유관순 체육관에서 펼쳐진 올스타전에서 선수들 손을 잡고 함께 입장한 것이다. 좀처럼 할 수 없는 경험에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들도 기뻐했다.


구성초를 찾은 7월 14일에는 이달 30일 열리는 KOVO 유소년 배구대회를 앞두고 실전 감각을 키우기 위해 선생님들과 학생들간 연습경기가 있었다. 경기 초반 선생님이 날리는 강서브에 흔들리던 아이들 몸이 금세 풀렸다. 자기 자리를 지키며 리시브를 가볍게 툭툭 받았다. 공을 끝까지 쫓아가며 몸을 날리는 디그도 해냈다.


4학년 김남신 군은 네트 앞에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130cm가 조금 넘는 키로 선생님 팀을 깜짝 놀라게 한 기습 공격을 선보였다. 작은 실수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괜찮아” 하며 친구에게 다가가 가벼운 포옹으로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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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진형철 군이 발휘하는 리더십도 돋보였다. 코트 중심 자리에서 리시브를 계속 받았다. 목소리도 가장 컸다. 아이들은 득점을 할 때마다 동그랗게 모여 진형철 군이 “하나, 둘, 셋” 하는 구호에 맞춰 “구성! 파이팅”을 외쳤다. 한 아이가 늦게 도착하자 “지유야, 얼른 와!”라며 친구를 배려했다. 코트 위 9명 중 단 한 명도 빠지는 적이 없었다. 아이들은 배구를 통해 하나가 되는 법을 배웠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정현걸 지도자는 코트 밖에서 계속해서 아이들을 다독였다. 공을 받을 때 사인하기, 자기 자리 지키기 등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며 열정적으로 지도했다. 정 지도자뿐 아니라 구성초 선생님들도 아이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1대1 맞춤 강습이나 다름이 없었다. 목표는 4강 진입. 지난해 첫 대회는 배우는 마음으로 참가를 했다면 올해는 확실한 목표가 있기에,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열정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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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스코어는 어느덧 3-0. 선생님 팀이 내리 3세트를 챙겼다. 4세트를 앞두고 한 아이가 “얘들아 이번 세트라도 이기자!”하고 다부진 각오를 다졌다. “리시브만 잘하면 돼!” 하며 외치는 폼이 영락없는 배구 도사였다.


마지막 세트인 만큼 제법 긴 랠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아쉽게 4세트도 21-8 선생님팀 승리로 돌아갔다. 아이들은 네트 앞에 일렬로 서 선생님 팀과 악수를 하며 경기를 마무리 했다. 4세트를 끝으로 수업도 끝이 났다. 급식실에서 간식으로 준비한 시원한 수박을 한입씩 먹으며 휴식을 가진 아이들은 다시 배구공을 들었다. 배구 교실은 끝났지만 배구 놀이는 끝나지 않았다. 배구공을 잡은 아이들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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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필 교장


유소년 배구교실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교직원 동아리 중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이 배구이다. 구성초등학교는 선생님들끼리 방과후 배구를 많이 한다. 선생님들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취미를 가지고 있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아이들도 어려서부터 많은 활동을 하면 어른이 되어서 취미를 통해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던 차에 마침 KOVO에서 연락이 와 흔쾌히 시작하게 됐다.


배구를 통해 학생들이 달라진 점은
아이들 인성이 좋아졌다. 예전보다 인사도 밝게 잘하고 성격이 활발하게 변했다. 배구를 하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행복해 하는 아이들을 보면 배구를 통해 학교 생활을 즐겁게 하는 것 같아 교장으로서 기분이 좋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이제 학생들이 배구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으니 2학기 때는 반별로 스포츠 리그를 통해서 학생들이 배구를 많이 접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배구 리그를 열어 잘한 학급에는 상도 줄 예정이다.


글·사진/ 편정민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8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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