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서영욱 기자] 한국전력의 연패 이유를 꼽자면 한 둘이 아니다. 물론 외국인선수 부재가 가장 큰 이유다. 현대캐피탈에 0-3 완패를 당한 30일 경기를 보면 한국전력은 또다른 큰 약점을 노출했다. 리시브 불안, 더 구체적으로 지적하면 리베로의 불안함이 팀 수비력을 크게 흔든다는 점이다.
한국전력은 30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도드람 V-리그 현대캐피탈과 4라운드 경기에서 0-3으로 패했다. 앞선 세 번의 맞대결도 모두 패하긴 했지만 최소 한 세트씩은 따낸 것과 비교해 이날은 무력한 패배였다. 한국전력이 0-3으로 패한 경기 역시 12월 7일 OK저축은행전 이후 처음이다.
무엇 하나 제대로 풀리지 않은 경기였다. 이전 맞대결처럼 서브에 당했고(서브 1-6 열세), 강서브에 이어 어렵게 이어진 공격은 상대 높이에 막혔다(블로킹 5-9 열세). 리시브 효율도 팀 평균에 못 미쳤다(팀 평균 39.47%, 이날은 37.5%에 그쳤다).
경기 후 김철수 감독이 꼽은 패인은 리시브 불안이었다. 김철수 감독은 “기본적인 게 안되니까 연결을 비롯해 공격까지 다 안 맞았다. 삼박자가 맞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게 패인이다”라고 평했다. 김철수 감독은 크리스마스에 열린 대한항공전에서도 리시브 문제를 지적했다. 이날 경기만의 고민은 아닌 상황. 실제로 한국전력은 이전 대한항공과 2연전에서 각각 리시브 효율 23.75%, 24.39%에 그쳤다.
경기에서 패하고 리시브 문제를 지적하는 팀은 비단 한국전력뿐만은 아니다. 다른 팀도 리시브를 패인으로 꼽는 경우가 흔하다. 지금도 많은 팀이 리시브 안정화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전력의 리시브 문제가 더 두드러지는 이유는 이 리시브 불안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 중 하나가 리베로라는 점, 그리고 외국인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끈끈한 수비력을 갖춘 팀이라는 인식과 다르게 한국전력의 리시브는 좋지 않다. 팀 리시브 효율 부문 5위에 머물러 있고 개인 순위를 봐도 지금은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서는 서재덕이 여전히 팀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리시브 효율 50.34%). 주전 리베로로 나서는 이승현은 39.75%로 전체 1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 시즌 주전 리베로 중에서는 5위에 해당한다.
2018~2019시즌 주전 리베로 리시브 효율
1위 KB손해보험 정민수 - 56.18%
2위 현대캐피탈 여오현 - 49.86%
3위 삼성화재 김강녕 - 47.78%
4위 대한항공 정성민 - 44.16%
5위 한국전력 이승현 - 39.75%
6위 OK저축은행 조국기 - 38.93%
7위 우리카드 이상욱 - 35.94%
수비를 위해 투입되는 특수한 포지션이 리베로인 만큼, 리베로가 리시브에서 문제를 드러내면 더 눈에 띌 수밖에 없다. 30일 경기에서도 이승현은 리시브 효율 28.57%로 저조했다. 본 포지션인 세터에서 리베로로 전향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선수지만, 주전으로 나오는 만큼 리시브 불안에 따른 책임도 피할 수 없다.
외국인 선수가 없는 특수한 환경은 이러한 리시브 불안을 더 큰 문제로 키운다. 위의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OK저축은행과 우리카드는 한국전력과 비교해 리시브가 불안한 경기가 적지 않다. 팀 리시브 효율 부문에서도 OK저축은행이 6위, 우리카드가 7위로 한국전력보다 아래 위치한다. 하지만 두 팀은 리시브가 흔들린 상황에서 올라가는 오픈 공격을 확실히 해결하는 외국인 선수가 있다(아가메즈 오픈 공격 부문 2위, 52.18% / 요스바니 오픈 공격 부문 3위, 50.16%). 덕분에 리시브가 흔들려도 극복할 방법이 있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현재 사실상 외국인 선수 역할을 하는 서재덕이 처리해야 하니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서재덕은 오픈 공격 부문 6위(46.06%)로 분투 중이지만, 팀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한계는 어쩔 수 없다(한국전력은 팀 오픈 공격 부문 39.78%로 최하위이다. 유일하게 40% 미만을 기록 중이다). 김철수 감독이 유달리 리시브를 강조하는 것 역시 어려운 볼을 처리할 외국인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리시브가 흔들림에 따라 한국전력은 30일 현대캐피탈전에서 본래 윙스파이커인 신으뜸을 리베로로 기용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김철수 감독은 “기본기가 좋은 신으뜸을 리베로로 활용하려 연습 중이다. 이승현과 교체하며 쓸 계획이다”라고 포지션 변경 배경을 밝혔다. 아직 한 경기만 치른 시점이기에 신으뜸의 리베로 기용이 얼마나 효과를 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리시브는 시즌 중에 큰 폭의 향상을 노리기는 어렵다. 위의 대처 역시 결국 당장 선수 개인의 리시브를 향상시키기 어렵기에 나온 처방이다. 하지만 한국전력이 올 시즌 두 번째 승리를 챙기기 위해서는 어떻게서든 리시브를 조금이라도 안정시켜야 한다. 주전 세터 이호건이 잘 버텨주고 있지만, 리시브가 흔들린 상황에서 원활한 세트를 만들어내는 데는 아직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더 그렇다. 리시브 안정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한국전력이다.
사진/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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