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괜찮다는데…” KB손해보험의 특명, 비예나의 부진 원인을 찾아라

의정부/김희수 / 기사승인 : 2023-11-02 06: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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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원인이 명확하면 좋겠다. 원인을 모르니 해결책도 쉽게 찾을 수가 없다.


지난 2022-2023시즌 도중 KB손해보험에 합류한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는 빠르게 팀에 녹아들며 맹활약을 펼쳤다. 3라운드부터 경기를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득점 8위(555점)·공격종합 2위(54.72%)·후위공격 2위(59.02%) 등 각종 공격 지표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이후 새 시즌을 앞두고 진행된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의 선수 풀이 애매하다는 평가가 각 팀에서 이어진 가운데, KB손해보험은 비예나와의 동행을 한 시즌 더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팀에서는 중도에 합류했음에도 제몫을 다해줬고, 파이팅 넘치는 성격으로 코트 분위기를 띄웠던 그의 공로를 인정했다.

비예나는 새 시즌이 개막하자마자 팀의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펼쳤다. 한국전력과의 시즌 첫 경기부터 41점을 터뜨리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고, 이어진 우리카드전에서도 팀은 패했지만 56.76%의 공격 성공률로 21점을 올리며 제몫을 했다.

그런데 최근 비예나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풀세트 혈전이 벌어진 OK금융그룹전과 대한항공전에서 연달아 30점을 넘게 터뜨렸지만, 두 경기 모두 공격 성공률은 50% 아래로 떨어졌다. 그의 활약이 절실했던 5세트 경기력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OK금융그룹전 5세트에서 비예나의 공격 효율은 28.57%에 그쳤고, 대한항공전 5세트에서는 이보다도 더 떨어진 14.29%였다.

그리고 1일 의정부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삼성화재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1라운드 경기에서 비예나의 경기력은 개막 이후 최저점을 찍었다. 11점을 올리는 동안 4개의 범실을 저질렀고, 공격 성공률은 개막 후 처음으로 30%대까지 떨어졌다(38.46%). 공격 효율 역시 15.38%까지 곤두박질쳤고, 그 결과 2세트에는 손준영에게 전위의 세 자리를 맡긴 채 잠시 웜업존으로 물러나기도 했다. 


팀의 공격 1옵션인 비예나가 부진하자 KB손해보험은 활로를 찾을 수 없었고, 삼성화재에 세트스코어 0-3(22-25, 22-25, 23-25)으로 완패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후인정 감독은 “본인은 몸 상태가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볼 때는 비예나의 몸 상태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100%의 점프를 못하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며 비예나의 컨디션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날 비예나의 경기 내용에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평소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등록명 요스바니)와의 1:1 상황에서도 수차례 블로킹 득점을 헌납했고, 직전 경기였던 대한항공전에 이어 서브 득점도 기록하지 못했다. 공격 점유율이 한 세트도 40%를 넘기지 않았을 정도로 상대적으로 체력적 부담이 덜한 경기였음에도 스파이크의 위력이 평소 같지 않았다.


비예나는 프로 의식이 뛰어난 선수다. 몸 상태가 심각하게 좋지 않은데 경기에 뛰고 싶은 욕심 때문에 그 사실을 숨기면서 팀에 피해를 끼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렇다면 다른 가능성을 확인해봐야 한다. 하나는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 그걸 비예나가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몸 어딘가의 밸런스가 미묘하게 어긋났거나, ‘이 정도는 괜찮겠지’ 싶은 정도의 통증이 예상 밖의 악영향을 끼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다른 하나는 실제로 몸 상태에는 문제가 없고, 어떠한 이유로 인해 멘탈적인 문제에 시달리고 있을 가능성이다.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연패가 이어지면서 부담감이 가중됐을 수도 있고, 동료들과의 호흡에 불만이 있을 수도 있다. 혹은 배구 외적인 개인사가 문제일지도 모른다.

 

컨디션이 아닌 코트 안에서의 플레이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 역시 적지 않다. 본인은 괜찮다고 느끼더라도 황승빈과의 호흡이 크게 어긋나고 있다거나, 자신의 쿠세 같은 부분이 상대에게 분석당했을 수도 있다.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KB손해보험과 후 감독이 비예나의 ‘진짜’ 부진 원인을 찾는 것이다. 선수의 몸 상태와 경기 내용을 꼼꼼하게 살피면서, 멘탈적인 문제를 겪고 있지는 않은지도 세심한 접근을 통해 확인해봐야 한다. 팀의 에이스에게 이 정도의 케어는 그리 과분하지 않을 것이다.

KB손해보험의 입장에서는 시즌 초반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른다. 시즌은 길고, 아직 시간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비예나의 부진 원인을 찾고 그 원인을 성공적으로 제거하는 시기는 곧 KB손해보험의 반등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시기가 너무 늦어져선 곤란하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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