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 특급도 매 경기 많은 공을 때리다 보니 지쳤다. 그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
노우모리 케이타(등록명 케이타)는 KB손해보험의 절대적인 에이스다. 매 경기 폭발적인 공격력과 화끈한 서브, 타점 높은 블로킹으로 팀에 힘을 주는 주포다. 또한 흥 넘치는 세리머니로 팀의 분위기까지 끌어올리는 효자 외인이다. 올 시즌 득점 1위(881점), 공격 성공률 3위(55.07), 서브 1위(세트당 0.856개)에 오르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하지만 그런 케이타도 최근 지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케이타의 몫을 어느 정도 덜어줬던 국내 에이스 김정호가 빠진 후 안 그래도 높았던 케이타의 공격 점유율은 더욱 높아졌다.
4라운드 첫 경기였던 OK금융그룹전(57.83%)을 제외한 이후 다섯 경기 케이타의 공격 점유율은 모두 60%를 넘겼다. 득점도 45점-35점-34점-48점-24점을 기록했다. 비시즌 배구 훈련 외, 웨이트 훈련에도 집중하며 체력을 끌어올린 케이타지만 매 경기 많은 공을 때리니 지칠 수밖에 없었다. 케이타는 로봇이 아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케이타의 시즌 공격 점유율은 58.1%로 남자부 외인 가운데 가장 높다.
KB손해보험은 20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대한항공과 경기를 가졌다. 이날도 케이타는 팀의 공격을 홀로 책임지다시피 했다. 팀의 리시브가 흔들리다 보니(KB손해보험 리시브 효율 10%), 세터 황택의가 공을 올릴 수 있는 선택지는 정해져 있었다. 케이타였다.
1세트 케이타의 공격 점유율은 80.77%였다. 11점, 공격 성공률 47%-효율 33%를 기록했지만 쉽지 않았다. 2세트에도 케이타의 공격 점유율은 54%에 달했다. 손준영이 깜짝 선발로 들어가 힘을 주고자 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한성정과 손준영 대신 들어간 홍상혁도 케이타의 어깨를 덜어주지 못했다. 3세트에도 케이타는 고군분투했다.
너무 많은 공을 때리다 보니 성공률과 효율은 50%에 미치지 못했다. 2세트 공격 성공률 35%-효율 23%, 3세트 공격 성공률 46%-효율 33%였다. 공격 타점은 점점 떨어졌고, 상대 유효 블로킹에 걸리는 횟수도 많아졌다.
케이타는 24점을 기록했다. 양 팀 최다 득점자이자 팀 내 유일한 두 자릿수 득점자였다. 한성정, 홍상혁, 박진우는 각각 7점, 5점, 3점에 머물렀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해서든 팀의 승리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케이타, 하지만 그도 사람이기에 홀로 팀 승리를 책임지는 건 더 이상 무리였다.
이전 경기들에서 수비나 궂은일로 힘을 줬던 국내 선수들이지만, 이날은 달랐다. 리시브 효율도 저조했고, 보이지 않는 범실도 속출했다. 힘을 내지 못했다.
KB손해보험은 대한항공에 세트스코어 0-3(22-25, 21-25, 19-25) 완패했고, 3연패에 빠졌다. 4라운드 2승 4패를 기록, 올 시즌 처음으로 라운드 승률 5할에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선두 탈환도 실패했다.
경기 후 후인정 감독은 "본인은 괜찮다고 하는데 우리가 봤을 때는 리그 4라운드까지 해오면서 볼을 너무 많이 때렸다. 그동안 너무 잘 해줬다. 올스타 브레이크에 충분한 휴식을 줘야 한다. 연습 스케줄도 조정을 해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최근 황택의의 컨디션도 정상이 아니다. 후 감독은 "이날 세터와 호흡도 안 맞았다. 택의도 몸이 안 좋다 보니 정확도가 떨어졌다. 올스타 브레이크에 잘 추스르겠다. 5, 6라운드에 체력 관리 잘 해 좋은 경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케이타는 많은 공을 때리면 때릴수록 컨디션이 올라온다고 말하는 선수다. 하지만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어야 컨디션도 올라오고 케이타도 힘을 낸다. 그러면서 팀이 승리를 거둬야만 케이타도 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다행히 5라운드에 케이타의 지원군이 들어온다. 주장 김홍정도 5라운드 시작을 함께 할 수 있고, 케이타와 좌우 쌍포를 이루는 김정호도 5라운드 중반 혹은 후반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KB손해보험은 플레이오프가 아닌 그 이상의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케이타의 체력 관리는 필수다. 케이타가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돌아와 팀에 힘을 줄 수 있을까.
KB손해보험은 오는 29일 의정부에서 대한항공과 5라운드 첫 경기를 가진다.
한편, 케이타는 23일 광주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1-2022 V-리그 올스타전에 출전한다. 케이타는 V-스타 공격수 부문 2위(73,265표)에 올랐다. 올스타 본 게임 외에 서브킹 콘테스트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사진_인천/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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