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리그는 세계 어느 리그와 비교해도 기록 체계가 상당히 잘 잡혀 있다.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잘 되어있는 편이고 한 경기 기록지에서 볼 수 있는 자료도 깔끔하게 나오는 편이다. 그렇다면 이런 V-리그 기록지는 어떻게 나오는 걸까? 그 과정과 함께 V-리그 데이터베이스가 여기까지 온 배경, 그리고 나아갈 점을 KOVIS 제작 과정에 참여한 김정아 전력분석관에게서 들어봤다.
지금의 KOVIS가 탄생하기까지
“2005년 V-리그가 출범하기 전, 진행된 세미프로 단계에서부터 준비했어요. 이세호 교수님이 새로운 기록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고 하셨죠. 당시에 차금지 실장님이 이 교수님과 축구 문자중계를 한 포털 사이트에서 하고 있었어요. 제가 소개를 받고 함께 만들게 된 거죠. 제가 기록에 대해 제안을 하면 다른 분들이 프로그래밍해주신 거죠. 처음에는 공격, 리시브 모두 간단하게만 기록했는데 기록원들이 기대 이상으로 소화하면서 공격에서 속공, 퀵오픈 등 세부 기록을 나누기 시작하고 블로킹도 여러 상황을 세분화했죠. 서브도 유형별로 나눴고요.”

사진설명_KOVO DB뱅크는 경기가 끝나면 세 가지 유형으로 기록지를 남긴다. 이 기록지가 가장 대중적이며 간단한 기록을 남긴 것이다
KOVIS 체계의 장점?!
“선수들의 장점을 좀 더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단순 공격 성공률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공격 유형을 나눠서 선수 장점을 더 노출할 수 있죠. 미들블로커의 경우, 일반적인 공격 성공률 범주에서는 언급하기 어렵지만 그 안에서 속공을 분류하면서 미들블로커 평가가 가능하죠. 블로킹도 블로킹 어시스트나 유효블로킹을 함께 보여주면서 선수가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게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KOVIS 인원 배정과 역할 분담
“예전에는 지방에 있는 인원은 지방 경기 위주로 부르고 해당 지역 인원들을 같이 쓰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것 없이 고루 돌아가는 것 같더라고요. 경기에 오는 KOVIS 인원들 역할도 각자 달라요. 보통 두 명이 기입할 내용을 부르면 한 명은 전산으로 입력하고 한 명은 수기로 작성해요. 그리고 한 명은 잘못된 기록을 수정하죠. 예전에는 중계도 지금처럼 디테일하게 이뤄지지 않았는데 지금은 자세하게 보이기 때문에 더 신경 써서 잡아야 해요. 화면에 잡히니까요. 가끔 선수 측에서 블로킹을 자기가 잡았는데 기록이 안 맞아서 해당 장면을 캡쳐해서 연맹에 수정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 중입니다. 그래서 아예 블로킹만 집중해서 보는 분도 있어요. 매 경기 각자 바쁘게 돌아가죠.”

사진설명_이번 기록지는 공격 유형 등을 더 세분화해서 기록한 자료다.
경기 중 기록하기 가장 어려운 기록은 리시브
“경기 중에 가장 어려운 부분은 리시브 평가에요. 여러 분석관이 언급하는 지점이기도 하고요. 리시브 이후 볼이 어떻게 올라가고 이어지느냐가 세터 습성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부분인데 보는 사람마다 판단이 다를 때가 있어요. 또 저를 도와서 같이 기록하는 친구들은 아직 어리다 보니까 순식간에 이뤄지는 상황에 판단이 빠르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리고 잘못했을 때 혼날 걸 생각하다가 놓치는 경우도 생기더라고요. 또 전반적인 랠리가 긴 여자부 경기가 좀 더 어려운 면이 있어요. 남자부 경기는 기록 후 수정 과정이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면 여자부 경기는 3~4시간이 걸려요. 도로공사, KGC인삼공사 같은 팀 경기가 랠리도 길고 경기 시간도 길어서 조금 까다로운 면이 있죠.”
KOVO DB뱅크에서 더 보여주고 싶은 기록?!
“공격에서 ‘리시브 후 반격’과 ‘디그 후 반격’은 구분해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유효블로킹을 만들고 디그로 이어진 후 반격이 얼마나 잘 이뤄지는지도 있겠고요. 그리고 투 블로킹, 원 블로킹 기록을 세터 평가와 연관 지어서 볼 수 있는 방향도 필요하다고 봐요. 예를 들면 리시브가 잘된 볼을 세터가 올렸는데 상대 원 블로킹에 걸린다면 세터 범실로 볼 여지도 있는 것이고요. 리시브가 불안하게 올라온 볼을 속공으로 연결해 원 블로킹을 만들면 또 세터가 잘했다고 볼 수 있죠. 이처럼 세터 평가에 도움이 될 만한 데이터가 모이고는 있는데 활용이 잘 안 되는 점은 아쉽죠.”

사진설명_‘경기 후 요약’에는 블로킹 기록과 세트시 상대 블로킹, 세터 전-후위 시 공격 패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글/ 서영욱 기자
사진/ 문복주, 유용우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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