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서영욱 기자] 통합우승에 한 발 더 다가가려는 흥국생명과 반격에 나서는 한국도로공사다.
23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2018~2019 도드람 V-리그 흥국생명과 한국도로공사의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이 열린다. 1차전에서는 흥국생명이 이재영의 클러치 맹활약에 힘입어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했다.
흥국생명은 2세트를 큰 점수차로 내주고 4세트도 5점차까지 뒤지며 위기를 맞이했지만 극복하고 1승을 올렸다. 반면 플레이오프 종료 직후 1차전 백업 선수 투입도 고려하던 도로공사는 이효희를 제외한 주전 선수들을 모두 투입했지만 고비를 넘지 못했다. 김천으로 내려가기 전 원정에서 1승이 더 절실해진 도로공사다.
희비 엇갈린 국내 공격수 맞대결
팀의 운명을 짊어진 박정아와 이재영의 맞대결에서는 이재영이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보이는 기록상으로도 이재영이 23점, 공격 성공률 36.21%를 기록한 반면, 박정아는 7점, 공격 성공률도 15.38%에 그쳤다.
특히 이재영은 팀이 위기에 처한 4세트, 에이스 역할을 제대로 해줬다. 이재영은 팀이 22-23으로 밀린 상황에서 팀의 마지막 4점을 모두 책임져 승리까지 이끌었다. 이재영의 세트 막판 대활약으로 흥국생명은 16-21까지 밀렸던 4세트를 뒤집고 1차전을 가져올 수 있었다. 이재영은 2세트에만 2점, 공격 성공률 16.67%로 부진했고 다른 세트에서는 언제나 제 몫을 다했다.
흥국생명은 이재영의 이러한 활약을 상수로 생각하고 갈 수 있다. 올 시즌 이재영은 이미 클러치 상황에서 수차례 팀을 구한 바 있다. 정규시즌 IBK기업은행과 4라운드 맞대결에서는 5세트 7-9에서 연속 4득점으로 역전을 이끌었고 6라운드 GS칼텍스전에는 팀의 마지막 득점을 매 세트 책임졌다. 적어도 올 시즌의 이재영은 언제든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다.
도로공사는 박정아 부진이 매우 뼈아프다. 플레이오프에서 세 경기 15세트라는 혈투를 펼치고 올라온 상황이라 이미 체력 상황이 좋지 않다. 도로공사 공격에서 많은 역할을 차지하는 배유나와 정대영이 플레이오프 2차전부터 공격 성공률이 크게 떨어진 상황, 측면에서 뚫어주지 못하면 공격이 전체적으로 무뎌질 수밖에 없다.
배유나, 정대영 포스트시즌 공격 성공률 변화
배유나: 47.06%→25%→31.25%→33.33% (정규시즌 평균 40.83%)
정대영: 37.04%→12.5%→29.41%→25% (정규시즌 평균 41.2%)
특히 파튜가 혼자서 33점을 몰아치는 엄청난 활약을 펼쳤기에 이러한 부진은 더 아쉽다. “국내선수 중 한 명이라도 파튜를 받쳐줬다면 재밌는 경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한 김종민 감독의 말처럼, 특히 이 역할을 해줘야 할 박정아가 조금만 힘을 내줬다면 적어도 4세트를 가져오고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승부가 됐을지도 모른다.
박정아는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2세트까지 부진했지만 3세트부터 살아나며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하지만 본인 포함 팀의 체력은 더 떨어진 상황, 박정아가 경기 초반부터 활약할 필요가 있다. 도로공사는 챔피언결정전 내내 박정아 살리기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굉장했던 파튜, 여전히 아쉬운 톰시아
앞서 언급했듯이 1차전에서 파튜의 활약은 굉장했다. 파튜가 아니었다면 경기는 진작에 끝났을지도 모른다. 박정아 포함 국내 선수 모두 공격에서 해결이 안 되는 상황에서 파튜는 공격 성공률도 50.77%를 기록했다. 정규시즌 34.64%의 성공률을 기록한 후위 공격도 이날은 57.89%(11/19)에 달했다. 플레이오프 2차전을 제외하면 매 경기 외국인 선수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파튜는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9점, 공격 성공률 44.62%, 3차전에는 26점, 공격 성공률 44.64%를 기록했다.
정규시즌 흥국생명에 강한 면모도 이어간 셈인데, 올 시즌 파튜는 흥국생명 상대로 다섯 경기에서 경기당 28.2점, 공격 성공률은 42.9%였다. 맞대결 팀 중 공격 성공률은 가장 높고 평균 득점은 독보적인 수준이다. 파튜는 5라운드 맞대결에서 31점, 4라운드에는 올 시즌 한 경기 최다인 40점을 기록해 흥국생명 킬러다운 면모를 보였다.
변수는 역시 이런 활약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느냐이다. 파튜가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지만 34세로 나이가 적지 않다. 1차전에는 체력에 전혀 문제가 없는 듯한 경기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매번 이 정도 경기력을 보여주리라고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흥국생명은 이겼지만 톰시아 부진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흥국생명이 정규시즌 우승을 애타게 바랐던 이유 중 하나는 톰시아가 회복할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다. 톰시아는 6라운드 경기당 17.4점, 공격 성공률 35.96%에 그쳤다.
페이스가 떨어진 톰시아를 위한 시간은 벌었지만 톰시아는 그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1차전에서 득점은 19점으로 나쁘지 않았지만 공격 성공률은 29.41%로 떨어졌다. 4개 블로킹을 잡아냈고 미들블로커 출신이라는 특징을 살린 이동 공격도 선보였지만 최종 기록은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다.
이재영이 1차전 맹활약했고 도로공사 국내 선수들이 동반 부진해 흥국생명이 1차전을 가져왔지만 톰시아의 이런 경기력이 길어져서 좋을 건 없다. 톰시아가 조금만 더 힘을 보탠다면 흥국생명은 훨씬 수월한 챔피언결정전을 치를 수 있다.
떨어지는 체력, 속전속결이 필요하다
김종민 감독이 1차전 백업 선수들을 섞어서 경기를 치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도로공사는 총력전에 가까운 경기를 펼쳤다. 4세트를 앞서며 총력전의 결실을 보는 듯했지만 결국 패하며 아쉬움만 남겼다.
도로공사 입장에서는 떨어진 체력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21-16으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한 번 분위기가 넘어가자 이를 다시 가져오지 못했다. 1세트 역시 3-2에서 연속 8실점으로 3-10까지 벌어진 상황을 만회하지 못했고 3세트도 15-15로 팽팽한 상황에서 연속 6실점으로 한 번에 무너졌다. 자신들이 초반부터 주도권을 쥔 2세트는 큰 점수차로 가져왔지만 다른 세트에는 한번 기세가 꺾였을 때 다시 차고 나가는 힘이 약했다.
체력에서 굉장한 열세에 있는 도로공사는 여지를 주지 않고 중반에 확실하게 분위기를 잡아야 한다. 선수들 전체적으로 꾸준한 활약을 펼칠지 미지수이기에 애매한 점수차에서는 얼마든지 추격당할 수 있다. 특히 흥국생명은 높이와 이를 바탕으로 한 수비에 일가견이 있는 팀이다. 1차전 4세트 역시 끌려가는 와중에 수비로 상대 공격을 버티며 여지를 만든 흥국생명이다. 체력이 점점 더 떨어지는 도로공사이기에 더 빠르게 세트를 끝내는 상황이 필요하다.
조금만 더 힘을 내줬으면 하는 3옵션
흥국생명이 1차전에서 아쉬웠던 건 톰시아만이 아니었다. 이재영과 톰시아를 뒷받침해 활로를 뚫어줘야 할 김미연도 기록은 좋지 않았다. 득점은 7점, 공격 성공률은 26.09%였다. 리시브 효율도 9.52%에 그쳤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흥국생명은 김미연을 꾸준히 기용했다. 박미희 감독은 1차전이 끝나고 “김미연이 빠지면 우리 공격 루트가 너무 단순해진다. 김미연이 있어야 조송화도 경기를 운영하기 편해진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박미희 감독 말처럼 흥국생명은 김미연이 조금만 득점을 보태주면 훨씬 경기를 풀어가기가 수월하다. 역전승을 거둔 4세트도 추격 과정에서 김미연의 득점이 있었다. 도로공사 블로커들이 이재영 혹은 톰시아 위주로 견제를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김미연으로 오는 블로킹이 늦었고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흥국생명은 중앙 공격 옵션이 도로공사만큼 다양하지 않다. 이동 공격에 능한 이주아가 있지만 1차전에는 공격 시도가 9번에 그쳤다. 김세영도 12회에 그쳤다. 미들블로커간 공격 점유율을 비교하면 차이는 더 확실해진다(도로공사 20.81%, 흥국생명 13.46%). 그래서 김미연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김미연이 직접적인 서브 득점만 허용하지 않는 선에서 버텨주고 공격에서 두 자릿수 득점만 올릴 수 있다면 훨씬 쉬운 경기를 치를 수 있는 흥국생명이다.
흥국생명과 도로공사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은 23일 오후 2시,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리며 KBSN스포츠와 SBS스포츠가 동시 중계한다.
사진/ 더스파이크_DB(유용우 기자)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