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과 아이들, 배구 안에 하나되다'
교직원들이 먼저 시작한 배구.
지금은 교장선생님부터 아이들까지, 온 학교가 배구에 푹 빠져있다.
KOVO 유소년 배구 교실을 시작한지 불과 4개월 여 밖에 안됐지만 배구에 대한 사랑만큼은 단연 최고인 광주광역시 송정초등학교다.
광주광역시 송정초는 올해 3월부터 배구 교실을 시작했다. 그러나 배구와 인연을 맺은 건 그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그 전부터 배구에 대한 교직원들 관심이 높았다. 많은 선생님들이 동호회에 가입해 배구를 했다. 구영철 교장 역시 마찬가지. 이들은 광주광역시 내 각종 교직원 배구대회에 출전해 숱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우승으로 받은 상금은 의미 있는 곳에 썼다. 아이들 졸업식 때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그러던 가운데 인근에서 몇몇 선생님들이 전근 왔다. 그 중 한 선생님이 송정초 배구 열기를 보고 아이들에게도 배구를 가르쳐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구영철 교장은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 흔쾌히 찬성했고 유소년 배구 교실을 시작하게 됐다.
현재 송정초는 목요일과 금요일로 나눠 6학년 체육 시간을 할애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방과 후 교실은 물론 더 나아가 토요일에는 교육청 예산을 받아 체육 부장 지도 아래 토요 스포츠를 운영하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쏟아질 것 같은 무더운 7월 13일. 머나 먼 광주광역시까지 내려갔다. 이날은 송정초에서 배구 수업이 있는 날. 학교에 도착하니 어느새 시계바늘은 낮 11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몇몇 아이들은 수업 시작 전임에도 불구하고 미리 강당을 찾아 자기네들끼리 서브를 연습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몇 번이나 공을 넘겼을까? 하나 둘 아이들이 모여들었고 이윽고 수업도 시작됐다. 이날은 방학 전 배구 교실 마지막 시간. 정희정 지도자는 팀을 나눠 미니 게임을 진행했다.
원래대로라면 배구는 3번 안에 상대 코트로 공을 넘겨야 한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넘기는 것 자체에 의미를 뒀다. 단, 원 바운드 이후에는 무조건 공을 터치해야 했다.
경기는 박빙이었다. 아이들은 서로 “마이(my)”를 외쳐가며 분주하게 공을 따라다녔다. “무브, 무브” 소리치며 서로를 독려하기도 했다.
몇 번 랠리가 오간 후 정희정 지도자는 잠시 아이들을 멈춰 세운 후 서브부터 넣어서 경기를 하도록 지시했다. 상대 코트 깊숙이 서브를 넣는데 성공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어떤 아이들은 네트에 걸리기도 했다.
이 때 아이들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실수할까 쭈뼛쭈뼛하는 친구에게 다가가 “못해도 돼, 괜찮아”라고 말했다. 정희정 지도자가 신경 쓰는 부분도 바로 이러한 점. “배구는 개인운동이 아니라 단체운동이다. 한 사람이 잘해서 되는 건 아니다. 아이들에게도 이런 부분을 상기시켜준다. 그리고 못하더라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격려해주고 서로 협동하도록 한다. 승패보다 아이들이 즐겁게 배구를 하도록 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자 조금은 어색하고 서툴기는 했지만 아이들 플레이도 점차 서브 리시브 공격으로 이어지는 ‘배구’ 모습을 띠기 시작했다. 신이 났는지 아이들은 더 열심히 코트 구석구석을 뛰어다녔다. 승부욕도 발동했다. 단상 때문에 공을 제대로 받기 어렵자 코트를 바꿔달라고 항의 아닌 항의(?)를 하기도 했다. 치열했던 승부는 노란 팀 승리로 끝이 났다. 비록 승패는 갈렸지만 아이들은 “재미있으면 됐어”라며 기분 좋게 수업을 마무리했다. 정희정 지도자는 한 학기 동안 잘 따라준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11시 35분, 송정초 배구 수업도 끝이 났다.
아이들이 다음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발걸음을 돌리던 때 잠시 정희정 지도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 처음 실시한 배구교실. 아이들 반응이 궁금했다. 그러자 그는 “처음 이 학교를 왔을 때 놀랐던 건 의외로 배구가 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업을 하면서 달라졌다고. “아이들 반응이 좋다. 쉬는 시간에도 강당에 나와 자기네들끼리 배구를 한다. 심지어 운동장에서도 둥그렇게 둘러서 축구공으로 배구를 한다.”
이어 “첫 수업에 아이들에게 배구 선수 중에 아는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대답하는 학생이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아이들이 먼저 선수들 이름을 말하더라. 김연경도 알고 있다. 자기들이 직접 하고 있는 만큼 배구에 대한 관심도도 올라갔다”라고 덧붙였다.
배구라는 걸 접한 지 이제 4개월 여. 그러나 아이들의 열정과 애정만큼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여기에 학교에서도 든든하게 지원해주고 있다. 정희정 지도자는 “학교에서 강원도 홍천에서 열리는 전국유소년스포츠클럽배구대회에 나가는 아이들에게 배구할 때 신으라고 운동화를 하나씩 마련해줬다”라고 말했다.
선생님들의 애정과 아이들의 열정이 합쳐져 이뤄지고 있는 광주광역시 송정초 배구교실. 마지막으로 정희정 지도자는 아이들에게 “공부도 좋지만 스포츠 활동도 중요하다. 배구를 하면서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풀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 배운 배구가 나중에 성인이 됐을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MINI INTERVIEW (구영철 교장)
아이들 반응이 궁금하다
처음에 KOVO 배구 교실을 한다고 하니 지난해 졸업생 학부모들이 왜 이제부터 하냐고 서운함을 표출했다(웃음). 작년에는 정보가 없어서 하지 못했다. 올해 기회가 돼서 시작하게 됐는데 아이들도 좋아하고 학부모들도 좋아한다. 어떤 아이들은 교장실로 찾아와 방과 후 배구 교실에 어떻게 하면 참여할 수 있냐고 묻기도 했다. 아이들이 배구를 하면서 교우관계가 좋아지는 등 긍정적인 요소들이 많다.
배구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얻었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배구는 팀 경기다. 서로 협력해 다 함께 승리를 맛본다. 설령 지더라도 그 안에서 배우는 것들이 많다. 서로 양보하고 규칙을 지키면서 사회성과 인성을 기를 수 있다. 아이들에게 여러모로 교육적이다.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스포츠를 배우면서 자아를 찾고 더 나아가 친구들과 좋은 교우관계를 맺으며 즐거운 학교생활을 했으면 한다.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부모님과 스포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아이 삶이 학교, 가정 모두 긍정적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글/ 정고은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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