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김천/서영욱 기자] 박미희 감독이 눈물 어린 우승 소감을 전했다.
박미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은 27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한국도로공사와 4차전에서 3-1로 승리해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챔피언에 올랐다. 2009년에 이어 10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이자 2007년 이후 12년 만에 통합우승이다.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인 박미희 감독. 그는 “지난 시즌 힘든 점이 많았다. 그게 많이 생각났다”라며 “올 시즌 우리 팀이 연패가 없었다. 그러기가 쉽지 않다. 중요한 경기마다 집중력을 보여준 모든 선수를 칭찬해주고 싶다”라고 감정이 북받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박 감독은 전날(26일) 최태웅 감독이 눈물을 보인 장면을 언급하며 “나도 울컥하긴 했다. 울지 말아야지 했는데, 그래도 울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여성 감독이 됐다. 2014~2015시즌 흥국생명을 맡고 다섯 시즌 만에 이룬 대업이다. ‘최초’의 주인공이 된 소감을 묻자 박 감독은 다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의 답에는 여성 감독으로서 책임감, 그 안에서 느낀 어려움이 묻어있었다.
“2년 전 정규시즌 우승할 때 ‘그녀가 가는 길은 역사가 된다’라는 좋은 문구를 남겨줬다. 힘들 때도 있었다. 현장에 계속 있어야 하는지 고민한 순간도 있었다. 지난 시즌과 같은 성적으로 떠나게 된다면 아쉬웠을 것 같았다. 내가 뭔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여성 감독으로서 책임감도 컸다. 그래서 다시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이와 관련한 소감이 이어졌다. 박 감독은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여성 감독이 아닌 똑같은 지도라조 봐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그 안에서 느끼는 책임감은 컸다. 박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책임감이 정말 컸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내가 어깨가 그렇게 무거울 필요는 없다. 누군가 하면 되는데 내가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최소한 후배들 길을 막으면 안되는 것 아니겠는가. 기회가 주어졌으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의 우승을 돌아보면 어떤 기분일 것 같은지 묻자 박 감독은 “시간이 지나면 또 새로운 목표가 생길 것 같다. 지도자를 해보니 이게 더 힘들다. 현장을 떠날 때까지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해내도록 노력할 생각이다”라고 답했다.
기자단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한 이재영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이재영은 리시브에서도 많은 짐을 지면서 공격에서는 외국인 선수 이상 가는 공헌도를 보였다. 박 감독은 “칭찬 안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내가 잘할 때 재영이 칭찬을 많이 하지는 않는다. 인색한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영이는 칭찬해주는 사람이 많다. 잘못한 걸 이야기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마음속으로는 많이 칭찬해주고 싶지만 절제하는 편이다. 아직 어린 선수고 지금도 잘하지만 목표가 생겨야 유지할 수 있다. 오늘은 칭찬해주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챔피언결정전 양상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흥국생명은 2차전을 0-3으로 내주며 2년 전 아픔이 재연되는 듯했다. 실제로 분위기가 도로공사로 넘어갔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박 감독은 “도로공사는 정말 강한 팀이다. 쉽지 않은 팀인데, 플레이오프에서 힘을 빼고 왔다. 이게 정규시즌 우승하려는 이유다. 보너스라고 생각한다”라며 “1차전 이기고도 쉽게 이기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김천에서 1승 1패면 다시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은 했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박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톰시아가 활약하리라 확신했다고 밝혔다. 이날 톰시아는 30점, 공격 성공률 42.62%로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블로킹도 4개였고 어려운 볼도 잘 처리했다. 박 감독은 “이재영이 3차전에 너무 많이 때렸다. 오늘도 똑같이 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해줬다. 톰시아는 오늘 95%는 잘하리라 생각했다. 면담하면서 오늘 좀 치겠구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31-29로 끝난 3세트에서 승리했을 때 우승의 기운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3세트를 이겨서 오늘 어느 정도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22-24에서 따라잡혔을 때는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배구가 흐름에 너무 민감한 종목이라 급하게만 안 하면 상대도 범실을 하겠다고 생각했다”라며 당시 기분을 묘사했다.
긴 시즌을 마친 박 감독은 “가장 좋은 건 이제 경기 준비를 안 해도 된다는 것이다. 시즌 중에는 이기거나 지거나 다음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집에 거의 못 갔는데 이틀 정도는 잊고 살고 싶다”라고 휴식 계획을 전했다.
끝으로 각자 위치에서 역할을 해준 가족에게 “1년은 집에서 용인 체육관까지 출퇴근했다. 1년 정도 그러니까 너무 힘들었다. 휴식이 더 필요했다”라며 “시즌 중에 집에 거의 못 갔는데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왔다. 고맙게 생각한다. 나한테도 이렇게 긴 인터뷰를 할 시간이 왔는데, 너무 감사하다”라고 고마움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김천/ 홍기웅,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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