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현지 기자] 치열한 여자부 순위 싸움에 복병이 등장했다.
2018~2019 도드람 V-리그 여자부가 개막한지 약 3개월이 지났다. 4라운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아직도 매 경기가 끝날 때면 순위표가 뒤바뀐다. 시즌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체력적인 문제에 고전하는 팀도 있고, 서서히 손발이 맞아가는 팀도 있다. 치열한 여자부 순위 경쟁은 언제쯤 최종 윤곽을 드러낼 수 있을까.
(본문 내 모든 기록은 15일 기준)
1위 GS칼텍스(승점 38점, 13승 6패, 세트득실률 1.731)
◎1.9(수)~1.15(화) : 1승 1패(9일 vs KGC인삼공사 3-0승, 12일 vs 한국도로공사 2-3 패)
흥국생명과 승점이 같지만 승수에서 앞서며 선두 자리에 올랐다. 가장 반가운 소식은 외국인 선수 알리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알리는 KGC인삼공사전에서 홀로 28득점을 올리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주전 세터 이고은도 점점 안정세를 찾으며 출전 시간을 늘리고 있다.
GS칼텍스는 주전 리베로 나현정의 이탈, 주전 미들블로커 문명화의 부상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나현정과 문명화의 빈자리는 한다혜와 김현정이 메우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서도 아쉽게 패배하긴 했지만 끝까지 팽팽한 싸움을 이어갔다. 프로 6년차 한다혜는 지난주 두 경기에서 리시브효율 각각 58.82%, 63.89%를 기록하며 GS칼텍스의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승승장구하는 GS칼텍스에게도 분명 아쉬움은 있다. 강소휘 부진이다. 지난 시즌 주전 윙스파이커로 맹활약을 펼쳤던 강소휘지만 올 시즌 들어 강소휘만의 강력한 스파이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주전 같은 백업’ 표승주가 계속해서 코트 위에 등장하는 이유다. 차상현 감독은 “몸이 나쁜 건 아닌데 리듬이 떨어진다. 범실을 하거나 상대 수비에 막히면 위축된다. 스스로 극복해야 할 문제다”라며 강소휘를 지켜봤다.
◎1.16(수)~1.23(수) : 16일 vs IBK기업은행(화성)
전반기 일정을 마무리하기 전 선두 자리를 굳힐 수 있는 기회다. IBK기업은행은 최근 2연패로 다소 침체된 분위기다. GS칼텍스가 휴식을 취할 시간은 사흘뿐이지만 IBK기업은행보다 하루 더 여유가 있다. 백업이 약한 IBK기업은행과 달리 안혜진, 표승주 등 주전 이상의 역할을 해줄 지원군도 웜업존에서 대기하고 있다. 올 시즌 상대전적은 IBK기업은행이 앞서고 있지만 장점인 강한 서브와 공격으로 코트의 빈틈을 노린다면 팽팽히 맞서 싸울 수 있다.
2위 흥국생명(승점 38점, 12승 7패, 세트득실률 1.048)
◎1.9(수)~1.15(화) : 1패(9일 vs 한국도로공사 2-3 패)
흥국생명은 선두 자리를 굳힐 수 있는 기회를 눈앞에서 놓쳤다. 토종 에이스 이재영이 공수에서 꾸준히 활약했지만 외국인 선수 톰시아와 제3공격옵션 김미연의 기복이 발목을 잡았다. 톰시아는 9일 경기에서 이재영의 절반인 13득점밖에 올리지 못했다. 2세트에는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김미연도 8득점, 공격성공률 28.57%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신연경, 공윤희 등 백업 선수들이 힘을 보탰지만 역부족이었다.
날개 공격수가 부진하자 베테랑 미들블로커 김세영이 힘을 냈다. 이날 김세영은 16득점으로 이재영의 뒤를 이어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다. 톰시아가 잠시 빠졌던 2세트에는 공격성공률이 85.71%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공격의 선봉장에 서야 할 톰시아가 부진하면서 이재영과 김세영의 활약이 빛을 받지 못했다. 톰시아와 김미연의 기복, 올 시즌 흥국생명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1.16(수)~1.23(수) : 16일 vs KGC인삼공사(대전)
오는 16일 KGC인삼공사와 4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갖는 흥국생명. 상대는 9연패에 빠진 KGC인삼공사지만 알레나가 출격을 대기하고 있다. 알레나가 KGC인삼공사에서만 세 시즌을 보냈다고는 하나 한 달 이상 공백기를 가졌던 탓에 실전 감각이 어느 정도일 지는 미지수다. 흥국생명에게는 다시 한 번 선두를 노릴 절호의 기회다. 알레나가 있던 1라운드에서도 KGC인삼공사를 꺾었던 흥국생명이다. 흥국생명의 전반기 순위는 톰시아와 김미연의 활약에 달려있다.
3위 IBK기업은행(승점 35점, 12승 7패, 세트득실률 1.061)
◎1.9(수)~1.15(화) : 1패(13일 vs 현대건설 1-3 패)
선두권 싸움에 박차를 가해야 할 IBK기업은행이기에 지난 13일 현대건설전 패배는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다. 가장 문제가 된 건 세터였다. 주전 세터 이나연과 백업 세터 염혜선 모두 흔들리며 공격수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지난 6일 흥국생명전에 이어 2연패에 빠지자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이 “내가 그동안 훈련을 잘못시킨 것 같다”라며 자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경기에서 어나이가 32득점을, 김희진과 김수지가 각각 14득점, 11득점으로 세 명의 공격수가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렸다. 얼핏 봐서는 나쁘지 않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문제는 공격성공률에 있었다. 김희진과 김수지는 각각 35.48%, 31.58%로 올 시즌 평균 수치(김희진 43.55%, 김수지 36.89%)에 크게 밑돌았다. IBK기업은행은 올 시즌 내내 ‘기복’과의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잘 될 때는 모든 동작이 유기적으로 이어지지만, 안 될 때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다. 상대가 누구든, ‘우리 것’을 해야 하는 IBK기업은행이다.
◎1.16(수)~1.23(수) : 16일 vs GS칼텍스(화성)
2연패로 선두 싸움에서 밀려난 IBK기업은행. 4위 한국도로공사의 추격 가시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하지만 썩 안심할 수 없는 상대, GS칼텍스가 기다리고 있다. 상대전적에선 2승 1패로 앞서고 있지만 GS칼텍스를 만나면 팀 공격성공률이 35.5%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인다. 리베로 박상미를 중심으로 고예림, 백목화 등 국내 선수들이 뒤를 탄탄히 받쳐준다면 어나이와 김희진의 공격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위 한국도로공사(승점 33점, 12승 8패, 세트득실률 1.162)
◎1.9(수)~1.15(화) : 2승(9일 vs 흥국생명 3-2 승, 12일 vs GS칼텍스 3-2 승)
극적인 두 번의 풀세트 승리로 상위권 추격의 불씨를 살린 한국도로공사. 박정아의 공격력은 아직 정상 궤도를 회복하지 못했지만 귀중한 승점 4점을 쌓아 3위 IBK기업은행과 격차를 2점으로 좁혔다.
흥국생명과 경기에서는 파튜가 공격성공률 44.32%로 40득점을 올리며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보였지만 곧바로 이어진 GS칼텍스전에서는 다시 32.65%, 18득점으로 큰 격차를 보였다. 지난 시즌 소속팀 GS칼텍스만 만나면 고전하는 파튜였다.
양 날개의 기복을 메운 건 베테랑 미들블로커 듀오 배유나와 정대영이었다. 배유나는 12일 GS칼텍스전에서 21득점으로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리며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옆에서 정대영도 19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중앙이 약한 GS칼텍스의 약점을 공략한 이효희의 노련함이 돋보였다.
올해 한국나이로 마흔이 된 이효희는 김종민 감독의 걱정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김 감독은 흥국생명과 경기를 치르기 전 “박정아가 흔들리는 건 이효희의 컨디션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효희는 가장 컨디션이 좋은 공격수를 살리는 플레이로 상위권 진출을 노리고 있다.
5위 KGC인삼공사(승점 16점, 5승 14패, 세트득실률 0.444)
◎1.9(수)~1.15(화) : 1패(9일 vs GS칼텍스 0-3 패)
벌써 9연패, 그것도 모두 0-3 셧아웃 완패다. 알레나 없이 경기를 치른다고 해도 아홉 경기 내내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한 건 서남원 감독도, 선수들도 위축되게 만들었다.
연패가 길어지자 서남원 감독은 알레나의 공백기를 신인들의 성장 발판으로 삼고 있다. 박은진을 비롯해 이예솔, 하효림 등 KGC인삼공사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들이 실전 경험을 쌓고 있다. 현대건설전에서 박은진이 7득점으로 주춤했지만 이예솔이 12득점, 공격성공률 46.15%를 기록하며 서남원 감독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코트 위에 어린 선수들이 많을수록 언니들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하지만 세트 후반만 되면 보이는 조급함은 아쉬움을 낳았다. 이날 최은지가 15득점으로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렸지만 리시브 효율은 6.25%에 그쳤다. 주장 한수지는 3득점(공격성공률 14.29%)이 전부였다. 알레나의 복귀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1.16(수)~1.23(수) : 16일 vs 흥국생명(대전)
KGC인삼공사의 다음 경기는 알레나의 복귀전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알레나가 한 달 넘게 자리를 비운 점, 경기 후반 국내선수들의 리듬이 깨지는 점 등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알레나가 있던 1라운드 맞대결에서도 흥국생명에게 1-3으로 졌던 기억이 있다. 알레나와 최은지, 박은진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가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친다면 올 시즌 흥국생명을 상대로 첫 승을 노려볼만 하다.
6위 현대건설(승점 14점, 4승 16패, 세트득실률 0.905)
◎1.9(수)~1.15(화) : 1승(13일 vs IBK기업은행 3-1 승)
2019년 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는 현대건설이다. 마야를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에 고정시켜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통하면서 현대건설에도 연승 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건설의 숨은 공신은 묵묵히 궂은일을 해내는 고유민이었다. 고유민의 안정적인 리시브에서 출발한 공격은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리시브 효율 36.23%로 여자부 최하위였던 현대건설은 고유민의 합류 이후 40%를 상회하고 있다.
IBK기업은행과 경기에서 마야는 36득점, 공격성공률 49.3%를 기록하며 코트 위를 날아다녔다. 후위 공격도 13득점으로 남자선수 못지않은 파워를 자랑했다. 공격점유율은 무려 46.71%에 달했지만 흥이 넘치는 성격으로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마야의 ‘흥’은 현대건설의 분위기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고, 좋은 분위기는 승리로 이어졌다.
한국도로공사에 이어 IBK기업은행까지 꺾으며 ‘복병’으로 자리 잡은 현대건설. 13일 경기를 끝으로 남들보다 일찍 올스타 브레이크에 돌입한 만큼 후반기 반등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건설에게 찾아온 2주간의 휴식기가 여자부 후반기 판도를 뒤흔들 '조커' 가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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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스파이크_DB(문복주 기자,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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