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대전/이광준 기자] 결국 언니들이 해냈다.
최하위 KGC인삼공사는 지난 6일 홈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3-0 완승을 거뒀다. 이 승리로 KGC인삼공사는 길었던 19연패 사슬을 끊고 시즌을 마칠 수 있었다.
연패 탈출이 달렸던 마지막 기회, 서남원 KGC인삼공사 감독은 중요한 기회를 ‘언니들’에게 맡겼다. 이전까지 고민지, 이예솔, 하효림 등 신인 선수들을 적극 활용했던 것과는 달랐다. 서남원 감독은 미들블로커 박은진을 제외한 나머지 신인 선수들을 단 한 번도 기용하지 않았다.
특히 모처럼 윙스파이커 한 자리에 채선아가 선발로 나섰다. 경기 전 서남원 감독은 “마지막이니 채선아가 시작으로 들어가 리시를 안정적으로 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채선아 자리에는 베테랑 한송이가 함께 투입됐다. 전위에서는 한송이가 높이를 살렸고 후위서는 채선아가 수비를 맡는 식이었다.
KGC인삼공사 언니 라인은 이러한 서 감독 믿음에 보답했다. 베테랑 한송이는 11득점, 공격성공률 66.67%로 매우 높은 결정력을 뽐냈다. 주장 한수지는 블로킹 3개, 서브에이스 2개를 포함해 9득점을 기록했다. 공격득점은 많지 않았지만 팀 분위기를 살리는 블로킹, 서브득점이 인상적이었다. 팀 부진에도 늘 흔들리지 않던 리베로 오지영은 언제나 그렇듯 안정적인 수비로 팀을 뒷받침했다.
그 누구보다 세터 이재은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이재은은 팀 블로킹 1위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뛰어난 경기운영능력을 발휘했다. 상대 블로커들이 쉽게 따라오지 못하도록 다양한 공격수를 활용했다. 좌우와 중앙, 후위까지 가리지 않았다. 접전 상황에서 유독 실수가 잦던 모습도 이날만큼은 볼 수 없었다.
시즌 중반, 서남원 감독은 지속된 연패로 팀 성적이 봄 배구와 멀어지면서 ‘리빌딩’을 공언하기도 했다. 팀 내 어린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그 과정에서 한수지, 이재은 등을 겨냥해 “베테랑 선수들이 제 몫을 못해주고 있다”라고 직접적으로 꼬집기도 했다. 이후 자연스레 어린 선수들이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어떤 선수들이 나와도 결과는 승리로 이어지지 않았다.
서남원 감독은 ‘마지막만큼은’ 베테랑 선수들이 해주길 바랐다. 그 믿음은 3-0 승리로 돌아왔다. 이전까지 연패가 너무 길어 마냥 좋아할 순 없었다. 그러나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마무리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베테랑 선수들이 있었다.
이날 KGC인삼공사 선수 대부분은 승리 기쁨에 눈물을 흘렸다. 방송 인터뷰를 했던 세터 이재은도, 시즌 마지막 경기를 기념해 현장에 온 팬들에게 주장으로서 감사 인사를 전하던 한수지도 눈물을 보였다. 이들이 인터뷰에서 말한 눈물의 사연은 하나같이 같았다. 연패 기간 동안 함께해준 팀원들. 감독과 코칭스태프. 구단 직원들. 그리고 늘 변함없이 응원해준 팬들을 향한 감사와 미안함의 눈물이었다.
마지막만큼은 꼭 승리하겠다는 언니들의 굳은 투혼. 간절한 마음은 결국 승리로 이어졌고, 이내 그 의지는 동료, 팬, 그리고 자기 스스로를 향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되어 눈을 타고 흘러 내렸다. 2018~2019시즌, KGC인삼공사 배구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사진_대전/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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