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구 팬들의 귀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각 구단 마스코트들. 홈구장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맡아 이제는 한 가족처럼 느껴지는 그들의 존재가 궁금했다. 마스코트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각 팀에는 어떤 마스코트가 있는지 알아본다. 마스코트 연기자 한 분과 인터뷰도 진행했다.
마스코트, 그 귀여움의 세계로
선수들 열정이 살아 숨 쉬는 뜨거운 코트 위. 그 진지한 무대 위에서 유독 분위기에 맞지 않는 귀여움을 내뿜는 한 존재가 있다. 바로 3등신 몸매를 자랑하는 팀 마스코트들이 그 주인공이다. ‘마스코트’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행운을 가져온다고 믿어 간직하는 물건, 사람’이다. 최근에는 지자체, 단체 등에서 사용하는 이미지 캐릭터 의미로 확장돼 사용한다. 몇몇 구단에서는 마스코트와 팀 캐릭터를 분리해 쓰고 있지만 여기서는 ‘구단 대표 캐릭터’를 마스코트로 말하기로 한다. 배구 마스코트 대부분은 모기업 브랜드 이미지를 형상화한 캐릭터들이다. 그러나 배구단만의 차별화된 캐릭터를 독자적으로 만든 구단들도 있다.
현대캐피탈(몰리)과 삼성화재(루팡)가 대표적이다. 구단 마스코트들은 귀여운 외모를 등에 업고 친근한 이미지로 경기장에서 감초 역할을 한다. 자칫 경기장 전체가 경기에 너무 몰입해 진지하거나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깨고 가볍게 만드는 것이 마스코트들 주된 업무다.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때로는 귀엽게 팬들에게 다가가 싱긋 웃음을 짓게 한다.
최근 프로 스포츠에서는 마스코트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 과거 함께 사진을 찍고 악수를 하던 수동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홈구장을 움직이는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치어리더, 응원단장과 함께 응원단상에 올라 홈팀을 응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기 중간 쉬는 시간에는 격렬한 브레이크 댄스로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이뿐만이 아니다. 캐릭터 생김새, 성격, 컨셉에 맞는 행동을 취하는 연기력도 요구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 구단은 전문 마스코트 연기자들을 고용한다. 이들은 대부분 과거 전문적으로 춤을 췄던 사람들이다. 몇몇 연기자들이 로테이션으로 업무를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최근에는 한 사람에게 전담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성을 키워 캐릭터 성격을 살리고 팬들에게 ‘한 가족’이라는 인식을 준다. 여기에 SNS 등 각종 매체가 발전하게 되면서 마스코트들이 홍보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다가올 수 있게 하는 데에는 마스코트만한 것이 없기 때문. 따라서 스포츠 뿐 아니라 각종 지자체, 기업 등도 마스코트를 적극적으로 제작하고 활용하는 추세다.
이는 배구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구단 별로 독자적인 SNS나 블로그를 운영하는 팀들이 많아지면서 마스코트 활용 또한 함께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시도하는 단계다. 몇몇 구단을 제외하면 적극적인 구단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올해부터 현대캐피탈이 시도하고 있는 ‘몰리 호두과자’, 우리카드에서 만든 ‘위비빵’ 등은 이러한 시도의 일환이다. 그 외에도 삼성화재가 SNS에서 선보이고 있는 ‘루팡이의 일기’는 마스코트와 SNS를 잘 활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활용 수준은 크지 않지만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췄다. 팬들에게 호감을 끄는 마스코트를 이용해 다양한 상품을 제작한다면 또 다른 홍보 수단이 될 수 있다.
우리 팀 마스코트를 소개합니다!
각 구단 마스코트에 대해 하나씩 알아보다. 다만 여기서 소개하는 마스코트는 실제 코트 위에 등장하는 친구들로 한정한다. 현대건설 헌트, 삼성화재 루루 등 공 모양을 본딴 캐릭터들은 여기서 제외한다. (사진 왼쪽부터 설명)
현대캐피탈
몰리
동글동글 귀여운 외형을 가진 몰리는 하얀 배구공 여섯 개를 합쳐 만든 마스코트다(머리, 몸통, 팔과 다리). 여섯 개 배구공은 코트 위 여섯 명 선수들을 의미한다. 여기에 구단 마크, 유니폼과 통일성을 위해 검은색, 파란색으로 꾸몄다. 흰색은 구름, 검은색은 땅, 파란색은 푸른 하늘을 의미한다.
삼성화재
루팡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삼성화재 블루팡스 마스코트 루팡은 빙하기 존재했던 고양이과 검치호랑이를 의인화한 것이다. 고양이가 가진 친근함과 호랑이의 용맹함을 무기로 팬들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한국전력
빛돌이
한국전력 모기업 브랜드 캐릭터를 변형해 만들어진 빛돌이는 ‘전기’가 가진 무한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활기찬 마스코트를 만들었다.
대한항공
쩜보
2013년, 팬 공모전을 통해 탄생한 쩜보는 항공사인 모기업 이미지에 맞는 독수리를 모티프로 삼았다. 이름 또한 팬들이 붙인 것이다. 팀 이름인 ‘점보스(Jumbos)’를 따서 부르던 것이 굳어져 마스코트 이름이 됐다.
우리카드
위비
우리카드 마스코트 위비는 모기업 색깔인 푸른색을 활용해 정체성을 부여했다. 여기에 꿀벌 캐릭터를 합성하여 개성과 신뢰를 동시에 주는 차별화된 신 금융캐릭터를 만들었다. 꿀벌의 기동성(Mobility), 부지런하고 성실한 이미지(Trust), 재빠르고 가벼움(Fast & Easy), 벌집을 지키는 철통보안(Security) 네 가지 특성을 구단과 연결 지었다.
KB손해보험
희망이 & 별이
KB손해보험 ‘희망이’와 ‘별이’는 다정한 남녀 커플 친구들이다. 외형은 별 모양으로 ‘스타즈’라는 팀 이름에서 착안했다. ‘희망이’ 이름 뜻은 올 시즌 의정부로 연고지를 옮기며 ‘앞으로는 더 잘됐으면’하는 희망을 담은 이름이다. ‘별이’ 이름 뜻은 말 그대로 스타, KB손해보험 선수들을 뜻한다. ‘별(스타) 하나하나가 모여서 희망을 이루자’라는 큰 뜻을 담은 마스코트가 되겠다.
OK저축은행
태권브이
OK저축은행에서 ‘OK’ 뜻은 ‘Original Korean’이다. 이 뜻과 맞는 마스코트를 고민하던 중, 한국 최초 로봇 캐릭터인 ‘태권브이’를 생각했고, 모델료를 주고 구단 마스코트로 정했다. 태권브이가 가진 묵직하고 굳센 이미지가 배구단과 잘 어울려 큰 호응을 얻었다.
IBK기업은행
토랑이
IBK기업은행 토랑이는 ‘여우’를 모델로 한 마스코트다. 호기심 가득한 외모와 더불어 친근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모든 사람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주황색을 통해 여성스러움을, 맑고 커다란 눈으로 창의력을 표현했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슬기롭게 경기를 풀어 나가는 IBK기업은행 선수들을 나타낸 것이다. ‘토랑이’는 ‘알토스’라는 이름에서 따와 ‘알토란 같은 낭자’라는 뜻을 담았다.
흥국생명
핑키
팀 시그니처 색상인 핑크색을 온 몸에 두른 귀여운 마스코트. 흥국생명 핑키는 언제나 방긋 웃는 순둥이 이미지지만 중요한 것에 집중하면 괴력이 솟는다는 컨셉의 캐릭터다. 호기심이 많고 춤추는 걸 좋아하는 흥 부자다.
KGC인삼공사
홍이장군
친숙한 느낌을 제공할 수 있도록 모기업 대표브랜드인 정관장 홍이 장군 캐릭터를 활용했다. 힘과 패기가 넘치는 마스코트다. 색상은 인삼을 상징하는 붉은 색을 활용해 젊은 투혼, 열정을 표현했다. 역동적인 모습 뿐 아니라 남녀노소 좋아할 수 있는 친근함을 부여했다.
현대건설
(왼쪽부터) 힐리 & 테리
힐리와 테리는 발랄하고 생기 넘치는 선수들을 모티프로 삼았다. 머리스타일은 배구공 표면 무늬를 적용해 스타일리시하게 꾸몄다. 무엇보다 생기 넘치는 자세와 당찬 표정, 동글동글 귀여운 외형을 자랑한다.
한국도로공사
하이
하이는 활력 넘치는 여전사다. 이름 ‘하이’는 ‘최고(High)의 전투력을 가진 여전사’라는 뜻을 가진 HI(하이)다. 마스코트에 사용된 붉은색은 열정과 끈기를, 배구공은 역동성을 표현한다.
GS칼텍스
킥순이 & 킥시
팬들이 더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만든 마스코트, 킥순이와 킥시다. 팀 이름 ‘킥스(Kixx)’에서 따와 부르기 편한 이름을 붙였다. 애초 킥순이만 있었지만 외로운 것 같아 친구 킥시도 제작했다. 두 친구 모두 여성 마스코트다.
마스코트 인터뷰, 한국전력 빛돌이
늘 몸짓으로만 표현하는 마스코트들. 그들의 속 이야기가 궁금한 독자들을 대신해 마스코트 연기자 한 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해부터 한국전력 빅스톰 마스코트 ‘빛돌이’ 역할을 전담하며 수원 팬들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주인공 ‘창용’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다만 직업 특성상 자세한 개인정보를 얘기하는 건 어렵다는 말에 조심스레 이름만 공개하기로 약속했다. 독자 여러분들의 넓은 이해 부탁드린다.
Q.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12년 째 이 일을 해오고 있는 ‘창용’이라고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비보이로 활동했었어요. 배구 외에도 농구, 야구 아이스하키 등 다양한 종목 마스코트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이 인터뷰는 ‘빛돌이’ 인터뷰인가요 아니면 ‘창용’씨 개인 인터뷰라고 해야 할까요.
A. 제가 곧 빛돌이니까요, 빛돌이 인터뷰라고 해도 무관할 것 같습니다!
Q. 개인정보를 숨기는 이유가 있을까요.
A. 아무래도 이 직업 자체가 개인을 숨긴 채 일해야 하니까요. 꼭 그렇게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불문율이죠. 특히 어린 팬들이 마스코트를 좋아하는데 그 친구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게 제 일이라서요.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Q. 보통 한 명이 전담으로 마스코트를 연기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들었습니다.
A. 대부분 그렇죠. 저는 운 좋게도 한국전력 구단과 대행사 측에서 저를 좋게 평가해주셔서 2년 연속 전담해 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제가 가장 애정이 가는 마스코트도 이 ‘빛돌이’입니다.
Q. 마스코트 일 할만한가요.
A. 재밌어요. 저는 정말 이 일이 즐거워요. 그 때문에 열심히, 몰입해서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부심도 많이 느껴요. 한국전력 빛돌이로 2년 동안 하고 있는 것도 저 스스로 재미를 느끼며 일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계자 분들이 이걸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좀 더 열심히 해서 이 분야 최고가 되는 것이 제 꿈입니다.
Q. 어떤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며 일하나요.
A. 아무래도 제 본 모습을 숨길 수 있으니 색다른 걸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사람으로서 공연할 때와는 전혀 다르죠. 마스코트로 일할 때는 귀엽고 까부는 것들이 가능하잖아요. 그런 매력 때문에 계속 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본인이 생각하는 빛돌이는 어떤 마스코트인가요.
A. 배구 마스코트 가운데 가장 까부는 마스코트라고 생각해요. 모기업이 전기 회사잖아요. 그걸 닮아 누구보다 빠르고 큰 에너지를 가진 친구예요. 그것에 몰입하다보니 저도 더 까불게 되는 것 같아요. 다른 종목 마스코트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빛돌이’가 가장 애착이 가는 친구예요. 제일 귀엽게 생겼잖아요.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요?
Q. 요즘 빛돌이 인기가 좋은데요, 비결이 뭔가요.
A.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까부는 거죠! 경기장 안에서 정말 여기저기 잘 찌르고 다녀요(웃음). 선수들은 물론이고 팬들, 심판, 코칭스태프까지 말이죠. 요즘에는 선수들도 그게 익숙해졌는지 잘 받아줘요. 경기 전 하이파이브 할 때도 함께 하고 장난도 정말 많이 치죠. 한국전력 팀 분위기가 굉장히 활기차잖아요. 그것과 빛돌이 이미지가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선수들이 먼저 와서 장난친다니까요.
Q. 어떤 식으로 경기를 준비하나요?
A. 보통 경기 세 시간 전, 팬들이 거의 없을 때 도착해 준비해요. 경기장에 오자마자 마스코트로 변신해서 치어리더들과 리허설을 하죠. 그리고 경기 전 사전행사부터 일정이 시작됩니다. 일찍부터 코트를 찾아준 팬들이 지루하지 않게 분위기를 예열하는 거죠. 그리고는 경기가 마무리되면 퇴근합니다. 사복을 입고 나가기 때문에 절 알아보는 분들은 아무도 없죠. 그럴 때면 묘한 희열이 생겨요. 마음속으로 ‘내가 빛돌이다!’하면서 말이죠.
Q. 이 일을 하시면서 개인적으로 원하는 게 있다면 어떤 건가요.
A. 음…. 정말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배구를 비롯해 여러 스포츠에서 원정 경기 때 마스코트를 대동하지 않잖아요. 저는 마스코트도 같이 갔으면 좋겠어요. 원정이긴 하지만 팬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 또 치어리더들도 따라가니까요. 지극히 개인적인 소망입니다!
Q. 마지막으로 팬 분들께 ‘빛돌이’로서 한 말씀 부탁드려요!
A. “팬 여러분! 사랑해줘서 고마워. 덕분에 인기를 몸소 느끼면서 행복하게 응원하고 있어. 앞으로도 여러분들이 더 즐거워할 수 있도록 코트 위에서 많이 까불게. 아참, 다른 건 다 좋지만 내 머리만큼은 소중히 보호해줘. 억지로 벗기려고 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어. 그거 말고 내게 가깝게 다가와주는 건 정말 정말 좋아. 이거 하나만 부탁할게!”
글/ 이광준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DB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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