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017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대륙간라운드 예선 9경기에서 총 7개국과 맞붙는다. 나를 알고 상대를 알아야 승산이 있는 법. 한국과 실력을 겨룰 7개국 전력을 파헤쳐보자. 경기를 관전하는 데도 유익한 정보가 될 것이다.
(참고로 한국은 FIVB 랭킹 22위 / 평균 신장 192cm / 월드리그 19회 참가다. 여기서 평균 신장은 FIVB에 제출한 예비 엔트리 전원을 대상으로 산출한 것이다.)
[1주차 한국]
체코
FIVB 랭킹 27위 / 상대전적 3승 12패 / 평균 신장 199cm
체코 대표팀을 이끄는 페르난데스 감독은 지난해 사령탑에 올랐다. 선수단 구성은 2015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운 도전보다는 기존 전력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약점으로 꼽히는 곳은 중앙이다. 미들블로커 리딩 블로킹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올해 야쿠브 베셀리(207cm)가 은퇴하며 빈 자리를 누가 어떻게 메우느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월드리그 서울시리즈에 출전했던 미들블로커 Marek Beer(3번 201cm 29세)에게 시선이 쏠린다. 그는 한국과 경기 도중 1세트에 부상으로 교체되며 실력을 발휘하지 못 했다. 올해는 주요 선수로 중앙을 지킬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 외에 주장을 맡은 Ales Holubec(7번 199cm 33세)도 다시 서울을 찾아 힘을 보탠다.
주요 선수를 살펴보면 아포짓 스파이커 Michal Finger(6번 202cm 24세)이 눈에 띈다. 현재 VFB 프리드리히 하펜 소속인 그는 2년 전부터 대표팀에 몸담았다. 지난해 등 번호 10번을 달고 월드리그에 나섰다. 비교적 젊은 나이지만 2그룹에서 공격 부문 2위(공격 성공률 53.95%)에 오르는 등 팀 내 주 공격수로 활약했다.
윙스파이커 Donovan Dzavorovok(4번 202cm 20세)도 눈여겨봐야 한다. 지난해 15번으로 대회에 참가했던 그는 강한 서브가 주특기다. 이를 증명하듯 2그룹 내 서브 3위(세트당 0.47개)에 오르기도 했다. 팀에서 가장 많은 리시브를 담당하지만 성공률은 38.93%로 낮았다.
체코는 전반적으로 리시브가 약한 편이니 이를 공략해야 한다. 더불어 속공 등 빠른 플레이로 상대 블로킹을 흔들어야 한다. 상대 전적은 절대 열세이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보자.
슬로베니아
FIVB 랭킹 30위 / 2그룹 첫 참가 / 평균 신장 198cm
슬로베니아는 2015년 안드레아 지아니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유럽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탄탄한 리시브와 매서운 오픈 공격을 주 무기로 내세웠다. 결국 지난해 월드리그 3그룹에서 최종 우승하며 2그룹으로 승격됐다. 그러나 올해 1월 안드레아 지아니 감독이 물러나고 코바치 슬로브다 감독이 새로이 선임됐다. 선수 명단은 작년과 동일하게 구성됐다. 때문에 가스파리니와 윙스파이커 두 명이 이루는 삼각편대가 날개를 펼칠 예정이다.
지난해 선발 라인업에는 아포짓 스파이커 Mitja Gasparini(6번 202cm 33세), 윙스파이커 Tine Urnaut(주장, 17번 200cm 29세)과 Klemen Cebulj(18번 202cm 25세), 미들블로커 Alen Pajenk(2번 203cm 31세)와 Kanijel Koncilja(11번 201cm 27세), 세터 Dejan Vincic(9번 200cm 31세), 리베로 Jani Kovacic(13번 186cm 25세)가 들었다.
주포 가스파리니는 지난 시즌 대한항공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걸출한 선수다. 2016 월드리그에서도 팀 내 가장 높은 공격 점유율(25.2%)을 차지했다. 공격 성공률은 49.7%였다. 강하고 날카롭게 꽂히는 서브에 주의해야 한다. 지난 시즌 V-리그 정규리그에서 세트당 평균 0.63개로 해당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마찬가지로 월드리그 3그룹에서도 서브 부문 정상을 정복했다(세트당 0.71개).
뿐만 아니라 슬로베니아는 윙스파이커 2명과 리베로로 이어지는 리시브 라인이 완벽에 가깝다. 세 명 모두 리시브 성공률이 약 55%에 달한다. 한 가지 특징이 더 있다. 세터 Dejan Vincic가 경기당 평균 5개씩 공격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이 점 또한 유의해야 한다.
핀란드
FIVB 랭킹 17위 / 상대전적 3승 9패 / 평균 신장 194cm
핀란드 Sammelvuo Tuomas 감독은 2013년 대표팀을 맡았으며 2020년까지 계약한 상태다. 분석에 강한 성향으로 팀을 점점 강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핀란드는 미들블로커 블로킹이 좋고, 리베로 리시브와 디그도 준수한 편이다. 하지만 양 날개 공격이 약하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다른 유럽 팀에 비해 날개 공격수들 신장이 다소 작은 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상대전적을 보면 알 수 있듯 쉽게 무너트릴 수 있는 팀은 아니다. 실례로 지난해 월드리그에서 2그룹 우승을 거머쥔 강 팀 캐나다(랭킹 8위)를 상대로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를 따내기도 했다.
2016 월드리그에서 주 공격은 아포짓 스파이커 Olii-Pekka Ojansivu(16번 197cm 30세) 몫이었다. 그는 공격 점유율 30%, 성공률 45%를 기록했다. 이어 윙스파이커 Niklas Seppanen(6번 193cm 24)이 공격 점유율 22%, 성공률 42%로 뒤를 받쳤다. 앞서 언급했듯 공격 결정력이 다소 떨어진다.
미들블로커 Tommi Siirila(9번 203cm 24세)를 조심해야 한다. 그는 공격 점유율은 8%로 낮으나 성공률 62%로 순도 높은 속공을 선보였다. 특히 블로킹에 강점을 갖는다. 지난 대회에서 세트당 평균 0.76개 블로킹으로 2그룹 2위에 자리했다.
리베로 Lauri Kerminen(4번 185cm 24세)도 뛰어나다. 2016 월드리그 2그룹 디그 1위, 리시브 5위를 기록한 선수다. 수비가 강하다고 평가 받는 한국 리베로를 떠올리게 할 만큼 디그가 훌륭하다.
[2주차 일본]
터키
FIVB 랭킹 24위 / 상대전적 2승 4패 / 평균 신장 196cm
터키는 2014년 3그룹으로 월드리그에 첫 출전했다. 그 해 4강에 진출했으나 쿠바에 패해 3그룹에 머물렀다. 이듬해인 2015년 3그룹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2그룹으로 승격됐다. 지난해 2그룹 데뷔전을 치르자마자 대륙간라운드 12개 팀 중 2위에 안착하며 무서운 돌풍을 일으켰다. 올해 터키 팀은 기존 전체 명단 21명 중 선수 10명을 교체했다. 이에 따라 세터 Ulas Klyak(36세)과 미들블로커 Ozkan Haylrli(33세)가 대표팀을 떠났다.
터키 팀 특징은 파워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여기에 스피드까지 가미하며 경기력을 강화했다. 또한 수비가 약한 대신 상대 이단공격을 놓치지 않고 기회로 만들어낸다.
지난 대회에서 터키는 양 날개 공격수를 여러 명 기용했다. 윙스파이커 Batrualp Burak Gungor(4번 190cm 24세)가 있어 든든했다. 홀로 전 경기 코트를 밟았다. 공격 점유율 24%, 성공률 57%를 기록하며 공격 부문 1위를 챙겼다. 빠르면서도 다양한 코스로 상대를 공략했다. 블로킹을 활용한 공격은 물론 서브, 블로킹까지 다방면에서 맹활약했다.
한편 주전 세터를 차지할 가장 유력한 후보는 주장 Arslan Eksi(10번 198cm 32세)다. 새롭게 대표팀을 조율할 세터와 공격수들간 호흡이 중요해졌다
일본
FIVB 랭킹 14위 / 상대전적 72승 53패 / 평균 신장 189cm
1990년대 일본 배구계에 이름을 떨친 나카가이치 감독이 올해 대표팀 신임 감독으로 발탁됐다. 그는 엔트리 18명 중 절반인 9명을 새롭게 선발하며 대대적인 리빌딩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까지 아포짓스파이커 포지션을 지킨 구미히로 시미즈가 대표팀에서 빠지며 공백이 생긴 점은 아쉽다.
일본은 노련함을 갖춘 세터 후카츠 히데오미(2번 180cm 27세)가 주장 완장을 찼다. 아직 젊은 편이지만 베테랑 못지 않은 경기 운영 능력이 돋보인다. 빠른 퀵오픈 세트에 능하며 단신 공격수들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세터다. 시미즈 대신 어떤 아포짓스파이커와 손발을 맞출 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윙스파이커 이시카와 유키(14번 191cm 22세)와 야나기다 마사히로(8번 186cm 25세) 등은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 특히 청소년 대표팀 등을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이시카와 유키가 올해 얼마나 활약할지도 관건이다. 지난해 부상으로 월드리그에 나오지 못 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평균 신장은 작지만 빠르고 조직적인 플레이로 세계적인 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한국은 지난 대회에서 일본에 세트스코어 0-3(21-25, 17-25, 24-26)으로 완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패배를 설욕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3주차 네덜란드]
네덜란드
FIVB 랭킹 23위 / 상대전적 8승 35패 / 평균 신장 197cm
네덜란드는 지난해 월드리그 2그룹 3위로 예선을 마치고 결선라운드에서 3위에 오르며 전체 순위 15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대부분 공격을 담당했던 윙스파이커 Maarten Van Garderen이 은퇴하며 변화가 생겼다.
네덜란드는 분석을 중요시하는 팀이다. 작년에도 한국은 허리 부상으로 결장했던 곽명우를 선발 세터로 내세우며 1세트 허를 찔렀다. 2, 3세트를 내준 뒤 4, 5세트에는 한선수가 투입되며 세트스코어 3-2 승리를 따냈다. 올해는 네덜란드가 만반의 준비를 해올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주요 선수로는 아포짓 스파이커 Wouter Ter Maat(16번 200cm 26세)이 꼽힌다. 파워와 지구력을 갖춘 그는 지난해 2그룹에서 득점 2위(공격 144점, 블로킹 23점, 서브 11점)와 공격 10위(성공률 50%)를 기록했다. 놀라운 것은 그가 2주차부터 본격적으로 경기에 임했다는 점이다. 만약 1주차까지 출전했다면 득점 1위는 그의 몫이었을 것이다.
Daan Van Haarlem(1번 198cm 28세)은 상대 블로킹 위에서 세트플레이를 만들어내는 장신 세터다. 특히 미들블로커와 호흡이 끈끈해 중앙에서 많은 득점을 뽑아낸다.
지난 시즌 삼성화재 소속으로 정규리그에서 1065득점(전체 1위), 공격 성공률 53.94%(전체 4위)를 자랑한 타이스도 네덜란드 대표팀에 속해있다. 2016 월드리그에서는 공격 단 9개만을 시도하며 좀처럼 볼 수 없었으나 올해는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슬로바키아
FIVB 랭킹 29위 / 상대전적 없음 / 평균 신장 198cm
슬로바키아는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분리된 팀으로 선수층이 얇아 전력이 다소 약하다. 터키와 마찬가지로 2014년에 월드리그에 첫 출전했다. 대표팀 대부분 선수들은 프랑스나 오스트리아 리그 등에 참여하고 있다. Miroslav Palgut 감독은 슬로바키아가 2그룹으로 올라온 지난해부터 팀을 이끌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슬로바키아와 처음으로 대면했다. 슬로바키아는 ‘한 방’을 이용한 묵직한 플레이보다는 수비에 힘입은 공격이 주를 이루는 팀이다. 다른 유럽 팀들과 비교해 공격이나 블로킹에서 다소 약점을 갖는다.
주 공격을 맡은 아포짓스파이커 Stefan Chrtiansky(13번 207cm 28세)는 2그룹 오른쪽 공격수 중 최장신 축에 속한다. 지난해 2그룹에서 공격 14위(공격 성공률 47.69%)를 기록했다. 쌍두마차로 나선 윙스파이커 Peter Mlynarcik(9번 200cm 26세)는 공격 15위(공격 성공률 47.56%)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공격 성공률이 50%를 밑돌았고, 범실도 많아 아쉬움을 남겼다.
슬로바키아에는 한국에서 ‘수비형 윙스파이커’라 표현하는 역할을 맡은 선수도 있다. Matei Patak(12번 197cm 27세)이다. 리시브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도 2그룹 득점 10위(공격 114점, 블로킹 13점, 서브 6점)에 올랐다. 공격 성공률은 43.48%로 역시 낮았으나 살림꾼 역할을 해냈다.
슬로바키아는 약체에 속하기 때문에 한국이 집중 공략해야 할 상대 중 한 팀이다.
글/ 최원영 기자
자료 제공/ W.DataVolleyStat
사진/ FIVB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6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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