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이 이끄는 한국은 유럽의 강호, 터키를 넘을 수 있을까.
1976 몬트리올올림픽 이후 첫 여자배구 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이 2020 도쿄올림픽 4일 오전 9시 토너먼트 첫 경기를 앞두고 있다. 상대는 세계랭킹 4위 터키다. 터키는 조별리그 B조에서 3승 2패, 승점 9점으로 3위에 오르며 8강에 진출했다. 2021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당시 맞대결에서는 터키가 한국에 3-1로 승리했다.
전력 면에서는 터키가 앞선다. 주전 라인업 전체적인 신장에서 우위에 있고 여자배구 최상위 리그인 터키 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 중인 선수들이 다수 버티고 있다.
한국이 특히 주의해야 할 포지션은 미들블로커다. 조별리그 터키 팀 내 최다득점 1, 2위는 미들블로커인 제흐라 귀네슈(60점)와 에다 에르뎀(57점)이었다. 일반적으로 날개 공격수들이 팀 내 득점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것과는 다른 그림이었다.
특히 신장 198cm에 달하는 장신 미들블로커 귀네슈는 한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다. 귀네슈는 조별리그에서 세트당 블로킹 1.25개를 기록해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터키가 조별리그 팀 블로킹 3위(세트당 3.05개)에 오른 건 귀네슈의 힘이 컸다.
귀네슈는 2021 VNL 한국전에서도 맹활약했다. 당시 귀네슈는 3, 4세트에만 출전했음에도 두 세트 만에 블로킹 2개 포함 11점을 기록했다. 한국은 귀네슈 공격을 거의 막아내지 못했다(당시 귀네슈 공격 시도 9회, 성공 8회). 여기에 에르뎀 역시 올해 VNL에서 한국 상대로 16점을 기록했다. 에르뎀은 신장은 미들블로커치고 크지 않지만(188cm) 경험과 공격은 터키에 큰 힘이 되고 있다.
귀네슈 외에도 터키에는 높이와 공격 모두 위력적인 자원이 많다. 조별리그에서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를 양분한 에브라르 카라쿠르트(197cm)와 메르엠 보즈(190cm) 모두 여기 해당한다. 올해 VNL 맞대결에서는 카라쿠르트가 선발 출전해 22점을 기록하며 한국을 괴롭혔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카라쿠르트가 먼저 선발로 나섰지만 경기를 치르면서 보즈 출전 시간이 늘어났다. 두 선수 모두 위협적인 선수임은 분명하다.
터키 장신 군단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역시 서브가 공격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높이로 맞불을 놓을 수 없기에 공격적인 서브로 리시브를 흔들어 미들블로커 활용 빈도를 줄이고 날개 공격수들이 최대한 어려운 볼을 때리게 만들어야 한다.
터키 리시브 라인은 흔들 수 있는 여지가 분명 있다. 터키는 조별리그에서 팀 리시브 성공률은 3위였지만 서브 에이스 자체는 25개를 허용해 리시브 성공률 순위 대비 많은 편이었다(조별리그 기준 두 번째로 많은 기록). 이를 공략해야만 높이에서 지니는 약점을 조금이나마 가릴 수 있다.
한국은 서브 공략과 ‘김연경 도우미’가 확실히 등장해줘야 한다. 특히 터키처럼 블로커 높이가 매우 좋은 팀을 상대할 때는 더욱 그렇다. 김연경 이외에 공격 루트가 터져줘야만 김연경도 블로킹 견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조별리그 일본전처럼 다른 날개 공격수가 부진한 와중에 김연경 혼자 팀을 어느 정도까지 끌고 가는 그림은 반복되기 어렵다. 김연경 반대쪽에서 공격을 풀어줄 김희진뿐만 아니라 양효진-김수지를 활용한 중앙 공격까지 활발하게 이뤄져야만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사진=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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