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정글의 법칙 물고 물리는 천적관계 선수들

정고은 / 기사승인 : 2017-01-23 14:41:0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라는 어느 노래 구절이 있다.


특정 선수만 만나면 펄펄 나는 혹은 힘 한번 쓰지 못하는 V-리그 천적관계를 살펴봤다.(기록 2016년 12월 19일 기준)


문성민-윤봉우.jpg


이젠 막아야 할 얄궂은 운명


윤봉우 > 문성민


문성민(현대캐피탈)과 윤봉우(한국전력)는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 하지만 올 시즌부터는 네트 사이를 두고 마주보는 적이 됐다. 그런 윤봉우는 현대캐피탈만 만나면 한층 더 끈끈해진 거미손을 자랑했다. 12월 19일 기준 47개 블로킹을 성공시킨 윤봉우는 현대캐피탈전에서만 11개를 가로막았다. 그 중에서도 문성민을 상대로 7개를 잡아냈다.


올 시즌 문성민 공격에 대한 상대 선수 블로킹 기록을 살펴보면 김학민(대한항공)과 김규민(삼성화재)이 성공률에서 높은 자리에 있다. 김학민은 5번 시도 가운데 4번을 성공시켰다. 성공률 80%. 김규민은 6번 중 4번을 차단하며 66.67%를 기록했다. 윤봉우는 가장 많은 7번을 막아냈지만 시도 또한 17번으로 가장 많아 성공률은 41%로 낮다.


범위를 지난 시즌까지 넓혀보면 그간 문성민 공격을 가장 많이 막아낸 벽은 김요한(KB손해보험)이다. 25번을 시도해 8번을 성공했다. 그 뒤를 이어 윤봉우와 서재덕(한국전력)이 7개를 기록했고 손현종(KB손해보험)과 박원빈(OK저축은행)도 각 6개와 5개를 가로막았다.


역대 서브 득점 1위에 올라 있는 문성민의 서브를 가장 잘 받아내고 있는 이는 과연 누구일까? 지난 시즌부터 살펴보면 정민수(우리카드)가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37번 시도 가운데 27개를 정확히 연결했다. 실패도 단 한 개밖에 없다. 그 다음으로는 곽동혁이 44번 중 25번을 세터 머리 위로 올렸다. 실패 역시 2개로 적다.


올 시즌으로 국한해보면 타이스(삼성화재) 성공률이 눈에 띈다. 왼쪽 공격수로서 리시브도 가담하고 있는 타이스는 18번 중 11번을 정확히 받아냈다. 성공률 61.11%로 리베로들을 제치고 가장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다.


공격 종합 1위 앞을 가로막는 통곡의 벽


김형우 > 최홍석·전광인


12월 19일 현재 56.27% 성공률로 공격 종합 1위에 올라 있는 최홍석(우리카드). 팀 에이스라는 무게감에 더해 주장이라는 한층 더 커진 책임감이 얹어진 최홍석은 기록에서도 보여지듯 더욱 매서워진 공격력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 시즌 최하위였던 팀은 7개 팀 가운데 4위를 기록, 중위권에 안착했다.


하지만 최홍석 앞을 가로막는 선수가 있다. 바로 김형우(대한항공). 6번 시도 중 3번을 가로막으며 이선규(KB손해보험, 9번 시도)와 함께 가장 많이 잡아내고 있다. 올 시즌만은 아니다. 지난 시즌부터 살펴봐도 김형우는 최홍석을 만나면 힘이 났다. 23번으로 시도가 많기는 했지만 8번을 가로막으며 최홍석 전담 통곡의 벽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형우를 만나면 작아지는 선수가 또 있다. 공격 종합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전광인(한국전력)이다. 전광인은 김은섭(우리카드)과 김형우를 상대로 가장 많은 블로킹 득점을 내줬다. 8번 가운데 4번 블로킹 벽에 가로막혔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올 시즌 4개 블로킹 성공을 기록하고 있는 김형우지만 지난 시즌부터 지금까지 성공 횟수만 보면 11번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간 전광인을 좌절(?)하게 했던 이는 이선규. 9번 성공으로 전광인 상대 최다 블로킹을 기록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서는 신영석(현대캐피탈)이 7번으로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서브_타이스-이선규.jpg


득점 1위도 벌벌 떨게 하는 방신봉?


방신봉·이선규 > 타이스


16경기에 나서 530득점을 올리며 득점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타이스. 2위 가스파리니(대한항공)가 391득점이라는 점에서 가히 독보적인 페이스다. 하지만 이런 타이스도 방신봉(한국전력) 앞에만 서면 작아진다. 9번 가운데 5번이나 막혔다. 성공률 55.56%. 최홍석과 이선규도 방신봉과 같은 5개지만 시도 면에서 방신봉이 앞선다. 각 13번, 30번을 기록했다.


노장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방신봉은 지난 12월 16일 3개 블로킹을 더하며 700블로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선규와 윤봉우에 이어 역대 통산 3번째다.


그렇다면 역대 블로킹 1위 이선규는 누구한테 강할까? 성공률만 따진다면 강영준(OK저축은행)을 상대로 5번 가운데 3번을 막아내며 60%를 기록했다. 성공 개수만 놓고 본다면 지금은 V-리그를 떠난 마르코(전 OK저축은행)와 타이스를 상대로 5번을 차단했다.


이선규 기록을 살펴보면 특히 외국인 선수를 상대로 블로킹을 많이 잡아내고 있다. 지난 시즌에도 얀 스토크(전 한국전력)를 상대로 10개가 가장 많은 수치였다. 시몬(煎 OK저축은행)에 맞서 8개를 가로막았다. 외국인 선수, 국내선수 가리지 않고 꾸준히 블로킹을 올린 덕분에 이선규는 900블로킹이라는 독보적 금자탑을 쌓을 수 있었다.


가스파리니-여오현.jpg


서브에이스 하나에 울고 웃다


여오현 > 가스파리니 > 정민수


12월 19일 기준 서브 1위에 올라있는 가스파리니. 세트 당 0.606개, 서브 득점으로만 40득점을 뽑아냈다. 하지만 여오현(현대캐피탈)을 상대로는 서브에이스를 단 하나도 빼앗지 못했다. 물론 여오현을 피하는 바람에 5번밖에 받아내지는 않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정확은 3개, 실패는 없었다.


가스파리니를 상대로 가장 많은 리시브 정확을 기록한 이는 부용찬(삼성화재)이다. 20번 가운데 5번을 세터에게 연결했다. 성공률은 20%로 떨어지지만 실패는 한 개뿐이다.


반면 정민수는 가스파리니의 서브를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심정이지 않을까. 16번 시도 가운데 4번을 받아냈지만 실패는 그보다 한 개 더 많은 5개를 기록했다. 성공률을 따져보면 -6.25%. 올 시즌 16경기에 나서 리시브 시도 318번 가운데 214개를 정확으로 연결하며 62.26%의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는 정민수지만 가스파리니 서브 앞에만 서면 움츠러들었다.


서브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파다르는 정성현(OK저축은행)을 상대로 가장 많은 4개 서브에이스를 뽑아냈다. 하지만 파다르 서브를 가장 많이 정확하게 연결한 선수 역시 정성현이었다. 7개를 받아냈다.


송희채(OK저축은행)도 파다르를 만나면 힘을 쓰지 못했다. 세트 당 4.484개를 받으며 리시브 부문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그지만 15번 시도 가운데 정확은 4번, 실패도 3번이나 기록했다. 성공률은 6.67%에 그쳤다.


공격력 최강 알레나도 작아질 때가 있다


김희진·양효진·나현정 > 알레나


득점 1위(379득점), 공격 종합(성공률 44.72%) 1위에 빛나는 알레나(KGC인삼공사). 그런 그에게도 물론 약한(?) 상대는 있다. 김희진(IBK기업은행)과 양효진(현대건설) 앞에 서면 다소 작아진 알레나다. 둘에게 블로킹으로만 8득점을 내줬다. 김희진과 양효진이 사이 좋게 4번씩을 가로막았다. 특이점이라면 외국인 선수보다 국내선수에게 더 많이 잡혔다는 것. 그 뒤를 이어 이재영(흥국생명)과 배유나(한국도로공사) 박정아(IBK기업은행)에게 3개씩을 차단 당했다.


반면 자신은 알렉사(GS칼텍스, 8개)와 에밀리(현대건설, 7개) 브라이언(전 한국도로공사, 3개)을 상대로 자신감 있는 모습. 블로킹 33득점 가운데 이 세 선수를 상대로만 18득점을 뽑아냈다.


서브로 이야기를 돌려보면 나현정(GS칼텍스)은 만나고 싶지 않은 알레나다. 나현정은 14번 가운데 9번이나 정확히 연결했다. 실패는 단 한 번도 없다. 성공률 64.29%. 올 시즌 리시브 성공률 54.29%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알레나를 상대로는 이보다 웃도는 성공률을 기록하며 천적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나현정이다. 표본은 5로 적지만 최은지(한국도로공사)는 성공률만 따져보면 60%의 높은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리시브 실패가 1번 있지만 4번을 정확하게 받아냈다.


김희진-양효진.jpg


블로킹 퀸의 손끝을 넘어서라


양효진 > 이소영·고예림·김희진


명실상부 블로킹 퀸 양효진. 올 시즌에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 블로킹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특히 이소영(GS칼텍스)을 상대로 더 좋은 모습이다. 9번 가운데 4번을 가로막으며 성공률 44.44%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포함해도 이소영은 양효진에게 가장 많이 가로막혔다.


올 시즌 고예림(한국도로공사)에게도 결코 만나고 싶지 않은 상대가 바로 양효진. 6번으로 가장 많이 차단당했다. 333득점으로 득점 4위에 랭크 되어 있는 러브(흥국생명)도 한수지(KGC인삼공사)에게 7번, 이어 양효진에게 6번 막히며 다소 약한 모습이다.


김희진 역시도 지난 시즌부터 공격에 대한 상대 블로커들 기록을 살펴보면 양효진에게 제일 많은 블로킹 득점을 내줬다. 4득점(23번 시도)으로 높지는 않지만 김수지(흥국생명)가 25번 시도 가운데 성공은 단 한 개밖에 없다는 점에서 비교된다.


서브_이재영.jpg


막고 막히고 받고 뚫리고


이재영 천적들


득점 7위, 리시브 1위에 이름을 올리며 올 시즌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재영. 특히 브라이언과 한유미(현대건설)를 상대로 리시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11번을 정확하게 받아냈다. 한수지와 이효희(한국도로공사), 이소영 등의 서브도 세터에게 정확히 올려줬다.


그렇다면 반대로 그의 꽃길을 막아서고 있는 이들은 누굴까. 우선 블로킹을 살펴보면 유희옥(KGC인삼공사)이 새로운 천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배유나와 함께 3번으로 가장 많은 블로킹 숫자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성공률에서는 다소 높다. 배유나가 16번 시도(18.75%)한 반면 유희옥(23.08%)은 13번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으로 확대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문명화(KGC인삼공사)가 그의 앞을 막아 섰다. 8번이나 가로막혔다. 이어 정대영(한국도로공사)과 양효진이 6번으로 이재영 공격을 고스란히 자신들의 블로킹 득점으로 연결했다.


리시브에서는 에밀리(현대건설) 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리시브 실패가 2번 있기는 했지만 15번을 정확하게 받아냈다. 아직 올 시즌이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두 시즌 기록 통합, 24번을 걷어내며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소영도 지난 시즌 13번에 올 시즌 5번을 더해 총 18번을 정확으로 연결했다. 올 시즌에는 이렇다 할 기록이 없지만 황민경(GS칼텍스)도 43번 가운데 20번을 받아내며 에밀리에 이어 좋은 모습을 보였다.


글/ 정고은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 배구 전문 매거진 <더스파이크>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주요기사

더보기

HOT PHOTO

최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