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울산/이광준 기자] “한국에서도 비치발리볼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20일 울산 진하해수욕장 특설경기장에서 국제배구연맹(FIVB)이 주관하는 ‘2017 울산진하 세계여자비치발리볼대회’가 개최됐다. 열 두 국가에서 총 열 여섯 팀이 참여한 이번 대회에 한국은 두 팀이 참가했다. 그러나 두 팀 모두 대회 첫 날인 20일 이후로는 자취를 감췄다. 예선 탈락하며 대회 일정을 일찍 마감한 탓이다.
내용 면에서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패였다. 김가연 김현지가 속한 한국 A팀은 일본에 0-2(7-21, 7-21)로 패배했다. 이진화 윤혜숙이 뛴 B조도 뉴질랜드에 0-2(11-21, 9-21) 완패를 당했다.
21일 한국 팀이 없는 와중에 8강 대진이 진행됐다. 이날 자리한 한국비치발리볼연맹 허학성 수석부회장은 “상대가 안된다”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선수들과 외국 선수들 간 수준 차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어 그는 “외국 선수들은 비치발리볼만 전문적으로 하는 선수들이다. 반면 우리는 비치발리볼을 전문적으로 하는 선수들이 거의 없다. 대회 몇 주 전, 선수들에게 수당을 주고 비치발리볼 대회를 준비하게 하는 식이다. 1차전에서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반가운 얼굴이 함께했다. 바로 경기대 이상렬 감독이 그 주인공. 간만에 얻은 휴가를 이용해 비치발리볼을 보러 올 정도로 그는 비치발리볼에 굉장한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이 감독 역시 허 부회장과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애초에 한국 선수들이 이길 수가 없는 싸움이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비치발리볼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발맞춰 다른 국가들은 벌써 체계를 잡아가고 있다. 이웃나라 중국이나 일본, 태국과 같은 경우 국가대표 팀이 따로 있거나 혹은 국제 대회에 전문적으로 참여하는 프로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구, 울산에서 대회를 개최하고 있긴 하지만 국내 인지도는 거의 없는 수준이다”라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비치발리볼은 두 명의 선수가 경기에 참가한다. 선수가 굉장히 적은 편이다. 이 점은 장점이 될 수 있다. 선수단을 운영하는데 있어 큰 비용이 필요하지 않다. 게다가 6인제 배구와 달리 복잡함이 덜해 배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접근 가능하다. 여기에 시각적인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 탁 트인 모래사장과 반짝이는 햇빛은 시청자들에게 즐거운 자극이 된다.
이 감독은 이러한 부분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비치발리볼 열풍이 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돈이 적게 들다보니 작은 단체에서도 얼마든지 선수단을 운영할 수 있다. 또 복잡하지 않아 생활체육으로 손색이 없다. 젊은 친구들을 이끌 수 있는 매력이 무한한 분야다”라고 이야기했다.
이 감독은 비치발리볼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 협회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이 나서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해운대, 한강 둔치 등 젊은 친구들이 몰리는 곳에 규격 코트 한 두 개만 설치해도 가볍게 즐기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그런 간단한 것부터 협회가 주도해서 실행한다면 한국에서도 비치발리볼이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 감독은 힘주어 말했다.
자신이 맡고 있는 경기대에 비치발리볼 팀을 두고 싶다는 이상렬 감독. 폭염 특보가 내려진 이날 날씨만큼이나 배구를 향한 뜨거운 열정을 대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바람대로 비치발리볼이 좀 더 넓은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사진/ 이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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