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더 좋아하지 않을까요” 베테랑 세터 황동일의 미소

이광준 / 기사승인 : 2020-01-22 07: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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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천안/이광준 기자] “저보다 가족들이 더 좋아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2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남자부 한국전력과 시즌 4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0 완승을 거뒀다. 지난 18일 대한항공전 승리에 이어 2연승 달성에 성공한 현대캐피탈이다.

연승 이상으로 값진 소득을 얻었다. 두 경기 연속 선발로 나선 세터 황동일이다. 베테랑 세터 황동일은 준수한 경기운영을 바탕으로 팀 승리 중심에 섰다. 지난 비시즌 현대캐피탈로 팀을 옮긴 황동일은 짧은 시간 만에 팀 특유의 스피드 배구에 적응해 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이렇게 빨리 적응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놀라움을 표현했다.

경기 후 수훈 인터뷰에 나선 황동일은 “두 경기 다 선발로 나서서 승리했다. 당연히 기분 좋다. 하지만 슬슬 부담도 온다. 더 준비를 해야 할 때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빠른 적응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전 소속팀 삼성화재와 현재 현대캐피탈이 추구하는 배구는 차이가 있다. 공격 패턴, 세터와 공격수 간 호흡, 공격하는 방식 등 많은 것이 다르다.

"현대캐피탈에 와서 나를 바꿨다"
황동일은 웃으면서 “두 팀은 배구 차이보다도 문화 차이가 크다”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삼성화재는 굉장히 진지한 배구를 하는 팀이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밝고 신나게 배구를 한다. 처음에 왔을 때 삼성화재서 하던 대로 배구를 했다. 그랬더니 최태웅 감독님께서 ‘혼자 배구하려고 하지 마라’라고 말했다. 공격수와 호흡이나 그런 것은 다음 문제였다. 서로 다른 팀 분위기 속에서 내 자신을 변화시키는 게 가장 힘들었다.”

어려웠다는 말과 달리 적응은 순조로웠다. 황동일은 “아마 욕심을 부렸다면 지금까지도 적응을 못 했을 것이다. 이 팀에 오기 전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자’라고 마음을 먹었다. 감독님께서도 그걸 원했다. 다 내려놓고 임했기 때문에 조금 빨리 적응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아직도 여전히 적응 중이다”라며 웃었다.

지난 두 경기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황동일 특유의 ‘공격’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황동일은 이를 듣고 “여전히 찬스만 오면 무조건 때릴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께서도 그것에 대해 전혀 나쁘게 생각하지 않으신다. 다만 지금은 감독님께서 알려주신 패스 타이밍과 자세가 있어서 그걸 떠올리느라 머릿속이 바쁘다. 공격보다 패스를 먼저 생각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현대캐피탈 배구 스타일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타점이 뛰어난 다우디와 호흡, 그리고 현대캐피탈 특유의 낮고 빠른 패턴플레이에 대한 것이었다.

황동일은 “다우디는 타점이 정말 좋은 선수다. 높게 가는 오픈 패스는 삼성화재서 많이 해본 것이다. 다우디에게 주는 것은 자신 있다. 빠른 패스는 적응하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아들, 아빠 꼭 해낼게!’ 가족에게 한 약속

황동일은 1986년생으로 베테랑 플레이어다. 그런 선수가 새로운 팀에 적응하고 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황동일은 현대캐피탈에 합류하기 전 인터뷰에서 그 원동력으로 가족을 꼽았다. 올해 한국 나이로 일곱 살이 된 아들 서율 군의 한 마디 덕분이었다.

그는 “도전하는 데에 가족들이 큰 힘이 됐다. 특히 아들이 집에 있는 나에게 ‘아빠는 왜 배구하러 안 가?’라고 했던 게 결정적이었다”라고 그 때를 돌아봤다.

또한 “그땐 정말 아무 말 못하고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내가 옆에서 ‘아빠는 방학 중이야’라고 설명했다. 그 일이 다시 마음을 다잡고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다”라고도 덧붙였다.

그 이후 황동일의 메신저 프로필에는 ‘아들, 아빠 꼭 해낼게’라는 문구가 계속 적혀 있었다. 아들에게 뭔가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담긴 약속이었다.

사진_황동일은 메신저 문구를 통해 가족들에게 '꼭 해내겠다'라고 약속하고 다짐했다. (캡처사진)

그렇게 현대캐피탈에 입단한 후 종종 코트에 올랐지만, 지금처럼 활약하기까진 꽤 시간이 걸렸다. 황동일은 “배구를 챙겨보는 아들이 ‘아빠는 왜 안 뛰어?’라고 자주 묻더라. 한창 연습 중이라고 말을 했다. 그러다가 지난 경기, 그리고 이번 경기까지 뛰는 모습을 봤을 텐데 아내도, 아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뿌듯해 했다.

황동일은 최근의 관심과 기대에 방심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다른 팀에서 나에 대한 분석을 시작할 것이다. 이제부터 또 수 싸움을 펼쳐야 한다.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자만할 실력이 아니다. 감독님과 같이 면담하고 조율하면서 다음을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사진_천안/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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