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의정부/이현지 기자] 미들블로커진 줄부상을 당한 현대캐피탈이 불행 중 다행으로 한 줄기 희망을 보았다. 프로 2년차 홍민기(26,197cm)의 존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13일 KB손해보험과 경기에서 3-1로 승리하며 1위(승점 51점, 19승 5패)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파다르의 서브 5득점 포함 서브에서 13-1로 KB손해보험에 완승을 거뒀지만 기쁘지만은 않은 현대캐피탈이다. 지난 10일 김재휘(26)가 오른쪽 발목에 부상을 입은 데 이어 이날 신영석(33)이 종아리에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김재휘가 자리를 비우면서 이날 경기에서는 신영석과 차영석(25)이 주전 미들블로커로 나섰다. 신영석은 1세트부터 서브와 블로킹 각각 1득점씩 총 7득점을 올려 파다르와 함께 팀내 최다 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신영석은 1세트 후반 서브 후 착지할 때 왼쪽 종아리에서 ‘뚝’하는 소리가 나며 통증을 느꼈다. 결국 세트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홍민기와 교체됐다.
현대캐피탈은 1세트 후반부터 끝까지 차영석과 홍민기로 중앙을 지켰다. 이날 홍민기는 서브 1득점 포함 7득점을, 차영석은 공격으로만 6득점을 올리며 주전 미들블로커의 빈자리를 메웠다.
경기가 끝난 후 최태웅 감독이 이들의 활약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 감독은 “홍민기가 비시즌 동안 준비를 열심히 한 만큼 잘해줄 거라는 기대가 많았다”라고 언급했다.
인창고, 한양대를 졸업한 홍민기는 지난 시즌 1라운드 7순위로 현대캐피탈에 입단, 원포인트 블로커로 종종 코트를 밟았다. 22경기 35세트에 출전해 2득점을 올렸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3득점이 전부였다.
예상치 못한 시기에 기회를 얻은 홍민기는 공격성공률 66.67%에 유효블로킹도 5개를 기록하며 최태웅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듀스 접전이 치열하던 3세트에는 공격성공률 75%로 4득점을 올리며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날 V-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끝까지 코트에 머물렀던 그는 “내가 배구를 한 건 지 테니스를 한 건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라며 풋풋한 출전 소감을 밝혔다.
인창고 2학년 때 남들보다 한참 늦게 배구공을 잡은 홍민기는 원래 평범한 체대입시 준비생이었다. 아버지의 권유로 배구부가 있는 인창고로 전학가면서 배구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기회가 왔을 때 나를 보여드리고 싶어서 그동안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그런데 직접 경기를 해보니까 연습과 실전이 다르다는 걸 체감했다. 연습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속마음을 밝혔다.
홍민기는 선배 신영석을 ‘교본’삼아 연습한다고 밝혔다. 그는 “(신)영석이 형을 보고 많이 배운다. 영석이 형은 형이나 (김)재휘에 비해 내 키가 작기 때문에 작은 키로 블로킹을 따라갈 때 어떻게 스텝을 밟아야하는 지 알려주신다. 상대팀 공격수의 주된 공격 코스도 다 알고 계서서 나나 (차)영석이한테 알려주신다”라고 설명했다.
주전 미들블로커 두 명이 다쳤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다음 경기인 27일 우리카드전까지 2주라는 휴식시간이 생긴 현대캐피탈이다. 홍민기는 “감독님께서는 ‘빈자리가 생기면 누구든지 그 자리를 메워줄 수 있는 게 프로다’라는 말씀을 하셨다”라며 “나는 경험이 부족하고 (차)영석이는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신)영석이 형과 재휘가 복귀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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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스파이크_DB(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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