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수원/이현지 기자] 팀의 맏언니인 김세영(38)과 김해란(35)이 코트 안팎에서 동생들을 이끌며 정규리그라는 큰 산을 정복했다.
흥국생명은 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승점 2점이 부족했던 흥국생명은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2, 3세트를 내리 따내며 경기가 끝나기 전에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지난 2016~2017시즌 이후 두 시즌 만에 차지한 정규리그 우승이자 V-리그 통산 5번째 정규리그 재패다.

흥국생명이 최하위에 떨어졌던 지난 시즌 가장 큰 약점은 낮은 중앙의 높이였다.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한 김수지의 빈자리를 끝내 메우지 못했다. 이에 흥국생명은 비시즌 FA(자유계약) 시장에서 V-리그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김세영을 영입하며 빈틈을 완벽히 가렸다.
김세영의 합류로 지난 시즌 세트 당 평균 1.706개였던 흥국생명의 블로킹은 2.271개로 크게 늘었다. 블로킹 부문 6위였던 순위도 2위로 뛰어올랐다. 유효블로킹도 722개에서 804개로 늘어났다(3월 6일까지 기록).
김세영 효과는 코트 밖에서도 나타났다. 철저한 자기관리가 철저하기로 유명한 김세영은 맏언니임에도 가장 먼저 훈련에 나선다. 체력으로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들에게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 김세영이 말 보다는 행동으로 솔선수범하자 어린 선수들도 자연스레 훈련에 최선을 다하게 됐다.

김세영이 묵묵하게 뒤를 받쳐주는 스타일이라면 김해란은 코트 위에서 누구보다 크게 파이팅을 외치며 동생들을 이끌었다. 몸을 사리지 않는 디그와 믿음직한 리더십을 갖춘 김해란은 흥국생명의 뒷문을 굳게 잡가 올 시즌 단 한 차례의 연패도 허용하지 않았다.
디그 1위, 리시브 2위로 명불허전 V-리그 최고의 리베로인 김해란은 팀이 열세에 놓인 상황에서 순발력을 발휘한 수비로 반격의 기회를 만들었다. 김해란은 흥국생명의 6라운드 첫 경기였던 GS칼텍스전에서 철벽수비로 10-16이라는 격차를 뒤집기도 했다. 이재영, 김미연 등 윙스파이커들은 김해란의 존재만으로 리시브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이런 김해란의 활약은 동료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훈련 때도 실전처럼 100% 전력을 다하는 선수”라며 “김해란이 5라운드 MVP를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응원하기도 했다. 이재영은 “(김)해란 언니는 언제나 내 마음 속 MVP다. 같은 팀이라는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흥국생명의 맏언니, 김세영과 김해란은 긴 정규리그를 지탱하는 기둥이 됐다. 코트 앞뒤에서, 훈련장에서 동생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는 언니들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흥국생명은 다시 최정상의 자리에 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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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스파이크_DB(홍기웅 기자.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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