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배구X농구 콜라보레이션, 94년 동갑내기 이소영-강이슬

정고은 / 기사승인 : 2016-09-17 21: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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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16년 7월 16일. 2016 박신자 컵 서머리그가 한창 열리고 있던 충남 아산시에 이소영(GS칼텍스)이 떴다. 뭐가 이상하냐고? 그녀가 관람하고 있던 건 다름 아닌 농구경기. 친구 강이슬(KEB 하나은행) 응원 차 체육관을 찾은 것. 두 선수가 간직한 우정이 궁금했다. 이번 특급 콜라보레이션은 이렇게 이소영이 농구장을 찾는 것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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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일 오전 10시 30분. 엄청난 무더위가 몸을 웅크리고 있을 때쯤 2호선 삼성역 인근 어느 한 카페에서 이소영과 강이슬이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진행된 사진 촬영. 친하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어색함이 있지는 않을까 살짝 걱정스러운 마음과 함께 촬영이 시작됐다. 하지만 걱정은 애초부터 하지 말았어야 했다. 장난기 가득한 두 사람이 보이는 자연스러운 모습에 그저 엄지 하나를 조심스레 치켜세우면 됐을 뿐이다. 환상 호흡으로 뚝딱뚝딱 사진 촬영을 끝낸 그녀들. 특급 케미는 인터뷰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 첫 눈에 알아본 내 사람(?)


첫 만남이 궁금해요
- 제 기억으로는 서로 친해지고 싶었어요. 저도 이슬이를 알고 싶었고 이슬이도 저를 알고 싶었죠. 하지만 연락처가 없어서 연락은 못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곽)유화 언니가 둘 다 알고 있었죠. 그래서 언니를 통해서 연락을 하게 됐고 친해지게 됐어요.
- 소영이랑 알게 된지 2-3년 정도 됐어요. 제가 유화 언니와 통화하고 있었는데 언니가 소영이와 같이 있다고 해서 전화를 했던 게 첫 연락이었어요. 그리고 유화 언니가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줬어요. 지금은 유화 언니보다 둘이 더 친해졌어요(웃음).




서로의 첫 인상은 어땠어요?
- 연락만 하다가 처음으로 만난 건 제 경기 때였어요. 이슬이가 보러 왔죠.
- 제가 배구 보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그 때도 마침 배구가 시즌을 먼저 시작해서 장충체육관으로 찾아 갔어요.
- 처음 이슬이를 장충체육관에서 봤을 때 이렇게 클 줄 몰랐어요. 저보다 크리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많이 클 줄은 몰랐죠. 보자마자 ‘크긴 크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웃음). (참고로 강이슬의 키는 180cm, 이소영은 176cm다.)
- 저는 소영이를 본 첫 모습이 경기하는 모습이라서 지켜보는 내내 ‘잘해라 잘해라’하는 마음밖에 없었어요.




서로 성격은 어떤가요?
& - 하하하하하하하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던 그녀들)
- 소영이는 장난기가 엄청 많아요. 그리고 생각보다 여성스러워요.
- 얘도 장난기가 은근 많아요. 제가 장난을 잘 치는데 잘 받아줘요. 아! 그리고 저를 막 대해요. 저도 친하다 싶으면 막 대하는데 이슬이도 그렇게 해주니까 좀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어요. 이슬이는 착해요! 여성스러우면서도 털털하고요.
- 얘는 반대예요. 털털한데 여성스러워요.





종목은 다르지만 서로가 있어 위로가 많이 될 것 같아요. 특히 고마웠던 말이 있다면요?
-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할 때 너무 힘들었어요. 운동도 힘들고 막내라서 힘들고. 그리고 소영이도 마찬가지였지만 저도 동기가 없었어요. 저 혼자였어요. 그래서 서로 진천선수촌에 너랑 나밖에 없다고. 우리 서로 의지해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그 말이 큰 힘이 됐어요. 소영이가 먼저 올림픽 최종예선을 하러 체육관을 떠났는데 허전하더라고요.
- 제가 올림픽 최종 엔트리에 못 들어갔어요. 그랬더니 이슬이가 계속 진천으로 오라고, 짐 가져가라고(웃음). 제가 이슬이한테 짐을 맡겨둔 게 있었는데 가지러 못 갔거든요. 그러니까 왜 너 온다면서 안 오냐고 따지곤 했어요. 저는 특별히 고마웠던 말보다는 이슬이가 저에 대해 잘 아니 말 하나 하나가 고마워요. 사소하게 툭 던진 말에도 쉽게 감동을 받는 편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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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각자 영역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그녀들이지만 사실 이소영은 원래 육상소녀였다. 오히려 “농구해볼래?”라는 권유를 받았다고. 강이슬도 마찬가지. 지금 생각해도 왜 농구를 하고 싶다고 했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어쩌면 두 선수에게 배구와 농구는 운명이었다. 그리고 그 때 선택이 없었더라면 지금 이 자리 역시 없지 않았을까.



# 농구선수 이소영? 배구선수 강이슬?


종목은 다르지만 서로를 보며 ‘이건 부럽다’ 하는 것이 있나요?
- 농구는 많이 뛰잖아요. 배구도 훈련 과정에서 뛰는 게 많은데 저는 뛰는 체력이 없어요. 뛰는 걸 잘하고 싶은데 생각처럼 안 되더라고요. 단거리는 그래도 잘하겠는데 장거리는 못하겠어요. 체력이 부러워요.
- 저는 탄력이 없어요. 키가 크고 팔이 길어서 리바운드를 잡는 거지 점프력이랑 순발력이 없어요. 배구는 점프력 순발력 둘 다 좋잖아요. 그게 부러워요.




종목을 바꾸었다면 과연 잘했을까요?
- 일단 제 포지션으로는 안 될 테고. 소영이는 가드를 보면 될 듯하네요. 제 포지션은 많이 뛰어다녀야 해서(웃음). 그런데 농구를 해도 잘했을 거예요.
- 이슬이는 지금 제 포지션을 봐도 잘했을 듯 해요. 워낙 운동신경이 좋잖아요.
- 저 배구했다가 소영이한테 혼났어요.
- 웬 아저씨가 왔다 갔어요. 아저씨 같은 우어어어어 하는 소리를 내는데. 언니들이 무슨 아저씨가 왔다 갔냐고(웃음).
- 선수들이 스파이크 때리고 받는 게 멋있어 보여서 저도 한 번 받아보려고 소영이한테 말했는데 진심으로 스파이크를 때리는 거예요. 저 화냈잖아요(웃음). 어떻게 받는지 모르겠어요. 날아오는 게 무서워서 피하게 되더라고요.
- 배구는 볼을 받으라고 하면 흉내는 내도 잘 못 받아요. 어렵기는 하지만 몇 번 해보면 잘 할거예요. 이슬이는 키도 있잖아요.
- 서브도 해봤는데 네트 근처에도 못 가요. 생각보다 멀더라고요.
- 이슬이는 3점슛을 쉽게 넣잖아요. 제가 3점슛을 해보려고 했는데 요령이 없으니 너무 힘든 거예요. 던지는 건 던지겠는데 안 들어가요.
- 그래도 소영이는 점프력도 좋고 하체 힘도 좋아서 볼이 림에 닿아요. 힘이 좋아요. 일반인들은 반도 못 날아가는데.




운동을 해보면 슬럼프를 겪을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때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면요?
- 저는 코치님이랑 이야기도 많이 하고 책도 읽었어요. 주로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를 읽었는데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라는 책이 많은 위로가 됐어요.
- 다른 걸로 극복하기보다는 운동으로 극복하려고 해요. 다행히 시즌 마무리할 때 컨디션을 찾아서 다행이라고 여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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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013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프로무대를 밟은 두 선수. 어느새 4년차를 지나 5번째 시즌을 준비 중이다. 돌아보면 아쉬움이 어찌 없을 수 있겠냐마는 미래가 창창한 그들이기에 묵묵히 뜨거운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 5년차 언니들의 뜨거운 비시즌


다음 시즌이면 다섯 번째 시즌이에요. 그 동안을 돌아보시면 어떤가요?
- 많이 아쉬워요. 네 시즌을 해왔는데 한 시즌 빼고는 모두 부진했어요. 아쉬웠던 경기도 많고 돌아보면 아쉬움만 많이 남아요.
- 저는 두 시즌 동안은 경기를 못 뛰었어요. 감독님이 바뀌면서 기회를 잡은 케이스라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경기 내용을 떠나서 아직은 순조롭게 가고 있어요.





시즌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어요. 준비는 잘 되나요?
- 지금 윙스파이커가 4명이어서 경쟁이 장난 아니에요. 저도 자리 안 뺏기기 위해서 죽을 듯이 하고 있어요. 뺏기면 안돼요. 세터와 맞추는 게 중요해서 그 부분에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리고 힘도 더 기르고 있고요. 볼 때리면 사람이 날아갈 수 있을 정도로요(웃음).
- 뭐? 지금도 진짜 세게 때리는데? 지금도 장난 아니에요. 맞으면 죽을 것 같아요. 저희는 지금 아픈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식스맨(후보선수 중 가장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완벽하지는 않지만 드라이브인(드리블하여 수비망을 뚫는 기술)을 많이 시도하고 있어요.




두 선수 다 비시즌에 올림픽 최종예선전에 다녀오셨어요. 느낀 점이 있다면요?
- 세계무대는 역시 크구나, 높구나, 진짜 머리를 잘 써야 플레이를 편하게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어요. 리시브가 되어야 플레이가 나오잖아요. 그 때 느꼈던 점들을 지금도 잘 생각하면서 연습에 임하고 있어요.
- 저는 세계대회에서 해볼만하구나 생각했어요. (박)지수가 있잖아요. 지수가 아직 어리니까 10년은 버틸 수 있지 않을까요? 긍정적으로 봐요. 그런데 생각할수록 최종예선전은 아쉬워요. (여자농구대표팀은 5위 이내 들어야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할 수 있었지만 아쉽게 6위에 머물며 올림픽 진출이 좌절됐다. 더군다나 5-6위전 상대는 예선전에서 승리를 거뒀던 벨라루스이기에 아쉬움이 컸다.) 요즘 올림픽 중이잖아요. 중계를 보면 올림픽에 나갔으면 참 좋았을텐데 싶어요. 특히나 여자배구 한일전을 중계로 보면서 일본을 이겨 좋으면서도, 남 잔치 구경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계속 최종예선이 너무 아쉽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이소영 선수는 더 아쉽겠어요.
- 경기를 보면 ‘올림픽에 갔으면 어땠을까, 잘은 못해도 한 번씩 들어갔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응원은 하지만 잘 안 보게 되더라고요. 오전에 운동을 하느라 못 보는 부분도 있지만요. 그래도 소식이나 기사는 봤어요. 아쉽기는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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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이야기를 할 때면 한없이 진지해졌다가도 금세 웃음소리와 함께 장난을 주고받던 그녀들. 영락없는 23살이었다. 어느새 기자 역시 그들과 동화되어 “맞아요, 맞아요”라며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인터뷰라는 것도 잊은 채 23살 그녀들과 한바탕 수다를 떨었다.



# 우리도 똑같은 23살 레이디


만약 선수가 안됐다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 저는 손으로 하는 걸 했을 듯 해요.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요즘은 캘리그라피도 하고 있어요. 소영이는 종목만 바뀐 채 여전히 운동했었을 듯 한데요(웃음).
- 저도 예체능을 좋아했어요. 5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는데 8년을 쳤죠. 이제야 운동을 한지 10년 됐으니까 운동을 안 했다면 피아노를 했겠죠.
요즘 꽂혀있는 것이 있다면요?
- 저는 캘리그라피요. 그걸 하면 아무 생각이 안 나요. 그래서 막 적어요. 배웠냐고요? 아니요. 그냥 혼자서 하고 있어요(웃음).
- 전에는 TV를 잘 안 봤는데 요즘에는 운동 끝나고 와서 빨래하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함부로 애틋하게’를 봤는데 요즘은 ‘W’가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본방송을 챙겨보고 있어요. 수요일 목요일이 기다려져요.





지출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무래도 먹는 거겠죠?(웃음)
- 먹는 거죠. 먹는 거 그리고 먹는 거 또 먹는 거. 옷 사는 것도 좋아하고요.
- 여자들은 옷을 사도 입을 옷이 없고, 신을 신발이 없는 듯 해요.
- 제가 옷이 많은 편이거든요. 그런데도 입을 옷이 없어요. 이번에 인터뷰하는 거 때문에 소영이한테 너 뭐 입고 올 거냐고 물어봤는데 둘 다 입을 옷이 없다고(웃음).
- 서로 “너 뭐 입고와? 난 입을 옷이 없어”, “넌 뭐 입고 오는데? 나도 입을 옷이 없는데”라고 말하는 거 있죠. 티에 바지 입고와 했는데 그것도 마땅히 없더라고요. 옷장에 옷을 넣을 데가 없는데 입을 옷이 없어요. 신기해요.
- 화장품도 마찬가지에요. 정리함에 립 제품으로 가득 찼는데도 “이건 매트하고 저건 촉촉해”하면서 계속 사요. 사도 사도 끝이 없어요.
& - 다 똑같구나!!





서로의 별명은 알고 계신가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웃음) (이소영은 아기 용병, 강이슬은 슬테판 커리라는 별명이 있다.)
- 저는 지금 처음 알았어요.
- 얘가 저한테 관심이 없어요.
- 그게 아니라 기사를 찾아보기는 하는데 일일이 다 찾아보진 않아요. 그리고 서로 우리 검색해보지 말자고 했어요. 특히 인터뷰 영상은 금지예요 금지!
- 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가끔씩 아기 용병 뭐하냐, 배구하냐 하면서 놀려요. 저는 언니들이 맨날 슬테판 커리, 슬테판 커리해요. 우리 팀에 슬테판 커리 있어서 괜찮다고.
- 저도 오늘 알았으니까 이제부터 놀릴 거예요.




10년 후 자기 모습을 그려보면요?
- 저는 선수 생활을 길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30대 초반에 더 이상 몸이 망가지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언니들도 다들 그 생각 했을 거예요. 하는 말이 자기들도 ‘난 운동 오래 안 할거야, 30되면 그만둘거야’ 했다고 하더라고요.
- 저는 10년 뒤에도 배구하고 있을 것 같아요. 저희 팀에서 저랑 딱 열 살 차이 나는 언니가 한송이 언니거든요. 제가 이번에 5년차 들어가니까 언니는 15년차 들어가는 거잖아요. 언니한테 15년 동안 어떻게 하냐고 얘기하면 다 하게 돼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도 오래 하고 싶은 생각이 있진 않아요. 전성기 딱 찍고 쿨 하게 마무리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응원 한마디.
- 둘 다 중요한 시기니까 잘하고 안 다쳤으면 좋겠어요. 너무 잘하는 것도 바라지 않아요.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다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죠. 다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이번 시즌에 다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 기사에 소영이 이름이 많이 보였으면 좋겠어요. 이소영 몇 득점, 어디 완파 뭐 이런 거 있잖아요? 그런 기사 많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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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인터뷰 며칠 전부터 둘은 마지막 인사가 “일요일에 봐”였다고 한다. 둘이 함께하는 인터뷰는 처음이라 설렘을 감추지 않았던 그녀들. 그리고 인터뷰가 마무리 될 즈음 그녀들 버킷리스트에 항목 하나가 추가됐다. 2015~2016시즌 이소영이 속한 GS칼텍스는 봄배구행 티켓을 거머쥐지 못하며 차가운 겨울을 보내야 했다. 강이슬이 속한 KEB하나은행은 챔프전에 진출했지만 준우승에 머물렀다. 두 선수는 이번 시즌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뒤 같이 휴가를 떠나자는 다짐을 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글 / 정고은 기자


사진 / 신승규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9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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